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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대륙횡단 철도의 꿈 ... 南北 '동상이몽'
[커런트]대륙횡단 철도의 꿈 ... 南北 '동상이몽'
  • 이경희 코리아쉬핑가제트 기자
  • 승인 2007.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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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종단철도 구축, 대륙 물류망 확보 … 北 소극적 태도, 철도 현대화 비용 난제 지난 달 17일, 경의선과 동해선이 분단 이후 57년 만에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며 남북철도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남북철도가 57년만에 연결돼 온 국민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하지만 건넌야 할 강이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 김봉규
남북철도, 즉 한반도종단철도(TKR) 구축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만주횡단철도(TMR)와 연결돼 총 8만1천km의 아시아횡단철도(TAR)망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물류망의 대륙 진출로서의 의미가 크다.
대륙과 연결된 반도국가임에도 섬나라와 다를 바 없었던 해양 중심의 물류네트워크에서 벗어나 아시아 및 유럽대륙을 관통하는 육상 물류네트워크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물류망 대륙 진출 의미 정부는 남북철도 개통을 3단계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출·퇴근과 물자 수송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 출·퇴근과 개성 관광객 운송 ▲서울-평양간 정기열차 운행이 그것이다.
이중 1~2단계는 북한의 의지에 따라 곧바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서울-평양 간 정기열차 운행은 북측 선로 현대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대륙철도 연결은 크게 네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경의선을 통해 신의주와 단둥에 도달해 중국 베이징을 거쳐 정저우에서 TCR을 만나는 경의선-TCR 노선 ▲베이징에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북상하는 경의선-TMGR노선 ▲경의선에서 선양-창춘을 지나 하얼빈, 만저우리로 향하는 경의선-TMR노선 ▲평산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해 동해안의 함흥·청진으로 가는 청년이천선-TSR 노선 등이 그것이다.
남북철도 연결은 국내외적으로 우리나라에 많은 이득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북한에 조성된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인적·물적 수송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개성공단이 활성화될 경우 북측 근로자는 약 15~17만명에 달하고 물동량도 자체물량 108만t, 연계물량 735만t등 연간 843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해상으로 남측과 연결되고 있는 북한 남포가 철도로 연결될 경우 운임은 4분의 1로, 운송일 수는 5~6일에서 1~3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현재 인천-남포 간 해상수송 시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운임은 800달러 수준이나 경의선 철도를 이용할 경우 약 200~250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륙철도망이 구축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크다.
건교부 자료에 따르면 남북교역량 757개 품목 가운데 철도운송 품목은 3%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TSR과 연결될 경우 북측은 통과수입으로 1억5천만달러(약1,400억원), 남측은 광양이나 부산항 물동량 증가로 1억달러(약930억원)의 경제적인 이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UN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조사에서 한국-유럽 간 운임은 철도가 해상운송 요금보다 1TEU당 최대 260달러 저렴하고 운송시간은 14~15일 단축되는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북, 시험운행에도 침묵 일관 남북철도가 역사적인 시험운행에 성공하면서 끊어진 허리를 이었다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먼저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다.
시험운행 성공에 대해 남측 모든 언론이 대대적인 보도로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과 대조적으로 북측은 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5월18일자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한 내용을 4면 맨 아래에 단신 처리했을 뿐이다.
북쪽 주민들도 시험운행에 대해 대부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철도는 도로에 비해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 군부가 철도 개방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에 시험운행이 성공했다 하지만 언제 북측의 태도가 돌변할 지 모른다.
ⓒECONOMY21 표
북한이 TKR과 TSR의 연결에 대해서도 경의선이 중심이 아닌 동해선을 고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분석된다.
경의선이 북한 중앙을 관통하고, 경원선이 민감한 군사시설이 집중돼 있는 반면 동해선은 북한의 변방을 통과하기 때문에 철도연결에 따른 체제 내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북한 철도 인프라의 현대화에 들어가는 투자비 문제다.
