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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도랑 치고 가재 잡는 부동산 처분
[커런트]도랑 치고 가재 잡는 부동산 처분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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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값 내리기 전 팔아야 남긴다” … ‘주가 띄우기’ 속셈도 재계 안팎에 ‘부동산 매각’ 바람이 거세다.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보합 또는 안정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 때문으로 보인다.
부동산 경기 위축에 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분위기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불문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익이 낮거나 가격하락이 예상되는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양평동 사옥·양재 사옥·인천 사옥·부천 사옥 등 7개 빌딩을 3천억원 안팎에 매각한데 이어 올 1분기엔 서울 강남권의 대치사옥과 능동사옥 등 700억원대 부동산을 추가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꼽히는 패션·의류업체인 태창기업도 경남 양산시 소재 토지 및 건물, 부속설비를 628억원에 처분했다.
매각액은 자산총액의 74%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태창기업은 “차입금 상환 및 운영자금 확보가 부동산 매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프라임개발 ‘명동 아바타몰’ 매각 임박 LS산전도 역시 지난 2005년 전북 군산시 소재 부동산을 472억원에 매각한데 이어 최근엔 경기도에 위치한 비업무용 토지 660만㎡를 추가 처분할 계획이다.
강남 테크노마트를 소유하고 있는 재계의 ‘신흥강호’ 프라임개발도 최근 명동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아바타 건물(옛 코스모스백화점)을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아바타건물에 입주해 있던 프라임저축은행이 지난 6월25일 서울 소공동 서울센터로 이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명동 아바타 건물의 정확한 매매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시지가’가 15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 수천억원은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매각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기업도 비일비재하다.
해태제과는 남영동 사옥과 천안1공장·후암동 중앙연구소 등 부동산을 처분해 1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중인 팬택계열 역시 ‘회생자금’ 확보 차원에서 마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소재 신사옥을 처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을 매각한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처분 이유로 내세운다.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해 ‘현금 확보’를 꾀할 목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자산 구성을 바꿔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부동산 가치가 한껏 올라있을 때 매각해 많은 차익을 남기려는 속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동성 확보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기업들이 자산 디플레이션(가격 하락)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부동산을 매각하는 양상”이라며 “막대한 금액을 묶어 두느니 핵심 사업에 투자하거나 재무 구조 개선에 사용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론도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는 명분일 뿐이고 실제론 ‘주가 띄우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전문가 이성희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자사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재무구조의 건전성 확보 등을 운운하는데, 이는 현금유동 능력이 충분한 기업이 돈 없다면서 엄살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자사 부동산을 처분하는 목적은 아마도 매각차익에 대한 기대와 주가 띄우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을 처분한 기업들의 주가가 처분 시점부터 급등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실제 부동산 처분을 발표(공시)한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오름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령 600억원대 자산매각을 발표한 태창기업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그림1). 지난 4일 현재 가격제한폭인 1만9700원까지 올랐고, 거래량도 10만주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부동산 처분하자 주가 상승 SK의 사례는 더욱 눈에 띈다.
SK는 지난해 중순 인천 용현동 물류부지 센터(33만5032㎡·1936억원), 174개소의 주유소 및 충전소의 토지를 연달아 처분했다.
흥미롭게도 지난해 9월15일 밑바닥(5만8천원)을 때린 뒤 회복조짐이 보이지 않던 SK 주가는 부동산 처분 시기를 전환점으로 상승, 현재는 13만4500원을 기록하고 있다(그림2). 이성희 변호사는 “부동산 처분이 주가 상승의 절대적 변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앙인터빌의 한치호 자금담당 이사는 “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또는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계획일 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부동산 처분”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현금 유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에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들이 지금 자사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은 매각차익을 많이 남기려는 것과 주가를 상승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부동산 처분 하나로 도랑 치고 가재도 잡겠다는 심산이라는 설명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부동산 매각 열풍 ‘2006년’부터

상장기업 부동산 처분액 734억 지난해 부동산 처분 총 29건 … 2005년 대비 두 배 증가

기업들의 ‘부동산 매각 러시’는 사실 새삼스럽지 않은 일이다.
지난해 ‘열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유형자산 처분 공시 중 부동산 처분은 총 29건에 달했다.
이는 2005년 15건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숫자다.
특히 이들의 전체 처분액은 734억원으로, 회사 자산 총액의 7.3%에 달하는 상당한 액수다.
지난해 가장 많은 부동산을 처분한 기업은 녹십자홀딩스로 토지와 건물을 1300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고, 12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소재 부동산을 1028억원에 처분키로 한 동일방직이 뒤를 이었다.
이들 회사의 이번 부동산 처분 금액은 회사 자산 총액의 각각 43%, 31%에 달했다.
이밖에도 두산인프라코어(경기 광명 철산동·820억원), 한국유리공업(인천 동구 만석동·739억원), 쌍용(인천 중구 신흥동·602억원) 등이 대규모로 부동산을 처분했다.
한편, 지난 2005년 가장 많은 처분금액을 올린 기업은 본사 사옥 등을 매각한 SK인 것으로 나타났다.
처분금액은 무려 4500억원대. 또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소재 토지 및 건물을 매각한 제일화재의 처분액은 360억원,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소재 부동산을 처분한 동양메이저는 30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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