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붕괴를 연구했다.
2006년 어느 날, 헌책방에서 <부동산이 최고야>란 책이 눈에 띄자 즉시 구입했다.
당시 일본 상황과 너무도 다른 제목이었기 때문. 집에 돌아와 책을 자세히 펼쳐본 그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려 17년 전인 1989년 2월에 나왔던 책이었던 것이다.
일본은 지금 ‘부동산 필패신화’에 사로잡혀 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를 뒤집고 어떻게 전혀 반대의 신화가 탄생하게 됐는가를 다룬다.
일본의 부동산 불패신화에는 시중의 자금을 부동산으로 몰아간 정부의 저금리정책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인구에 비해 국토가 비좁다는 믿음’도 강력하게 작용했다.
‘일본인은 농경민족이므로 땅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다‘는 속설도 난무했다.
요즘 한국의 부동산 재테크서적에 나오는 부동산 필승론의 근거와 어찌 이리도 닮았을까. 그러나 일본 정부가 부동산 가격폭등을 잡기 위해 89년부터 저금리 정책기조를 바꾸면서 상황은 일순간에 변했다.
지방경제의 원동력이었던 제조업체들이 해외 이전에 나서면서 땅이 남아돌았다.
결정적 타격은 인구 감소에서 왔다.
인구 감소는 주택 수요 감소로 이어졌던 것이다.
소득 양극화에 따른 중산층의 붕괴도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를 불러왔다.
이제 우리를 돌아보자. 90년대의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이끌었던 여러 원인들과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 흐름이 기막히게 일치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부동산 하락론보다 17년 전 일본처럼 ‘부동산이 최고야’를 외치는 주장이 더 많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 부동산시장이 부동산버블 붕괴 메커니즘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정진욱 전문위원·북 칼럼니스트 chung8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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