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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하얀거탑’ 소송의 치명적 오류
[생활법률]‘하얀거탑’ 소송의 치명적 오류
  • 정은현 법률칼럼니스트
  • 승인 2007.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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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 처벌 목적 없이 금전적 보상 여부만 판단 … 판사 훈계 장면은 ‘난센스’ 올해 초 안방을 뜨겁게 달구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하얀거탑’이다.
이미 종영됐지만 ‘하얀거탑’은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많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정보는 작가의 구성이나 드라마 등장인물의 행동에서 나오게 된다.
장준혁은 자신의 오진으로 인해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기존의 드라마들이 소송 과정 등을 생략했다면 하얀거탑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알려주면서 극의 흥미를 높여 갔다.
그렇다면 왜 민사소송이 시작됐을까? 극에서는 장준혁의 오진으로 사망한 가족들이 장준혁의 사과를 받기 위함이라고 소송의 의도를 밝혔다.
과연 그럴까? 민사소송은 서로의 권리나 금전에 관련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공사대금을 주지 않았다.
B가 돈을 받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직접 가서 돈 줄 때까지 버티는 방법이다.
흔히 드러누우면 돈을 준다는 방법이다.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이 채무자의 집에서 팬티 바람으로 누워있었던 장면을 생각해 보자. 두 번째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돈을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형사고소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실상 사기는 아닐 수 있고 무고죄의 염려가 있으므로 마지막 방법은 배제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너무 고전적이고 잘못하면 주거침입, 기물파손 등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입증 서류가 없다면 사실 힘들다.
또 변호사 선임이나 증거수집에 시간과 돈이 필요할 수 있다.
이렇듯 민사소송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 경우, 또는 일방이 지급 등을 거부할 때 마지막으로 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결코 처음이 아닌 끝인 것이다.
다시 하얀거탑으로 돌아간다면, 장준혁은 자신이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망자 측에서는 장준혁의 오진으로 사람이 죽었으니 그 사실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한다.
시청자들의 오해는 사실상 작가의 의도로 시작됐다.
망자의 가족들은 장준혁의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후 2심 판결문을 보면 위자료 지급을 하라는 것이지 사과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더 난센스는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전에 장준혁을 훈계하는 장면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의 민사소송 목적대로 망자의 가족은 망자가 이유 없이 사망했으므로 그 과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었다.
극의 흐름상 이런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사실상 시청자들에게는 그건 논란의 여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1심에서 패소, 2심에서 승소한 망자의 가족들에게 판결은 위자료 지급이었다.
그때 눈물을 흘리며 한을 풀었다며 우는 망자의 가족들에게 돌아온 것은 합의금보다 적은 위자료 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풀이해보자. 이제 장준혁은 망자 가족들에게 위자료 몇 천만원만 주면 모든 소송에서 끝나게 된다.
극중에서도 대법원에 다시 항소를 하면 지급은 몇 년간 보류된다.
대법원에서도 패소한다면 결국 장준혁은 위자료 지급으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난다.
사회적 책임이라든지 외과과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이유도 없다.
이는 망자의 가족들의 사실상 오류였다.
회사에 고용돼 일을 하고 있는 장준혁을 상대로 소송만 제기한 것 자체가 오류다.
개인병원의 경우 병원장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있지만 종합병원은 어디까지나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개인으로 소송이 진행됐다고 장준혁에게 배상책임을 물었으니 병원에서도 장준혁을 외과과장직에서 해임할 수 없다.
정은현 법률칼럼니스트 http://blog.daum.net/think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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