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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외국계 투기자본, M&A시장 '쥐락펴락'
[스페셜리포트]외국계 투기자본, M&A시장 '쥐락펴락'
  • 전민정 기자
  • 승인 2007.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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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자금력 앞세워 국내시장 평정태세…규제수단 전무, 세금 회피 부작용 심각 지난 6월26일, 미국 사모펀드 스틸 파트너스의 지분 인수 타진 소식에 샘표식품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전날 증권업계에서는 스틸파트너스가 샘표식품의 2대 주주인 ‘마르스 1호’(우리투자증권이 만든 사모펀드) 측에 샘표 지분 29%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절대강자로 부상한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도 가공할만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개방, 적대적 M&A의 전면 허용을 계기로 외국 투기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모펀드의 국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지분 인수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말 현재 시가총액 643조원의 41.66%인 261조원에 이르며, 이 비중은 아시아에서는 최고 수준이다.
또 소버린(SK), 칼 아이칸(KT&G) 등의 외국계 사모펀드는 높은 지분율을 바탕으로 경영 간섭을 시도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크게 위협받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모펀드는 ‘먹튀 자본’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모아 주로 기업을 인수하거나 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한 뒤 구조조정 등을 통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주식을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으며 때로는 적대적 M&A와 같은 강성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계 사모펀드인 뉴브릿지캐피탈은 99년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의 지분을 인수한 후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되팔아 5년 만에 1조 1천500억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미국의 군수자본인 칼라일 펀드는 2000년 한미은행 매각차익으로 7천억원을 벌어들였다.
론스타의 경우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불법 인수한 후 2년 만에 무려 4조 5천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산업현장에서는 주로 자금난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부실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청산, 대량해고 등의 방식으로 매각 차익을 챙기고 있다.
JP모건의 자회사인 썬세이지(Sun Sage)는 2002년 유상감자를 통해 (주)만도로부터 950억원을 회수했으며, MP(매틀린 패터슨) 펀드는 2005년 4월 오리온 전기를 헐값인 600억원에 인수한 후 OLED 등 알짜배기 사업은 해외에 매각하고 차익만 챙긴 채 6개월 만에 기업을 청산했다.
한미 FTA 계기로 유입 가속화 전망 그러나 향후 자본시장의 흐름을 감안했을 때 전 세계 사모펀드의 규모와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5월 발표한 주간 금융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총 722개의 사모투자펀드가 설립되어 출자약정액 기준, 4530억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1/4분기 중 총 880억달러의 투자자금이 PEF로 유입되었으며 현재 활동 중인 PEF가 1016개에 이르는 올해에도 사모펀드의 확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연기금과 보험회사, 재단기금, 부유한 개인 등 투자자들이 맡긴 막대한 자금이 사모펀드로 몰려들면서 블랙스톤과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KR)의 운용자산이 200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개별 사모펀드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로이터 통신은 KKR이 중동의 오일머니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미국 최대 화학업체인 다우케미컬의 인수를 추진 중에 있다고 보도해 이목을 끌었으며, 이어 5월에는 사모펀드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에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한미 FTA 체결, 주주제일주의 확산 등을 계기로 국외 사모펀드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대한통운, 대우인터내셔널 등 1~10조원대에 달하는 대형 기업의 M&A가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어느 때보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사모펀드의 움직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제 투기자본들이 글로벌 M&A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함에 따라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특히 과거와 달리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하고 있으며 적대적 M&A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적 규제 전무, 세금 회피 부작용 심각 공모펀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으기 때문에 엄격한 법적 통제를 받지만, 소수의 기관투자가로부터 비공개로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도 “현재 금감원 차원에서도 사모펀드에 대한 별다른 규제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
이에 국부 유출, 경영권 위협 등 사모펀드 세력 확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영주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펀드 자본주의의 명과 암>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투기성 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기업의 경영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면서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론스타도 한·벨기에 조세조약에 따라 한국이 과세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 정부는 사모펀드가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됨에 따라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사모펀드로서는 처음으로 블랙스톤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데 이어 KKR 그룹, 텍사스 퍼시픽 그룹(TPG) 등 세계 유수 사모펀드들도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사모펀드에 대한 과세와 감시 규제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9일 주간 금융브리핑을 통해 “최근 미국에서 사모펀드에 대해 일반 기업과 동일한 법인세율을 적용하자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으며 영국 금융감독청(FSA)도 2012년부터 금융기관의 펀드에 대한 융자 현황을 6개월에 한 번씩 점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판 엑슨-플로리어법 도입 촉구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주요 기간 산업체의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으면서 적대적 M&A에 대한 위협이 커지자 한국판 엑슨 플로리어법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8년 발효된 미국의 엑슨-플로리오법(Exon-Florio Act)은 기간산업, 안보 관련 기업을 해외 자본이 인수할 경우 대통령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미국 종합무역법에 포함시킨 조항. 지난해 12월29일 열린우리당 이상경 의원이 ‘국가안보에 반하는 외국인 투자 규제 법안’을,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지난 3월15일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 한국판 엑슨-플로리오법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외자유치 위축 등을 우려한 산자부와 재정경제부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이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이상경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주요 기업들이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투기 자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며 “국가의 주요 기간산업 및 주요 기업들을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해서는 한국판 '엑슨-플로리어 법'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민정 기자 puri2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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