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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한미FTA와 수출, 환율에 달렸다
[오피니언]한미FTA와 수출, 환율에 달렸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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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로 수출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수출기업들의 수익도 늘어날 것이라고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
수출량 증가와 수익성 향상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출 물량이 늘어나면서도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실제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자동차 부품회사가 1년에 1억달러(1만개 × 1만달러로 가정)를 수출해서 5%의 이윤율을 올린다다고 하자. 그 기업은 연간 500만달러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환율이 1천원이라면 순이익은 원화로 환산해서 50억원일 것이다.
만약 수출량이 10% 증가하고 환율이 10% 하락한다면 이 기업의 수익은 어떻게 변할까? 수출은 1만1천개일 것이며 따라서 매출액은 1억1천만달러일 것이다.
이윤율이 5%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순이익은 이제 550만달러로 늘어날 것이다.
환율은 10% 하락하여 900원일 것이다.
그럴 경우 원화로 표시한 이 기업의 순이익은 49억5천만원이 된다.
수출량은 10%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10% 환율 하락이 정말 가능한 상황인가. 한미FTA가 그럴 가능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외국인 투자가 증가할 것이다.
FTA 협정이 외국인 투자에 대한 여러 규제를 철폐하고 투자자 권리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당연히 외국인 투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향후 15년 동안 연간 23~32억달러 순유입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포트폴리오 투자는 이보다 훨씬 많이 증가할 것이다.
과거 NAFTA 이후 멕시코 사례를 보면 포트폴리오 투자가 직접투자보다 네다섯 배 많았다.
다른 사정에 변화가 없다면 외국인 투자 증가는 환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정부는 수수방관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대응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지금까지 80조원 가까운 외평기금을 조성했다.
이 가운데 26조원은 환율 하락과 파생상품 거래 손실 등으로 이미 까먹은 상태다.
이 때문에 추가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만약 무리해서 환율 방어에 나선다면 외평기금 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다.
따라서 환율 정책이 두 손 묶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환율이 하락할 때 리스크 헤지가 가능한 대기업들은 헤지를 통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헤지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환율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한미FTA를 통해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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