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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우리 농축산업, 살 길 있다
[오피니언] 우리 농축산업, 살 길 있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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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울고 있다.
TV에서도, 신문 속에서도 울고 있는 농민들을 만난다.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축산업 피해액이 연간 8700억원을 넘을 것이란 예측이 발표된 가운데 정부는 피해 농가에 돈을 지불해 주겠다는 1차원적 대책을 내놓았다.
사람들은 대한민국 농축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를 잘못 알고 있다.
한국은 영농 면적이 좁아 미국과 같은 거대 농업단지와 경쟁할 수 없다고 한다.
가격으로는 경쟁할 수 없겠지만 품질로는 경쟁할 수 있다.
고급화, 차별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에 힘쓰면 된다.
인건비 등 생산비가 높아 경쟁력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농축산물 수출국인 미국, 프랑스, 호주 등을 살펴보면 우리보다 인건비가 훨씬 높다.
결국 농산물의 경쟁력은 농장에 투입되는 생산비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소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우리 농업이 가진 자산과 잠재력 역시 간과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독특한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의지와 성실함, 철저함은 세계적인 명품 농산물을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최고급 품질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통해 경쟁력을 쌓으면 우리 농축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안성시의 한우 브랜드 ‘안성마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로 꼽힌다.
소비자의 입맛과 건강에 꼭 맞는 한우 개발을 위해 송아지의 탄생부터 도축, 유통까지 전 과정을 첨단 기술로 데이터화하여 관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소들에게 MRI검사도 실시한다.
어느덧 소비자들은 안성마춤 한우를 ‘명품 한우’라 부른다.
안성마춤 한우의 한 해 매출은 어느새 150억원에 육박한다.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장인의 꼼꼼한 손길과 관심, 정성으로 제작된 제품 및 서비스는 자연스레 경쟁력을 지닌다.
안성마춤 한우의 성공에 따라 안성마춤 쌀, 배, 포도, 인삼이 이어 탄생했다.
바야흐로 농산물에도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브랜딩이 된 제품(안성마춤 농산물)은 시중에서 20~30%, 많게는 50%까지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이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브랜드 파워는 농산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안성시는 현재 안성마춤 브랜드의 라이선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안성마춤의 품질기준을 준수하면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도 안성맞춤이란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내외 마케팅을 위해 국내 지자체 중 가장 큰 마케팅 팀도 조직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품질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FTA 파도 앞에서 농민들이 울고 있다.
농민들은 변화에 대응하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 힘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고 기업들이 시장 경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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