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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지루한 조정국면 지속
[머니] 지루한 조정국면 지속
  • 이종우(대우증권주자전략팀장)
  • 승인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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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요인 반영됐지만 미 증시 하락압력 거세…연말까지는 오르락내리락 장세 전망
연말까지 주식시장을 결정하는 요인은 세가지이다.
첫째는 국내 경기가 얼마나 둔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번째는 세계 주식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주식시장의 커져가는 하락 가능성이다.
세번째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세가지 요소가 긍정적으로 변할 경우 주식시장은 의외로 활황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국내외 요인들이 10월 말처럼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별다른 상승의 계기를 잡기 힘들 것이다.


경기 정점을 지난 듯 경기 전환점을 예고해주는 각종 지표들을 통해 볼 때 국내 경기는 이미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를 보면 작년 12월 21.1% 증가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9월 1.24%까지 낮아졌다.
이 지표는 경기전환점과 대비해 9개월의 선행성을 갖고 있다.
결국 올해 중반부터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런 점이 그동안 주가 하락을 가져오는 주요 요인이 됐다.
연말까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가 상승에 걸림돌이 되겠지만, 이 때문에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연초 이후 이미 주가가 53%나 하락해 경기둔화 요인을 어느 정도 반영했기 때문이다.
70년 이후 일곱번의 경기둔화 기간 중 주가 동향을 보면 71년, 84년, 88년에는 경기둔화에 관계없이 주가가 상승했다.
84년은 경기둔화 폭이 크지 않은데다 연이어 3저 호황이 시작됐기 때문이고, 88년은 금리자유화를 추진하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경기 정점을 전후해 주가가 하락한 기간 중 91년 1월이 53.8%의 주가 하락을 기록해 가장 많이 떨어졌다.
연초 이후 10개월간 주가 하락 속도가 경기 위축기에 들어갔던 다른 기간보다 빠르고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경기둔화가 주가를 계속 약세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시장 하락 압력이 가장 큰 걸림돌 해외 요인 중에서는 미국의 경기 및 기업실적 둔화 가능성이 연말까지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2분기까지 미국 경제는 7%대의 소비증가율과 15%대에 달하는 투자증가율을 바탕으로 호황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여섯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기존의 성장 동인이 계속 유지되었던 것이다.
이들 변수의 기본 틀은 연말까지 유지되겠지만, 주가 변동에 따른 부의 효과(wealth effect) 감소로 소비가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83년 이후 두 변수는 비슷한 추세를 유지했는데, 시차로 보면 주가 변동이 소비에 앞섰다.
미국 주가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정국면에 들어갔고, 경기둔화 영향으로 연말까지도 추세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기중 소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연말까지 미국 시장의 조정을 이끄는 또다른 요인은 기업실적 둔화이다.
이 점은 7월부터 나타나고 있는데, 금리를 좌우하는 요인이 변해도 주가는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반면, 기업실적 변화는 주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고 있다.
S&P500에 속하는 기업의 3분기 수익전망은 기존의 18.8% 증가에서 17.3% 증가로 낮아졌다.
4분기 이익증가율은 이보다 더 낮아 16.2%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이 3분기부터 미국의 기업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것은 △경기 둔화 △금리 인상에 따른 효과 △유로화 약세 때문이다.
50년 이후 미국 경기동향을 보면 한번 둔화국면에 들어갈 경우 평균 10개월 동안 수축됐다.
유로화의 강세 전환이 쉽지 않아 미국 기업의 이익증가세 둔화는 2001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과 관련해 우려되는 마지막 부분은 주가가 장기간 상승해 기업실적과 주가간의 괴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미국 기업의 실적이 둔화될 때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61년 1월을 기준으로 S&P500지수의 주당순이익(EPS)과 주가를 보면 97년까지는 EPS와 주가가 비슷한 추세로 증가했으나 이후 주가 상승이 빨라지면서 주가와 기업실적간에 괴리가 커졌다.
현재 미국 시장의 거품은 심각한 수준이다.
외국인 매도 지속 전망 국내 증시에서는 9월 이후 외국인이 1조8천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이 16조5천억원의 주식을 매수해 시장을 지탱했던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의 매매동향이 연말까지 수급상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9월 이후에도 외국인 매도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우려돼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고, 우리나라 주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보유 비중이 높은데다, 세계적으로 IT 테마가 약해지고 있어 포트폴리오 재편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도 가능성을 가장 높여주는 부분은 두번째 요인인 보유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99년 일본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시가 기준으로 18.6%였다.
이 수치는 90년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높아진 결과인데 80년대에는 83년 8.8%가 최고였다.
9월28일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28.6%인데 이는 일본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연말까지 경기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겠지만 해외시장 약세, 외국인 매도로 인한 수급불안으로 주식시장이 좀처럼 강세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주가 움직임 면에서도 연초 이후 하락추세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승시 1차적인 목표는 650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수준은 5월과 7월에 이루어진 지지선이다.
이 선의 돌파 여부에 따라 2차적인 목표가 설정될 수 있다.
합리적으로 볼 때 8월에 고점이었던 750포인트가 저항선이 될 것이다.
반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에서 보았듯이 주가 약세의 주요인인 경기둔화 부분이 큰폭의 주가 하락으로 어느 정도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지루한 양상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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