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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대형건설사, 사고 비리 혐의로 곤욕
[점검] 대형건설사, 사고 비리 혐의로 곤욕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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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법 개정 후 위반사례 무더기 적발 … 업체들 법 적용 여부 예의주시 삼성물산, GS건설, 현대건설 등 지난해 시공평가액 순위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각종 사고와 재개발 불법비리 등의 혐의로 곤욕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 시행된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과 건설교통부가 지난 달 23일 발표한 건설공사 부실·부조리 방지 대책으로 인해 심각한 경영손실을 불러올 수 있어 심리적인 압박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길음 뉴타운 재개발과 관련해 조합장 A씨에게 억대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지난 2월 삼성건설 성북사업소를 압수수색한 결과 직원의 이메일을 통해 금품 제공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측도 검찰 수사에 촉각을 세우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만약 검찰 기소 후 형이 확정되면 이를 근거로 건산법을 적용해 최대 1년 동안 삼성 측의 영업활동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검찰이 과연 형법상 뇌물죄만을 적용해 관련 당사자만 처벌할지, 아니면 건산법을 적용할지에 대한 여부다.
건산법 개정안에 따르면 건설업체 직원이 사적(개인적) 이익을 위해 독단으로 뇌물을 받았을 경우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사적인 비리 때문에 건설업체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삼성 측이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서는 사적인 비리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수밖에 없다.
법 실효성 매우 낮지만 적용되면 낭패 건산법 개정안은 건설현장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뇌물 수수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지난 2005년 8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특히 제38조의 2에 의하면 도급계약의 체결 또는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해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또는 이해관계인은 부정한 청탁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해서는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벌칙 조항(제95조의 2)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별도로 제38조의 2의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건설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건설업자의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영업의 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건산법 개정안 시행령에 따르면 뇌물 액수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1천만원 미만은 2개월, 1천만 이상~5천만원 미만 4개월 △5천만 이상~1억원 미만 6개월 △1억원 이상은 8개월간 영업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과거의 유사한 사례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에도 삼성건설에 대한 강력한 법 적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건산법 적용은 공정위원회와 부패방지위원회, 감사원 등의 적발로 심층조사를 실시한 후 처분을 내리는 방식인데 실제 법이 적용될 경우 건설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돼 관련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신설된 처벌 유예조항을 살펴보면 사실상 법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뇌물액수가 1천만원 미만이면서 5년 이내 유사한 위반행위가 없는 경우에 한해 계도차원에서 1차례 경고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 위반횟수 및 동기 등에 따라 최대 1/2 범위 내에서 가중·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건설사들의 로비에 의해 가중보다는 감경처분이 더 많아질 우려가 높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건산법을 위반했다면 법에 의해 공정하게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경제 주체의 활동 자체를 금지시키는 영업정지 등의 처분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여파가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혹시라도 정부가 ‘시범 케이스’로 강력하게 법을 적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최대 1년 동안의 영업정지는 막대한 경영손실을 줄 수 있다.
또 입찰 참가자격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인도 평가기준에서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행자부의 시설공사 적격심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건산법에서 정한 영업정지, 등록발소처분 또는 과징금 이상의 처분을 받은 자는 신인도 평가에서 최대 -3점까지 감점을 받을 수 있다.
단독입찰에서 1점을 감점 받으면 100억원 공사일 경우 8천만원의 가격을 더 높여야하는 부담감을 준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은 부실시공으로 인한 공사현장 붕괴로 인명을 훼손하는 사건에 연루돼 난감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건설공사 부실·부조리 방지 대책으로 인해 공사현장에 대한 감사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인명 사망 시 시공업체 영업정지 건교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부실시공으로 인해 5명 이상 사망할 경우 시공업체가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다.
현재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이 부과되지만 내년부터는 과징금 처분은 없고 영업이 정지되며 기간은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정할 계획이다.
또 감리업체의 감리부실 등으로 인한 중대한 안전사고로 5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업무정지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강화하고 안전사고 등으로 5년간 3회 이상 업무정지 시 등록이 취소된다.
이는 최근 공사현장에서 잇따라 인명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황혜성 건교부 기반시설본부장은 "공사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공 회사의 중대 과실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에서 지난 2005년 10월 붕괴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했다.
총괄 시공을 맡은 곳은 GS건설이고 일부 하도급을 담당한 곳은 삼성물산이었다.
노동부가 3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를 내리도록 등록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지만 어떠한 처분결과도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현재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와 별도로 GS건설의 경우 시공권 선정 조건으로 조합경비를 지원한 혐의로 관련자들과 함께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GS건설 관계자는 “법무팀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검찰이 법리 검토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 생긴 일로 사건이 법원에 넘어간 상태이며 무혐의 가능성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해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전남 고흥군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연도교 공사 현장에서 지난 4월, 현장 인부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치는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지지대인 동바리의 부실 시공이 붕괴의 원인으로 현재 사망자 유족들과 피해보상 관련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다.
현대건설측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어떠한 행정처분이 내려질지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과 건설공사 부실·부조리 방지 대책이 건설현장의 뿌리 깊은 관행과 행정처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여전히 형식적인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대형 건설업체 중 적어도 한 곳은 법 적용 시범사례로 선정될 듯한 분위기라는 추측도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해당 업체들의 속은 점점 타 들어가는 중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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