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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대형사라 믿었는데 수십억 어디로
[포커스] 대형사라 믿었는데 수십억 어디로
  • 황철 기자
  • 승인 2007.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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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대출사기 연루 의혹] 부지점장·모집인·조합장 등 조직적 공모? … 피해자만 29명, 소송가액 68억원 국내 최고 수준의 대출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는 우리은행. 그러나 대출모집인, 법무사, 건설사, 아파트 조합장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수십억원대 사기 대출 사건에 연루,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직접적인 피해자만 총 29명, 소송가액은 68억 6200만원에 달한다.
워낙 피해자가 많다보니 동일 사안에 대한 소송이 4건이나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최근 수년간 확산된 대출 모집인 제도의 폐해가 가장 심각한 형태로 나타난 사례여서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아파트 건설업체 A사의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다.
이들은 A사(원청사)로부터 공사대금조로 받은 아파트 세대를 담보로, 우리은행 모 지점과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개인별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여원에 이르는 여신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이들에게 지급돼야 할 대출금은 재건축조합 업무를 대리하던 L법무사의 통장에 입금됐고, 이후 신축 아파트 조합장 Y씨의 계좌로 다시 흘러들어갔다.
Y씨는 이렇게 모은 대출금의 상당액을 임의로 유용한 채,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대출모집인은 물론, 해당 지점 정규 직원들까지 가세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번 사건이 가능했던 데는 피해자들이 작성한 위임장 한 장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위변조 논란까지 일고 있는 위임장 문제는 소송의 핵심 쟁점이기도 하다.
피해자 박모씨는 “우리은행 대출중개업자 H씨가 대출신청서류라며 제시한 위임장에는 ‘피위임자, 위임자, 부동산’ 등이 공란으로 돼 있었다”면서 “대출금을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겠다며 통장까지 개설해줘 별 의심 없이 ‘위임장’에 서명·날인했다”고 말했다.
또 “이후 우리은행 부지점장이 위임장의 공란에 임의로 법무사 이름을 기재해 지급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대출모집인은 물론 우리은행 직원까지 공모해 사문서 위조· 대금 횡령 등을 조장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우리은행 측은 이러한 주장을 완강히 부인하며, 해당 건설사(원청업체), 조합장 등이 개입된 사건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대출 위탁 계약에 의한 정상적인 대출 절차를 밟았으므로, 문제가 있더라도 책임 소재는 대출모집인에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소인들이 위임장에 서명했고, 대출모집인들이 가져온 서류 역시 하자가 없었다”면서 “이 사건에 대해 금감원의 조사를 받았고, 본점 차원의 감사도 진행했지만,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소송 중인 사건이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대출모집인 제도의 맹점이나 은행 대출 프로세스의 허점을 확연히 드러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대출모집인 H씨는 자신의 명함에 중개업체명을 적지 않은 채, 우리은행 직원인 것처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을 정확히 알리지 않는 것은, 그동안 대출모집인들이 보여온 전형적인 불건전 영업 행위 중 하나다.
또 대출모집인들에 대한 관리와 여신에 대한 최종 책임은 은행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피해자 박씨는 “사건이 커지자 우리은행 등은 피해자 중 9명의 통장에 2500만원에서 1억여원의 대금을 지급하고,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았다”면서 “은행 측 주장대로 자신들이 결백하다면 사건을 무마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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