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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병든 회사 주치의…‘노병이 간다’ (3)
[커버스토리] 병든 회사 주치의…‘노병이 간다’ (3)
  • 김성수 객원기자
  • 승인 2007.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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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 은퇴 CEO] 중소기업 ‘흑기사’전경련 경영자문단 나이 잊은 고령의 전직 CEO 맹활약 … 중소기업의 멘토로 각광 지난해 12월 DVR 제조업체인 아트닉스는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았다.
인력관리, 재무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이 대부분인 경영진은 결국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이하 자문단)의 문을 두드렸고, 자문단은 곧바로 권승한 전 삼성전자 상무, 서용덕 전 기보캐피탈 상무, 이환희 전 삼보컴퓨터 상무 등의 자문위원팀을 구성해 이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 컨설팅을 진행했다.
자문위원들의 현장 방문은 기본. 6개월에 걸쳐 회사를 수시로 점검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매달렸다.
그 결과 회사는 ‘기사회생’하게 됐고, 지난 상반기 목표 매출액을 조기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태훈 아트닉스 이사는 “자문단의 도움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며 “자문위원들이 현장에서 회사의 부실을 콕콕 집어내는데는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말했다.
식품업체인 신천지식품도 사정은 마찬가지. 회사가 제주도에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 등 업계 전반의 정보가 부족했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자문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자문단은 미원 해외본부장과 나산백화점, 해태제과 대표를 지낸 이태욱 자문위원을 제주도로 급파했다.
이 자문위원은 이 회사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 해외제조업 진출, 판매 전력 강화 등의 교육을 실시했다.
이종현 신천지식품 전무는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임직원 교육의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며 “작은 회사의 고민을 들어주고, 같이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내 분위기와 임직원들의 사고방식이 자연스레 바뀌었다”고 전했다.
82명의 골드 시니어 “오늘도 뛴다” 한때 재계를 호령했던 은퇴한 기업인들이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결과다.
이처럼 ‘나이를 잊은’ 고령의 전직 최고경영자(CEO)·임원들이 중소기업 지원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멘토(Mentor · 상담자)’로 대활약하고 있는 것. 전경련 자문단에 속해 있는 자문위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전경련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은 지난해 5월 부터 중소기업 혁신스쿨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Economy21
전경련은 2004년 7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이끌 목적으로 중소기업경영자문단을 설립,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교육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자문단은 한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경제계 최고 경륜의 전직 대기업 CEO 및 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현재 무역·유통, 자동차·석유, IT·전자, 식품·섬유 등의 전문 분야별로 총 82명의 자문위원들이 활동 중이다.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문단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멘토 역할을 한다.
수혜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선 경영 ‘후견인’이자 ‘도우미’를 만나는 셈이다.
자문위원들은 현직에 있을 당시 몸소 체험하고 실천한 풍부한 경험과 경영노하우, 전문지식 등을 활용해 자문을 구한 중소기업의 애로·문제점을 진단하고 유형별로 ‘맞춤형 처방전’을 제시한다.
중소기업은 자문단의 멘토링을 통해 성장 가능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문위원 '무보수'활동 특히 자문단은 지난해 1월부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비즈니스 멘토링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 제도는 자문을 받는 회사의 경영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때까지 일정 기간 동안 책임지는 방식. 중소기업은 자문위원을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 6개월 이상의 지속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76개 업체가 신청해 14개 업체가 결실을 맺었고, 나머지 62개 업체가 이 제도를 추진 중이다.
최근엔 시장형 노인 일자리 사업의 고충처리 및 경영자문,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는 멘토링을 새롭게 시작했다.
자문단은 또 자문위원들이 강사로 나서 중소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중소기업 혁신스쿨(SIS)’을 운영하는가 하면 지방 중소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순회 경영자문상담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자문 내용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대출 방법, 세무 신고 요령, 각종 서류 작성법, 경비 절감 방안 등 회사 내부의 세세한 사안에서부터 기술 개발, 마케팅 전략, 신규사업 타당성 등 중장기 경영 로드맵을 아우른다.
중소기업은 자문단 홈페이지 등에 신청만 하면 실시간 답변과 함께 자문위원과 연결되는데, 각 업종에 맞는 특정 자문위원의 지정이 가능하다.
경영자문 비용은 전액 무료. 다만 지방 출장 시 발생하는 최소 실비(교통비, 식비 등)는 신청업체와 자문단이 반씩 부담한다.
지방 중기 위해 맞춤형 교육 실시 자문단 측은 신청업체의 정보와 자문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을 보장한다.
기업 비밀 등이 노출될 경우의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필곤 자문단 위원장은 “전직 기업인들의 경영자문이 중소기업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자문위원들은 자신들이 평생 기업을 일구면서 배우고 익힌 소중한 지식·경험들을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전수해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문을 요청하는 중소기업과 자문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게 자문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문단은 지난 5월 현재 중소기업의 경영전략, 기술, 생산, 마케팅, 재무·회계, 인사 등에 대해 955개 업체, 2725건의 자문을 완료한 상태. 그만큼 자문위원들의 부담도 적지 않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경영환경 탓이다.
때문에 자문위원들은 황혼에도 불구하고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항상 배우겠다는 열린 자세로 임하고 있다.
대개 70세 전후가 되면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한 노년을 보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자문단의 ‘노병’들에겐 딴 나라 얘기다.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통해 중소기업에 기업 정신과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는 그들의 정열이 재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세환 전경련 중소기업봉사단 자문위원 (전 금호전기 부사장) “제2 인생은 ‘돌려주는데’ 주력을” 은퇴는 인생의 재출발 의미 … 일일학 일일신 자세로 담금질 해야 평균 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직을 마친 후를 의미하는 ‘제2인생’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강조되고 있다. ‘제2인생’의 의미는 은퇴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인생의 후반 테마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도 제2인생의 모습은 천차만별의 형상을 보인다. 나름대로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은퇴자들에겐 더 큰 희망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료함이 선사될 것이다. 제2인생의 변곡점은 사회환원 필자는 현재 전경련 중소기업봉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역 은퇴 후 처음 시작할 때는 원칙적인 생각만으로 자문에 임했지만 지금은 보다 능동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모델과 경영 전반에 걸친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이는 ‘일일학(學), 일일신(新)’의 자세와 같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도전은 자신감을 배양하고 삶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다. 또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21세기 메가트렌드는 지식기반 경제·네트워크화이다. 때문에 과거 어느 때 보다 불확실성이 크고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르다. 지식이 가치를 지배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존의 경영지식과 노하우만으로는 절대 버티기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현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기업인들은 이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갈 방향을 열어줘야 하는 선배 경영인들 즉, 골드 시니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까닭도 이런 연유에서다. 다양한 사업모델, 경영 전반에 걸친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지식의 축적은 골드 시니어가 되기 위한 필수 전제요건이라는 이야기다. 인생의 후반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회환원이다. 후세대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 돌아올 것이다. 인생의 후반기를 그 누구보다 보람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은퇴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후의 삶도 얼마든지 존재하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제2인생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골드 시니어의 반열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면 제법 아름답고 존경받는 황혼을 보낼 수 있을 테니 ….
김성수 객원기자 top@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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