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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은행 선공에 ‘동분서주’ 대응도 ‘제각각’
[커런트]은행 선공에 ‘동분서주’ 대응도 ‘제각각’
  • 황철 기자
  • 승인 2007.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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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률·수수료 인하 대세 … 대형사 ‘관망’ 한국·미래에셋 ‘노심초사’ 금융당국의 펀드 보수 인하 방침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펀드 시장 선진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긍정론과 판매사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선다.
수수료 인하 반대에 한목소리를 내오던 판매사 간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엿보인다.
일부 대형은행들이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들의 연대 전선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국민은행은 지난달 가장 먼저 판매 보수 10% 인하를 단행했다.
기왕 피할 수 없는 보수율 인하라면, 선제적으로 대응해 실리부터 챙기자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최근 펀드 열풍 정도를 볼 때, 오히려 박리다매를 통해 비약적인 판매고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은행권의 경우, 전체 수익에서 펀드 판매 비중이 5%에도 미치지 않아 악수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은행권 맏형격인 국민은행의 선공으로 딜레마에 빠졌다.
판매보수 인하에 맞대응하자니, 수익 구조 악화에 따른 업계 전체의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은행에 펀드 판매 주도권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서 강 건너 불 보듯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적립식 펀드를 가장 많이 팔고 있는 국민은행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전면적 보수제 개선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라며 “향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타 은행들이 동참하면, 증권업계에서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표면적으로 ‘인하 반대’의 배수진을 치고 있는 증권업계에서도 조용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체 수익에서 펀드 판매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인하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우리투자·현대 등 대형사들의 경우 수익증권 판매 수익 비중이 5% 이하에 불과, 은행권 평균을 하회한다.
판매 보수 인하를 단행하더라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증권업계 내부적으로도, 맹렬히 치고 올라오는 중소형 증권사들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향후 이들을 매개로 은행·증권사들이 뒤엉킨 과당 경쟁이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판매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면 판매사들이 선취 수수료를 노리고 단기투자만을 유도하는 등, 오히려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며 “또 중소형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경우, 증권업계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등 펀드 판매로 승승장구해오던 신흥 강호들이다.
이들은 수익증권 판매로 얻은 이윤이 전체 수익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 판매 보수가 1%만 낮아져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과거 무차별적 수수료 인하 공세로 대형 증권사들을 곤란에 빠뜨렸던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지난 2000년, 온라인을 활용해 위탁매매수수료를 기존 1/5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낮춰, 업계에 파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뱅키스’를 내놓으며 대형 증권사 최초로 저가 수수료 대열에 동참했다.
당시 이들은 대형 증권사는 물론 업계 전체로부터 시장 교란의 주동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파격적 수수료 인하로 대형사의 영역을 잠식해 왔던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 이들이 이번에는 비슷한 형태의 역공에 한방 먹게 된 셈이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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