북한은 철도노선 연장이 5248km로 남쪽보다 2천여km가 길고 화물수송의 약 90%, 여객운송의 60%가 철도에 의해 이뤄진다.
전철화율도 남한(49%)보다 월등히 높은 80%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시설의 노후화와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인해 주간선 노선이 시속 20~30km로 운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양-신의주-선양-베이징 간 국제열차 구간만이 시속 45km 수준으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장인 안병민 박사는 “북측 철도시설 현대화에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지난 98년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나진-남양간 철도 158.7km를 공동 조사한 결과 철도망 개보수 비용으로 3억 8288만위안(4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가 실시한 두만강-나진-청진-원산-평강에 이르는 구간(781km)과 개성-평산-세포 구간, 원산-금강산간 120km 구간, 두만강 역에서 나진항 주변지역 약 56km 구간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표준궤방식의 현대화에 25억달러(2조3천억원), 광궤방식 31억5천만달러(2조9천억원), 표준궤와 광궤 복합방식에 34억4천만달러(3조2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정부가 남북철도 연결의 최종단계로 목표하고 있는 서울-평양 간 정기열차 운행을 위해선 평양-개성 간 187km 현대화에 총 99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재원 조달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남한의 기금 또는 일반재정만을 고려한 국내재원 ▲다자간 국제협력을 통한 자금조달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3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이중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한국이 사업을 주도해나갈 경우 막대한 투자부담을 안게 되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고, 사업의 기획·시공 및 운영단계에서 수반되는 고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북-러 세 나라가 각기 자신의 능력에 따라 분담할 수 있는 역할을 사전 조율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 사업 참여자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위험부담을 분산해 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만 있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유용한 재원조달 방안이 될 수 있다.
재원조달 민간참여율 높여야 이와 관련, 남측의 민간철도 사업자들은 현대화 사업이 진행될 경우 선점권 등 여러 이득을 고려해 사업에 참여할 의도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대한통운과 (주)한진의 경우 컨테이너 기지나 물류시설 건설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통운은 해방 전까지 북한 전역에 423개에 이르는 사업소를 구축해 철도 물류사업을 벌여왔던 만큼 남북철도가 연결될 경우 남측에서의 철도물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입장이다.
한진은 현재 남한 물류회사 중 최다 화차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철도 물류 활성화가 큰 관건이다.
따라서 기존 화차 이용이나 물류기지 건설 등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범한판토스, 글로비스, 우진글로벌로지스틱스, 장금상선 등 민간기업 4개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시아철도공사(RZD)와 나진-핫산 간 해상·철도 복합운송 합작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철도운송이 해상운송과 비교해 물류비와 운송기간 면에서 매우 큰 장점이 있고 대륙철도가 연결될 경우 큰 국부가 창출될 것이란 식의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눈에 띈다.
현재 TSR에 의한 컨테이너 운송량은 해상운송의 10%에도 못 미칠 만큼 그 수준이 미미하다.
또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TKR과 TSR이 연결될 경우 2010년에 약 24만TEU의 물동량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부산항 물동량을 기준으로 2~3% 수준밖에 안된다.
이와 함께 UNESCAP는 TSR연결에서의 물류비 절감 효과를 예상했지만 이 같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지난 2005년 러시아철도공사가 TSR 운임을 30% 가량 올리면서 유럽향 TSR 운임이 해상운송보다 TEU당 1300달러 가량 비싸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의 철도운임 인상이 철도물류의 성장 동력을 흐트러뜨린 꼴이다.
또 몽골의 경우 열악한 철도 인프라로 대륙철도 연결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나진-핫산 복합물류 합작사 설립에 참여하는 범한판토스 관계자는 “TSR은 물류비로는 경쟁력이 없으며 다만 운송기간이 짧은 것이 해상과 비교해 경쟁력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경희 코리아쉬핑가제트 기자 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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