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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일방통행식 정책 … 시장 혼란만 ‘가중’
[커런트]일방통행식 정책 … 시장 혼란만 ‘가중’
  • 황철 기자
  • 승인 2007.08.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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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조이기 과도한 집착 … 금리인상, 외화대출 규제 등 ‘불만 폭증’ 한국은행의 부적절한 자본시장 개입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내놓는 정책마다 시장 상황과 괴리를 보이면서, 일방통행식 통화금융정책에 대한 불만이 치솟고 있다.
중앙은행이 도리어 시장 혼란을 주도하고 있다는 다소 과격한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달 들어 굵직한 사고(?)를 많이 쳤다.
지난 9일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단행한 콜금리 인상 조치는 시대착오적 발상의 백미로 꼽힌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콜금리를 2개월 연속 인상한 직후, 기다렸다는듯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가 펀드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이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가 이어졌고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내 유동성을 잡겠다는 한국은행의 판단에 연거푸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시장 혼란이 계속되면,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며 하루 만에 말을 바꾸기도 했다.
전후맥락을 볼 때 ‘오비이락’격이었다는 동정론도 제기되지만, 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상황 인식 부족을 질타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행은 세계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 우려를 표하며, 유동성 공급에 나선 상황에서 나홀로 엇박자를 냈다”면서 “국내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겠지만, 전후 사정을 볼 때 미국발 위기에 대해 다소 안일한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필수적인 정책이라도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시의적절하게 내놓지 않으면 실패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외화대출 용도 규제 역시 시장 상황에 역행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부터 해외사용 실수요 목적자금을 제외한 외화대출을 전면 금지(제조업체의 시설자금 제외)하기로 했다.
그동안 창구지도 차원에서 이뤄지던 소극적 단기외채 규제 방침을 바꿔, 시행세칙까지 개정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시중은행에는 외화대출금 적법 사용 여부를 감시하는 사후관리 의무까지 주어졌다.
이번에도 한국은행의 최대 목적은 과잉 유동성 축소와 환율 안정이다.
한마디로 해외 외화 차입을 봉쇄해 원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부동산·주식시장으로 편법 유입되는 외화대출을 규제해 유동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중앙은행의 기대와 상반되게 흘러가고 있다.
외화차입 규제와 미국 서브프라임 쇼크의 파장이 맞물리면서 도리어 단기외화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몰고 온 것이다.
여기에 자본시장 과잉 개입에 대한 산업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당장 외화대출 만기가 도래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외화대출금을 국내 운용자금에 써왔던 기업들은 기한 연장이 어렵게 됐다.
기한이 늘지 않는 이상, 금리가 높은 원화대출로 돌려 막는 수밖에 없어 이자 차이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엔고현상에 의한 환차손까지 겹쳐있다.
해운·조선 등 국내 기업 간 계약까지 달러로 체결하는 게 관행화된 업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당장 제도 시행 이전에 계약한 사업에 대해 달러로 대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자금을 마련할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이들은 고금리 원화대출 후 달러로 교환하거나, 심지어 계약을 파기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정책 시행에 앞서 업종별 상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년 이상 계속된 창구지도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시장 혼란을 감수하면서 외화대출을 규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최근 한국은행의 정책들을 보면, 유동성 조이기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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