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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선택진료제로 '누워 돈 먹기' 의혹
[커런트]선택진료제로 '누워 돈 먹기' 의혹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7.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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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수익, 병원 전체 수입의 15% 육박…시민단체 “편법·불법 난무” 주장 ‘선택진료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시민단체들은 선택진료제가 대형 병원들의 배만 가득 채워주고 있다며 불만을 내비친다.
일부에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극단적 폐지운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형 병원들의 시각은 크게 다르다.
선택진료제가 폐지되면 환자들의 의사선택권이 박탈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본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선택진료제 공방.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선택진료제 공방 ‘치열’ 선택진료제가 도입된 것은 2001년 7월, DJ정부때다.
‘환자가 직접 의사를 선택함을 통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게 도입취지였다.
선택진료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 특정자격을 갖춘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Tip 참조). 이를테면 ‘특진’(特診)을 확대 적용한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론적으로 선택진료제의 장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진료 만족도가 매우 높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실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의사를 직접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택진료제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 2004년 보건의료노조가 입원 및 외래환자·보호자 8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8%가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10명 중 9명이 선택진료제를 반대한 셈이다.
반면 ‘(선택진료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5.8%에 그쳐, 큰 대조를 보였다(그림1 참조). 2005년 실시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만5340명 중 67.5%가 선택진료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그림2 참조). 선택진료제가 이처럼 홀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전문시민단체 ‘건강세상네트워크’에 제보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선택진료제 불만사항을 살펴보자. 김민준(가명·38)씨는 평소 심한 요통으로 고생했다.
일반 병원치료조차 무용지물이었다는 게 김씨의 말. 그는 결국 A 통증클리닉의 모씨를 ‘나만의 의사’로 택했다.
선택진료를 받아 요통을 뿌리 뽑을 참이었던 것. 다소 높은 진료비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요통만 고칠 수 있다’면 괜찮다고 여겼다.
실제 선택진료의사(이하 선택의사)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으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 요통을 고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맞춤형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선택진료를 신청하면 그에 따른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병 치료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선택진료제는 그의 기대를 산산이 무너뜨렸다.
임상병리과·진단방사선과 등에서 진료를 받는 동안 선택의사를 만난 것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대부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의사가 진료를 맡았다는 얘기다.
그를 낙담케 한 것은 이 뿐 아니다.
김씨가 받은 영수증엔 선택의사가 담당하지도 않은 임상병리과·진단방사선과 관련 비용까지 ‘선택진료’ 명목으로 추가계상돼 있었다.
ⓒECONOMY21 표
앞서 언급했듯 선택진료 비용은 선택의사로부터 ‘직접’ 진료를 받은 경우에만 적용된다.
김씨의 사례처럼 선택의사가 진료치 않은 경우엔 추가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분기를 참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자신이 애써 선택한 의사로부터 변변한 진료를 받지 못한 것도 모자라 알 수 없는 비용까지 추가로 지급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김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이와 같은 사실을 민원처리했고, 돈을 환불받았다.
김씨는 “심평원에서 임상병리과·진단방사선과 등에선 선택진료가 확인돼지 않으므로 비용이 과다계상된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선택진료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돈만 날릴 뻔 했다”고 목청을 한껏 높였다.
환자 피해사례 부지기수 최민영(가명·34)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선택진료비는 7만원에 불과했음에도 본인부담총액은 2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던 것. 이유는 역시 선택진료와 상관없는 비용이 과다 계상돼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씨와 너무도 똑같은 사례다.
최씨는 “병원측과 옥신각신한 끝에 돈을 내지 않았다”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선택의사 피해사례는 부지기수다.
선택진료제에 대해 잘 모르는 환자의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반면 대형병원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머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역 대형병원의 경우, ‘선택진료’와 관련된 수입은 전체의 12%에 달한다.
2003년 S대학병원은 병원 진료수입 중 무려 17%를 선택진료에서만 올렸다.
대형병원들이 환자들에게 선택진료를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다.
또한, 선택의사 숫자가 최근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선택의사가 늘어나야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현재 선택의사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K의료원의 경우 전체 25여개 진료과 중 17개과엔 선택의사밖에 없다.
서울 P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체 16개 진료과 중 9개의 과에는 아예 선택의사 뿐이다.
‘선택진료를 강요받는 게 환자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선택의사가 많아야 그만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현재 선택의사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K의료원의 경우 전체 25여개 진료과 중 17개과엔 선택의사 밖에 없다.
서울 P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체 16개 진료과 중 9개의 과에는 아예 선택의사 뿐이다.
‘선택진료를 강요받는 게 환자들이 처한 현실’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여기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선택의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면허취득 후 15년이 지난 치과의사 및 한의사 ▲전문의 자격인정을 받은 후 10년이 지난 의사 ▲대학병원 또는 대학부속 한방병원의 조교수 이상만 자격이 있다.
그렇다면, 주요 대학병원에 선택의사가 어떻게 넘쳐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전문의 경력이 10년 차 아래인 의사에게도 임의로 조교수 자격을 주고 선택진료를 하는 일도 있다”라고 말했다.
‘선택의사 자격’을 주고자 편법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공정위 신고, 결과 주목돼 건강세상네트워크·사회보험지부 등 시민단체는 최근 “선택진료제가 환자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제도로 전락해 병원의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아산병원 서울 소재 5개 대형병원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법적 대응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종합병원 특진제에 대해 내부검토를 거쳐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어차피 특진제는 환자들의 불만이 높아 작년 국정감사 때부터 계속 지적된 사안이어서 올 하반기에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은 여전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환자를 위한 선택진료제가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선택진료제를 악용해 돈을 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면서 “공정위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공정위의 심판대에 오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택진료제. 그 끝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선택진료제도란?
선택진료제도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 시 특정 자격을 갖춘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진료는 1963년에 ‘특진’이라는 명칭으로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으며, 이후 대상기관의 범위가 확대돼 현재 병원급 이상 국공립 및 민간의료기관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선택진료제를 신청하면 환자 또는 보호자는 추가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선택진료에관한규칙’ 제5조는 선택진료비용은 ‘선택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등이 직접 진료한 진료행위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 또는 의사가 선택한 의사가 ‘직접’ 진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추가비용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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