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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회정책 종합연구원으로 재탄생
[인터뷰] 사회정책 종합연구원으로 재탄생
  • 김원기 기자
  • 승인 2007.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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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성과급의 고정급화 개선 필요 … 노사관계 ‘혁신의 계곡’ 넘어야 한국노동연구원(KLI)의 최영기 원장은 국내의 유력한 국책 연구기관장으로서는 일 욕심이 가장 많은 원장이 아닐까 싶다.
최 원장 집무실의 책상과 보조책상, 책꽂이에는 일반 서적은 물론 각종 논문과 자료들로 수북하게 쌓여 있다.
손때와 땀내가 묻어 있다.
“연구원장도 연구원의 일원이니 당연한 일 아닌가요?” 두터운 검은 눈썹 안에 긴 힌 눈썹이 돋보여 ‘도인’을 연상케 하는 최 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과거 노동전문 연구기관에서 요즘에는 복지, 교육, 사회(빈곤문제) 정책을 두루 뒷받침하는 종합적인 사회복지정책 연구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반문했다.
최 원장의 말 속에는 ‘연구할 일이 많아 직접 팔을 걷어 부치니 연구전문가로서 즐겁다’라는 느낌이 배어 있다.
기능 날로 확대되는 KLI 실재로 KLI에 연구 과제를 의뢰하는 정부 부처가 노동부 중심에서 보건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예산처 등 여러 부처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연구원 예산이 무려 2배가량 증가한 것은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 원장은 지난 88년부터 KLI와 인연을 맺어 거의 20년 가까이 주로 연구원에서 생활을 했는데 ‘예산 2배 증가’는 혹시 그의 남모르는 정치적 역량(?)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최 원장은 이런 시각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시대적 요청의 결과일 뿐”이라며 “일자리 창출, 복지 정책 등에 대한 재정투입의 효율성 검증을 신뢰감 있게 수행한 것은 분명 그 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LI가 새로 맡는 연구영역인 복지, 교육, 빈곤문제 등 사회분야는 주로 ‘고용’과 ‘일자리’를 연결고리로 한 것이어서 KLI는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독창적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부터 ‘고령자 패널’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 조사 데이터는 각 부처는 물론 다수 연구기관에서 수립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이다.
약 10년 전부터 5천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한국노동패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을 비롯, 유용한 연구 정보를 대량 보유한 것도 요즘 이 연구원의 기능 확대에 터전이 되고 있다.
고령화 대응은 시대적 과제 최 원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부는 물론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내부 종업원의 고령화로 인한 유능 기능인력의 계승 또는 전승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전략 산업인 조선 및 자동차산업의 평균 고용인력 연령은 40~45세에 달한다”며 “고령화에 따른 작업환경 적응문제 즉, 산업재해 및 보건안전 문제에 잘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원장은 또 “고령화로 퇴직자가 일시에 늘어나면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현금흐름’(캐시플로)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원장은 이어 “연공 위주의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정년이 지난 직원을 계속 고용하고 싶어도 연공급 임금 시스템이라면 임금 부담 때문에 계속 고용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영기 원장 주요 경력
- 2004.06~현재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 2006.07~현재 한국노사관계학회 부회장 - 2006.11~현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2006.04~현재 대통령자문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위원 - 2005.05~현재 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 2004.06~현재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 2004.12~현재 산자부 산업발전심의회 - 2003.08~현재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 2000~2002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그는 “정년 전부터 임금을 삭감해 정년을 보장 또는 연장해주는 ‘임금피크제’와 정년 이후 예전보다 낮은 임금으로 다시 채용하는 ‘재고용 제도’는 종업원과 회사가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특히 “성과와 실적에 따라 변동해야 마땅한 ‘집단 성과급 제도’가 마치 고정급처럼 운영되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며 “변동급이 고정급화하면 조직은 물론 종업원의 지속 고용에도 불리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무 재설계를 통해 작업공정을 재설계하는 것도 고령화 시대에 산재를 줄이는 요체라고 강조했다.
경영참가 제도의 순기능 활용 필요 최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영참가 제도 중 의사결정참가 제도라 할 수 있는 노사협의제도는 제도적인 문제보다 이를 산업현장에서 잘 활용하지 못 하는 게 문제인 것 같다”며 “경영참가제도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사외이사의 일부 추천권을 근로자 측 또는 노조 측에 부여할 경우 인적자원개발과 근로자의 고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방안을 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윤참여 방식의 경영참가제도라 할 수 있는 ‘집단성과 배분제’에 대해서는 “변동급의 고정급화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간접적인 경영참가제도인 우리사주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개선해 종업원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면서 조직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순기능이 강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 제도개선 필요 최 원장은 “요즘 고용통계를 보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인구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를 통한 고용 창출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의 고급화와 숙련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 방식의 자격제도, 훈련시스템이 혁신되어 새로운 방식의 인적자원 개발(HRD)체제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자격증 제도 혁신은 교육 개혁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과 관련해서는 “학력 과잉의 문제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취업장려금 지급과 같은 임시 대응은 결코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사관계 ‘새 패러다임’ 만들어야 ‘한국형 노사관계 모델의 탐색’(2004),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정치’(1999) 등 수 많은 노사관계 관련 연구서적과 논문, 자료를 발표해 국내 노사 발전에 크게 기여해 온 최 원장은 “지난 87년 6.29선언 이후 10년간의 노사관계 시스템은 ‘갈등의 계곡’이었다면 97년부터 지금까지는 ‘눈물의 계곡’이라 할 만 하다”며 “이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의 계곡’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을 지속 가능한 고용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원기 기자 hikwk@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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