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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CSR ‘적합도’ 높이면 세 마리 토끼 잡는다 1
[커버스토리] CSR ‘적합도’ 높이면 세 마리 토끼 잡는다 1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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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적합도’국내 최초 여론조사] ‘적합도’높이면 사회공헌+이미지+이익‘세 마리 토끼’잡는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 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의 시대다.
‘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면 그만’인 시대는 지나갔다.
CSR은 이제 ‘하면 좋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CSR을 두고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conomy21
CSR이 국내에서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정글에서 CSR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크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08년부터 ‘CSR에 관한 국제기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이는 CSR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예고한다.
가령 국제적 환경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에게 ‘규제’를 가하는 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적 여유롭다.
CSR에 익숙한 덕분이다.
이들은 CSR을 잘 하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외국의 경우, CSR이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 위주로 외부지향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CSR은 정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 우리 기업들은 어떨까. <이코노미21>과 <프레인앤리>가 5월8일~10일까지 3일간 수도권 거주자 20~49세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의 CSR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8%가 “사회공헌활동이 부족하다”라고 평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낙제점에 해당하는 24.8점에 불과하다.
“충분하다”는 견해는 2.3%에 그쳐 큰 대조를 이뤘다(그림1). CSR의 인지도 역시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그룹과 4대 금융기업의 CSR을 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대부분이 ‘모른다’(77%)고 말했다.
인지도가 가장 높은 삼성그룹 조차 25.5%에 그쳤고, SK그룹(21.0%), 포스코(20.7%), CJ(20.3%), 신세계그룹(19.7%)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KT(17.9%), LG그룹(16.2%), 동부그룹(14.7%), 금호그룹(14.6%) 등도 10% 언저리에 머물렀다.
20대그룹 CSR 24.8점
△왼쪽:삼성그룹의‘ 웰컴데이’/ 오른쪽:LS그룹‘ 하늘지기 대기체험’ⓒEconomy21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 기업들의 CSR이 애초 취지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보단 ‘기업 이미지 제고’에 활용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CSR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인지도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염불 보다는 잿밥’에 관심을 썼다가 여론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관련기사 28-29). 실제 『20대 그룹의 CSR이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것이냐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것이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4.2%는 “기업이미지 제고에 가깝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는 23.9%에 머물러, 대조를 이뤘다.
4대 금융기업에 대한 평가도 매한가지. 기업이미지 제고(44%)라는 의견이 사회문제 해결(23.9%) 보다 두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conomy21
이종혁 프레인 사장은 “CSR이 회사를 알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며 “순수성을 잃은 CSR은 사회적으로 좋은 평가도, 좋은 영향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SR이 여론의 인정을 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일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명료하다.
‘생색내기 식’ 자금지원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기부금 등 금전적 지원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고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브스>가 조사한 ‘현금기부 순위 Top5’ 기업 중 <포춘>이 선정한 ‘사회적 책임 우수기업 Top5’에 들어간 회사가 단 한개도 없는 것은 단적인 사례다.
삼성그룹 8천억원·현대차그룹 1조원 사회기부 결정이 여론의 인색한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CSR이 이뤄져야 하는 긍정적 방식』에 대해 응답자의 71.3%는 ‘금전적 지원+참여’를 꼽았고, ‘기업경영과 가치의 전달’(18.7%)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금전적 지원이면 된다’는 의견은 단 1.0%에 그쳤다.
단순 금전지원은 “NO” 이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꽤나 많다.
무엇보다 ‘불우이웃돕기’ 식의 금전지원형 CSR은 더 이상 여론의 심금을 자극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CSR도 이제는 금전지원형이 아닌 사회재투자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CSR은 대부분 사회적 재투자가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왼쪽:두산그룹의‘ 봉사동아리’/오른쪽: 금호렌터카의‘ 헌혈의 날’ⓒEconomy21
『사회에 가장 큰 효과를 미친 CSR 활동은 무엇인가』(1+2+3순위)라고 물은 결과, 응답자의 43.7%는 삼성그룹의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43.7%)를 꼽았고, CJ그룹의 ‘푸드뱅크 지원활동’(22.3%), SK그룹의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16.3%) 등도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들 세가지 CSR은 모두 사회적 재투자를 위한 것들이다.
예컨대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는 농어촌에 위치한 소규모 미니학교의 어린이 도서관을 꾸며주는 사업으로 전형적인 ‘사회적 재투자’에 해당한다.
‘푸드뱅크(foodbank) 지원활동’은 식품제조기업이나 개인이 기탁한 식품 및 생활용품을 결식아동·노인·무료급식소·노숙자 쉼터 등에 무료로 나눠주는 ‘식품나눔제도’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 대해 기업들은 푸념을 늘어놓을 수 있다.
“사회적 재투자를 위한 CSR을 그토록 열심히 하는데, 왜 좋은 평을 못 받고 늘 부족하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이런 불만을 내비치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CSR 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잘 부합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혹여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 CSR을 진행하고 있다면 냉정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제법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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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말하면 CSR 활동이 기업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적합도가 높은 경우’라고 부른다.
다소 낯선 용어인 ‘적합도’는 기업의 본질과 CSR의 활동내용이 일치하는 수준을 뜻한다.
‘적합도’가 높으면 CSR 활동내용이 기업의 본질과 일치한다는 것이다(Tip 참조). 이런 CSR의 ‘적합도’는 한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왼쪽:한화그룹의‘ 장애-비장애 통합 프로그램’오른쪽:한진그룹의‘ 봉사활동’ⓒEconomy21
왜 일까. 어렵게 생각되지만 사실 단순한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 CSR의 적합도가 높다는 것은 기업본질과 CSR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 스스로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꿰뚫고 있는 분야에서 CSR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이 때문에 CSR의 적합도가 높으면 자연히 사회문제의 해결능력이 생기고, 그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적합도가 높은 CSR 활동’은 “(사회문제 해결에)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적합도 상위 10개 CSR’ 중 ‘효과적’이라고 평가를 받은 CSR은 무려 80%에 달했다(그림2, 3, 4 참조). ‘적합도 상위 10개 CSR’ 가운데 ‘효과적인 CSR(15위권)’에 뽑히지 못한 활동은 신세계백화점의 ‘지역단체 지원 프로그램’, 롯데그룹의 ‘어린이병원 위문공연’(69.6점) 등 단 두개 뿐인 것으로 조사된 것. 이는 ‘인지도 상위 10개 CSR’의 절반만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다.
‘CSR 적합도가 높으면 그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지도’ 보다 ‘적합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종혁 사장은 “CSR 활동을 많이 알려서 인지도를 높인다고 해서 좋은 기업, 책임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면서 “적합도와 CSR의 활동내용을 부합시켰을 때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좋은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CSR ‘적합성’ 찾으면 ‘윈윈’ 김효순 프레인앤리 컨설턴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 CSR은 기업 경영활동의 일부이며 기업경영에 도움을 준다고 인식해야 한다”며 “결국 CSR은 기업의 지속적 이익창출과 연계될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돼야 하며, 이는 곧 적합성이 높은 CSR을 펼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적합성이 높은 CSR을 추구하면 기업이미지 제고는 물론 이익창출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SR의 ‘적합성’을 높이면 ‘세마리 토끼’(공헌+이미지+이익)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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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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