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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허울뿐인 선진금융, 성장·수익성 ‘STOP'
[커런트]허울뿐인 선진금융, 성장·수익성 ‘STOP'
  • 황철 기자
  • 승인 2007.06.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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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글로벌 스탠더드 주입 … 시장 적응 실패, 내부 반발만 키워 SC제일은행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출범 3년 동안 각종 성장 지표들은 ‘멈춤’ 상태에 놓였고, 합병 후유증을 봉합하지 못해 내부 갈등마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안일한 시장 인식과 방만한 조직 경영의 결과가 고스란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무분별한 글로벌 스탠더드 주입, 해외 본점의 경영 간섭은 현지화·토착화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일은행 인수 초기(2005년 1월), 수년 내 은행권 톱5를 자신하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SC제일은행의 위기는 빈약한 영업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은행권 전체가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하며 자화자찬 분위기에 젖어 있던 올 1/4분기. SC제일은행만은 각종 수익성 지표에서 은행권 최하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뱅크의 최면을 구겼다.
지난 1분기 SC제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128억원으로 국민은행 1조 1825억원의 1/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외환은행(2384억원), 씨티은행(1385억원) 등 타 외국계 은행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실적이다.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도 0.77%를 기록,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1%를 밑돌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야 외국계 은행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라 치더라도, ROA가 1%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미래성장 가능성까지 부정적으로 만든다”면서 “SC제일은행이 말로는 토착화·현지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국내 시장 상황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SC제일은행의 영업 전략을 보면, 타 은행 움직임과 상반된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은행들이 고객편의를 위해 자동화기기(ATM)를 확충할 때, SC제일은행만은 대대적으로 ATM기를 줄여나갔다.
지난 2005년 말 2122대이던 SC제일은행의 자동화기기는 지난해 말 1735대로 감소했다.
해외에서는 지점 당 자동화기기가 2대 이상 있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영업 권역별로 조직을 세분화한 매트릭스 시스템도 국내 실정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나친 수평적 조직 구조가 부문별 이기주의를 불러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범식 노동조합 홍보부장은 “벨류센터별로 조직이 나눠지다 보니 전체 이익보다는 (센터장) 자신들의 실적 쌓기에 바쁘다”면서 “또 해외 본점의 지나친 간섭으로 상품 하나 출시하는데도 개발에서 검토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리기 일쑤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집안 사정인들 조용할 리 없다.
SC제일은행의 경영 실패는 그대로 내부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서울 종로 1가 SC제일은행 본사에는 노동조합을 주축으로 천막 농성이 한창이다.
경영진들의 일방적 조직개편과 해외 본점의 경영 간섭에 반발한 조합원들이 한 달 가까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노사 모두 상시협의회를 통해 상생경영을 이뤄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던 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우 부장은 “SC제일은행의 영업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에는 지방은행보다 못한 성적을 내기까지 했다”며 “경영진들의 시대착오적인 조직운영을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 차라리 투기자본 뉴브릿지캐피탈 시절이 더 낫다는 말까지 들려올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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