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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 분석]대기업 불공정거래 '이제는 NO'
[진단과 분석]대기업 불공정거래 '이제는 NO'
  • 김대섭 기자
  • 승인 2007.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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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금 미지급, 계약해지 등 관행 여전 … 신고센터 출범으로 개선 기대감 커져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을 근본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분쟁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대금 미지급, 단가인하 요구, 기술탈취, 계약해지, 사업영역 침범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분쟁과정에서 항상 약자인 중소기업만 곤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A사 대표는 대기업의 단가인하(CR) 요구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부품업체 관리를 이유로 재무제표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단가인하를 통보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측은 올초 1차적인 단가인하를 요구했고 지난 5월께 추가적으로 5% 인하를 재요구한 상태다.
A 대표는 “특히 대기업의 임원이 바뀌면 원가절감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협력업체들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등 비용상승으로 손해를 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럴 때,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기 때문에 원가절감 노력을 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에 특허상품을 납품하는 B사 대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모 대형마트와 바구니제품 50만개를 대량 발주하기로 하고 단가 2500원의 제품을 500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모 대형마트는 실제로 30만개만 발주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게다가 B사가 다른 대형유통점에 상품을 납품할 수 없도록 각서제출까지 요구하고 있다.
B사 대표로서는 어처구니없는 대기업의 횡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봉’인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대기업 협력업체 195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2007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 애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4.6%가 과도한 단가인하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지나친 품질수준 요구(39.0%), 납기일 촉박(34.9%), 원사업자의 발주취소 및 변경(19.0%) 등 대기업의 횡포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는 과도한 단가인하 요구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대기업이 매년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대기업들 간의 치열한 가격경쟁과 원자재가격·환차손·임금인상 등에 따른 비용증가 및 이의 전가 필요성이 주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여러 이유를 내세워 중소기업에만 경영책임을 지우려는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가 앞장서서 이런 관행을 하루빨리 고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기업의 단가인하 요구는 협력중소기업에 단계별로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에게 똑같이 단가인하 또는 기술개발비·시설개체비 축소 등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ECONOMY21 표
결국 대기업의 단가인하는 2, 3차 협력업체에게 더 큰 피해를 전가하게 되고 1차 협력업체의 기술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들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경영간섭, 납품대금 결제수단 변경 등 좀 더 음성화되고 지능화되는 추세로 중소기업의 시름은 계속 깊어만 가고 있다.
구조적인 근본 문제부터 풀어야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상호 평등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대·중소기업 간의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의 중소협력업체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6년 이상 장기간 거래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 가운데 절반 가량은 총 매출액 중 주거래 대기업에 대한 매출비중이 50% 이상 차지해 전속적 거래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전속적 관계는 중소기업이 항상 약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중소협력업체들이 주거래 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납품대금은 현금성(전자어음 포함)이 약 70%, 어음이 약 3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이후부터 현금성 결제비중이 상승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어음대체결제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연평균 6%의 금융비용을 납품 중소기업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간 실질적인 상생협력이 이뤄지려면 우선 납품대금의 현금 결제비중이 확대되어야 한다”며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도 꾸준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적 분쟁해결 기대해도 될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개소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중기중앙회 내에 설치된 신고센터는 대금 미지급, 단가인하 요구, 기술탈취, 계약해지, 사업영역 침범 등의 다양한 분쟁을 자율적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분쟁조정 기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시간과 비용문제로 민사소송 등 제도권 내의 분쟁조정 절차를 활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무료법률 상담 등 행정적 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 3명, 세무사 2명, 변리사 1명 등 외부전문가로 이루어진 법률자문단도 구성할 방침이다.
신고센터는 우선 8월 중 대·중소기업 간 분쟁조정 사례집을 발간해 불공정거래의 원인과 정책개선 과제를 발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또 9월 중에는 시민단체, 학계 등과 공동으로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관행 정착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으로부터 불공정 하도급거래를 당한 중소기업이 중기중앙회에 설치된 ‘제조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분쟁을 적극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장윤성 중기중앙회 상생협력팀 과장은 “신고센터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적 분쟁해결 노력 및 상생협력 촉진의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사업조정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중소기업 자체도 정부와 대기업에 의존하려는 의식을 버리고 대기업에 필요한 기업이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품질향상 및 납기준수 등 경제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기술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소기업 스스로 전문화 및 글로벌화에 힘써 대기업에 대한 교섭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중소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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