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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나친 이미지 제고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된다 4
[커버스토리] 지나친 이미지 제고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된다 4
  • 황철 기자
  • 승인 2007.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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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순수성의 척도] ‘이미지 제고’집착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공헌은 순수해야… 모든 기업 활동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사회공헌 활동 또한 예외가 아니다.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대의와 함께, 부수적으로 따르는 톡톡한 홍보 효과 역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확산하는 원동력이다.
‘사회 문제 해결’과 ‘기업 이미지 제고’는 동전의 양면처럼 동떨어질 수 없는 공익활동의 중요한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보인다면 평가는 달라진다.
이들의 활동이 공중(公衆)의 이익보다 지나치게 조직(기업) 중심적으로 펼쳐지면, 좋은 반응을 얻기 힘들다.
손해 볼 짓을 절대하지 않은 장사꾼들의 얄팍한 상도는 도리어 장기적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0대 기업의 공익활동 목적이 “전반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조사 결과, 사회공헌 활동을 이미지 제고와 결부한 의견이 기업별로 40~60%까지 치솟고 있다.
공익성을 묻는 질문에서 지극히 ‘조직(기업) 중심적’이라는 응답도 30~50%대에 이른다.
탈 많은 한화, 결과도 ‘부정적’ 반면, ‘사회 문제 해결 중심’이라는 평가는 10~30%대로 낮게 형성됐고, ‘공중 지향적’이라는 견해도 30%대를 밑돌았다.
응답자들의 상당수가 ‘사회 공헌 활동’ 자체를 ‘기업 홍보 활동’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두 가치의 지향점(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 문제 해결)의 비중 차만으로 CSR 자체의 의미를 폄하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많은 응답자들이 경제계 공익 활동의 순수성에 의문을 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별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인지도, 호감도, 적합도가 높은 기업<관련 기사 24면>은 두 가치 사이에서 그나마 대략적인 균형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기업 이미지 제고, 조직 중심적’이라는 응답에 무게 중심이 현격하게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결과가 현재 기업의 이미지 척도를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총수 폭행 사건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한화그룹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화그룹은 이번 조사에서 사회공헌 활동이 공익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되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응답자의 62.3%가 ‘한화그룹의 사회공헌활동 목적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반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행위’라는 답변은 12.3%에 불과했다.
ⓒEconomy21
공익성 척도를 묻는 ‘조직 중심적이냐, 공중 지향적이냐’의 비교에서도 과반수(51.3%) 이상이 전자에 답했고, 후자에는 15.0% 만 손을 들어줬다.
한화그룹은 호감도, 적합도 측면 역시 꼴찌를 달렸고, 인지도도 하위권(15위)에 머물렀다.
최근 김승연 회장 아들 폭행사건과 연루돼 기업 이지미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도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여론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금호그룹(51.0%), 롯데그룹(50.7%)의 경우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기업 이미지 제고에 공익 활동의 초점이 맞춰졌다고 답했다.
목적이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의견은 각각 21.4%, 21%로 나타나 양 가치 간 큰 편차를 보였다.
공익성 측면에서도 각각 43.0%, 39.3%가 조직 중심적이라고 답해, 공중 지향적(각각 24.6%, 24.0%)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이들의 뒤를 이어 현대차그룹(47.7%), 두산그룹(47.4%)이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익 활동의 목적이 ‘기업 이미지 제고’보다 ‘사회 문제 해결’ 쪽에 조금이라도 더 맞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은 기업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SK, 한진, 현대차그룹 순으로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사회문제 해결 노력 더 필요하다 그만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아직은 채찍을 가할 때”라는 여론이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응답자 중 84% 이상이 기업의 공익 활동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이를 잘 대변한다.
<관련기사 23면> SK그룹은 응답자들의 싸늘한 평가 속에 그나마 사회 문제 해결에 가장 관심 높은 기업(36.8%)으로 선정됐다.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이라는 의견 역시 39.7%였지만, 양자 간의 편차는 2.9%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의 활동이 ‘조직 중심적이냐, 공중 지향적이냐’는 물음에서도 29.4:36.0의 비율로 공익성 쪽에 무게가 실렸다.
특히 SK그룹은 호감도 1위, 인지도 2위, 적합도 4위 등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라, 가장 긍정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진그룹 역시 33.0%의 응답자로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주안점을 뒀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라는 답변 34.7%와 균형을 맞췄다.
공익성 측면에서도 공중 지향적이라는 의견(30.6%)이 조직 중심적(28.4%)이라는 생각보다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사회 문제 해결 쪽에 32.4%의 응답자가 중지를 모았지만, 43.6%가 상반된 의사를 표명해 상대적으로 편차가 컸다.
현대차 그룹은 ‘기업 이미지 제고, 사회 문제 해결’ 양쪽 모두에서 상위 5위권에 드는 유일한 기업으로 선정됐다.
경제계 전체의 사회공헌활동이 지나치게 전자 쪽(기업 이미지 제고)으로 편중된 것이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회 문제 해결이라는 가치가 정확하게 대척점에 서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공헌 활동이 ‘조직 중심적인 기업 TOP 5’에는 한화, 금호, 동부, 롯데, KB국민은행이 선별됐다.
반면, ‘공중 지향적인 기업’은 포스코, CJ, KT, 삼성, 현대차그룹 순으로 나타났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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