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관리, 재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이 대부분인 경영진은 결국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이하 자문단)의 문을 두드렸고, 자문단은 곧바로 권승한 전 삼성전자 상무, 서용덕 전 기보캐피탈 상무, 이환희 전 삼보컴퓨터 상무 등의 자문위원팀을 구성해 이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다.
자문위원들의 현장 방문은 기본. 6개월에 걸쳐 회사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달렸다.
그 결과 회사는 ‘기사회생’하게 됐고, 지난 상반기 목표 매출액을 조기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태훈 아트닉스 이사는 “자문단의 도움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며 “자문위원들이 현장에서 회사의 부실을 콕콕 집어내는데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식품업체인 신천지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 회사가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 등 업계 전반의 정보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자문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자문단은 미원 해외본부장과 나산백화점, 해태제과 대표를 지낸 이태욱 자문위원을 제주도로 급파했다.
이 자문위원은 이 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해외제조업 진출, 판매 전력 강화 등의 교육을 실시했다.
이종현 신천지식품 전무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임직원 교육의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며 “작은 회사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내 분위기와 임직원들의 사고방식이 자연스레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나이를 잊은’ 고령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임원들이 중소기업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멘토(Mentor · 상담자)’로 대활약하고 있는 것. 전경련 자문단에 속해 있는 자문위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경련은 2004년 7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이끌 목적으로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을 설립,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문단은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경제계 최고 경륜의 전직 대기업 CEO 및 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무역·유통, 자동차·석유, IT·전자, 식품·섬유 등의 전문 분야별로 총 82명의 자문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문단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멘토 역할을 한다.
수혜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선 경영 ‘후견인’이자 ‘도우미’를 만나는 셈이다.
자문위원들은 현직에 있을 당시 몸소 체험하고 실천한 풍부한 경험과 경영노하우, 전문지식 등을 활용해 자문을 구한 중소기업의 애로·문제점을 진단하고 유형별로 ‘맞춤형 처방전’을 제시한다.
중소기업은 자문단의 멘토링을 통해 성장 가능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문위원 '무보수'활동 특히 자문단은 지난해 1월부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비즈니스 멘토링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 제도는 자문을 받는 회사의 경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책임지는 방식. 중소기업은 자문위원을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76개 업체가 신청해 14개 업체가 결실을 맺었고, 나머지 62개 업체가 이 제도를 추진 중이다.
최근엔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고충처리 및 경영자문,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는 멘토링을 새롭게 시작했다.
자문단은 또 자문위원들이 강사로 나서 중소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중소기업 혁신스쿨(SIS)’을 운영하는가 하면 지방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순회 경영자문상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자문 내용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대출 방법, 세무 신고 요령, 각종 서류 작성법, 경비 절감 방안 등 회사 내부의 세세한 사안에서부터 기술 개발, 마케팅 전략, 신규사업 타당성 등 중장기 경영 로드맵을 아우른다.
중소기업은 자문단 홈페이지 등에 신청만 하면 실시간 답변과 함께 자문위원과 연결되는데, 각 업종에 맞는 특정 자문위원의 지정이 가능하다.
경영자문 비용은 전액 무료. 다만 지방 출장 시 발생하는 최소 실비(교통비, 식비 등)는 신청업체와 자문단이 반씩 부담한다.
지방 중기 위해 맞춤형 교육 실시 자문단 측은 신청업체의 정보와 자문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을 보장한다.
기업 비밀 등이 노출될 경우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필곤 자문단 위원장은 “전직 기업인들의 경영자문이 중소기업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자문위원들은 자신들이 평생 기업을 일구면서 배우고 익힌 소중한 지식·경험들을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전수해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문을 요청하는 중소기업과 자문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자문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문단은 지난 5월 현재 중소기업의 경영전략, 기술, 생산,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 등에 대해 955개 업체, 2725건의 자문을 완료한 상태. 그만큼 자문위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경영환경 탓이다.
때문에 자문위원들은 황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항상 배우겠다는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대개 70세 전후가 되면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한 노년을 보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자문단의 ‘노병’들에겐 딴 나라 얘기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통해 중소기업에 기업 정신과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는 그들의 정열이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성수 객원기자 top@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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