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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들의 쩐 전쟁]‘게이트’주역들의 대박놀음
[맞수들의 쩐 전쟁]‘게이트’주역들의 대박놀음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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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이라크서 에너지 사업 … 전, 러시아 유전개발 혈연·지연·학연도 없는 최규선(47)과 전대월(45). 하지만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매우 많다.
무엇보다 대형 게이트의 핵심인물이라는 점이 같다.
최규선씨는 ‘국민의 정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던 ‘최규선 게이트’(타이거풀스 주가조작사건·Tip1 참조)의 장본인이다.
전대월씨는 참여정부의 대형 게이트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오일게이트’(Tip2 참조)의 주역(?)이다.
대통령의 주변인물과 얽히고설킨 채 사법처리를 받은 점도 대동소이하다.
최씨는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와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2003년 12월 징역 2년형을 받은 바 있다.
‘오일게이트’ 특검에 따라 특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전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대통령 주변인물과 얽히고설킨 두 사람 흥미롭게도 마지막 공통점은 두 사람 모두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해 말 유아이에너지 대표에 오른 뒤 ‘해외 에너지 사업’과 ‘유전개발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아이에너지 측은 총 600억원의 어마어마한 실탄(자금)을 해외 에너지개발 사업에 쏟아 부을 방침이다.
이들의 실적은 현재로선 눈에 띌 만하다.
유아이에너지는 최근 이라크 쿠르드스탄 자치정부의 전력부와 2450억원 규모의 이동식 발전설비 306MW(30만kw)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매출액 대비 7815%에 해당하는 엄청난 액수다.
‘오일게이트’의 전씨도 러시아 석유회사인 ‘톰가즈네프티’의 대주주에 오른데 이어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사인 자동차부품업체 ‘명성’을 인수해 ‘유전개발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씨가 소유한 광구의 매장량은 상당하다.
전씨가 대주주로 있는 러시아 톰가즈네프티 소유 사할린 제8광구의 매장량은 1억5천만 톤이다.
최근 유전개발권을 따냈다는 사할린 북부에 위치한 유즈노-다긴스키 육상유전도 최소 6천만 배럴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전씨 측의 주장이다.
전씨는 “오는 9월부터 7~10개 정도의 유정을 뚫어 생산량을 늘려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석유를 본격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산되는 석유는 한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유전사업 등 ‘에너지 자원개발’보다는 ‘주가 띄우기’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최씨의 유아이에너지, 전씨의 명성은 사업착수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급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좌:최규선, 우:전대월 ⓒ좌: 한겨레 김정효, 우:한겨레 이정아 사진
최씨의 유아이에너지 주가는 지난해 12월13일 6168원에서 크게 올라 6월21일 현재 8110원을 기록하고 있다.
유아이에너지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지난 2000년 말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유아이에너지는 최씨가 대표로 취임하기 직전, 영업손실액이 45억2천만원에 달해,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린 바 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주가가 4천원선에 머물러 있던 명성도 역시 전씨가 대표에 취임한 이후 급등을 계속하더니 현재는 2만680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명성의 주가가 전씨의 대표 등극 이후 무려 600% 이상 훌쩍 뛴 셈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개발사업, 특히 유전사업의 경우 광구의 실체는 있지만 유망성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좀 더 면밀한 타당성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도 “자원개발주(株)는 새로운 테마주이기는 하지만 정보를 분석하기 어려워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주문했다.
‘모 아니면 도’ 식 사업계획 “주의” 에너지사업 전문가들 역시 자원개발 경험이 전무한 기업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고 발표하는 것에 대해선 일단 경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유전개발의 경우, 지질조사→물리탐사→시추탐사→평가정 시추→생산 단계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짧게 봐도 10년 정도가 지난 후 구체적인 성과를 논할 수 있다”며 “때문에 유전개발사업, 에너지사업 등을 쉽게 믿었다간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때 게이트에 휘말려 사법처리까지 받았던 최규선과 전대월. 이들 두 사람이 펼치는 ‘쩐(錢)의 전쟁’이 실제 ‘대박’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주가 띄우기’에 그칠지 궁금하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Tip1 최규선 게이트란?
‘최규선 게이트’는 윤태식 게이트·진승현 게이트와 함께 ‘국민의 정부’에서 터진 3대 게이트 중 하나다.
이 게이트엔 ▲ 최규선씨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개입 의혹 ▲ 최씨가 DJ의 3남 홍걸씨와 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에게 타이거풀스 주식과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자금 조성설 등이 뒤섞여 있어, 정관계 고위층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ip2 오일 게이트란?
참여정부 최대 게이트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오일 게이트’는 철도재단이 유전개발을 위해 설립한 코리아쿠르드오일(KCO)의 러시아 사할린 6광구 유전개발 의혹을 말한다.
이 게이트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의 개입 의혹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는데, 이 의원은 KCO의 대주주 전대월씨에게 에너지전문가인 허문석씨를 소개해 준 장본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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