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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무차별 신용조회 막아야 한다
[오피니언]무차별 신용조회 막아야 한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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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상담만 받아도 신용조회를 당해 신용등급이 깎인다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국민들은 제대로 고지 받고 있지 못한다는 것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신용평가회사에 따르면 상담을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고 그래서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조회를 남발해도 자사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고, 여러 은행을 다니며 이자율 등을 비교하는 까다로운 고객들에게는 신용등급을 이유로 대출을 안 해 주면 그만이다.
이렇게 은행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대부업체 등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용조회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는 금융기관, 휴대전화 대리점, 중고차 매매, 초고속 인터넷 회사 등 계약서를 작성하는 상거래가 거의 모두 해당되며 심지어 위성방송 안테나를 달아줄 때도 신용조회가 실시된다.
문제는 이 같은 무차별적인 신용조회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는 데 있다.
규제를 하려해도 규제할 근거가 되는 법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개인 신용정보는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의 판단 목적으로만 이용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때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업체들이 ‘상거래 판단 목적’ 하에 고객 동의 없이 마음대로 신용 정보를 조회한다 해도 이를 막을 수도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개인 신용정보가 신용평가 회사 등에 아무런 제한 없이 공급되는 것도 문제다.
한 신용평가 회사는 국내 성인 인구보다 많은 3800만명, 6억5천만건의 신용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들 신용평가 회사는 무료로 개인 신용정보를 공급받으면서도, 이를 보여 줄 때는 조회료를 받는다.
각 업체들이 고객 신용조회를 남발할수록 신용평가 회사로서는 이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용조회를 당한 사람은 신용등급이 떨어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결국 사금융의 악순환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나라의 신용 등급 산정 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고객의 신용도를 조사하면서 긍정적 측면의 정보는 거의 공유하지 않는 반면, 연체 등 부정적 측면의 정보는 얼마든지 공유한다는 점이다.
각 금융기관들은 자사의 보유정보를 영업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어, 우량고객을 타 금융회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긍정적인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유인을 갖고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국내에는 우량정보 및 불량정보를 통합하여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선진화된 분석 도구와 선진국 수준의 개인 신용 평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신용 등급 산정을 네거티브 방식으로만 하다 보니, 신용등급이 하락하기는 쉬운 반면 올라가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구조로 돼있다.
그럼에도 재경부나 업계는 ‘신용정보 조회해도 점수가 많이 깎이지 않는다’ ‘대출 상담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는 것은 과장됐다’는 등 면피성 대응만 하고 있을 뿐, 근원적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가 부족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부정적 신용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는 제한하고, 긍정적 신용 정보의 공유는 확대하여 신용 평가 방식을 선진화해야 한다.
아울러 공유된 우량 정보가 금융산업의 공동 자산이라는 인식 하에, 우량 정보 위주의 신용 등급 산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만큼, 업계 자체의 개혁 노력과 감독당국의 정책적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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