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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최악 건설경기에도 거침없이 ‘高…高…’
[커버스토리]최악 건설경기에도 거침없이 ‘高…高…’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10.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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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줄도산 괴담’ 현실화 … 내실경영으로 승부건 중소 건설사 ‘우뚝’ 대덕건설 신용등급 호전, 성일건설 매출 급상승, 요진산업 부채비율 하락 그랑시아(세종건설), 해피트리(신일)….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아파트 브랜드들이다.
대형 건설사 못지않은 브랜드 파워는 세종건설과 신일의 큰 자랑거리였다.
이들이 ‘건설경기 한파(寒波)’ 속에서도 공격경영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개미구멍 하나가 단단한 둑방을 송두리째 허물어뜨리는 법. 미분양률이 날로 높아지고 미수금이 늘어나자 이들 역시 침체된 건설경기의 ‘쓰디쓴’ 진면목을 맛봐야 했다.
부도라는 뼈아픈 ‘고배(苦杯)’였다.
중소건설사 최악의 자금사정 대표적 중견건설사 세종건설, 신일의 부도사태는 건설업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의 심경은 ‘카오스’를 방불케 한다.
“저들이 무너질 정도라면…”이라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될 정도다.
이는 뒷주머니 차고 앞에선 곡(曲)소리내는 엄살이 아니다.
중소 건설사들의 경영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줄도산 괴담’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짜임’ 브랜드로 유명세를 탔던 세창이 도산했고, 올해 들어선 한승, 동도건설, 우남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죽음의 선(死線)을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는 건설사도 여럿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특별분양을 실시 중인 ㄱ건설은 최근 부채비율이 600%를 훌쩍 넘어서 어음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남양주에서 ‘미분양 털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ㄴ건설은 분양수익의 대폭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하도급 대금 미지급건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건설도 장단기 차입금의 증가로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섰다.
△건설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잠실 재건축단지의 전경. ⓒECONOMY21 사진
한차례 부도로 주인이 바뀐 ㄹ건설 또한 도산 가능성이 꼬리를 물고 있다.
청주에서 대단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ㅁ건설은 아예 부도 1순위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지 오래다.
코스닥 상장 중소 건설사들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억대에 달하는 융통어음을 발행하는 건설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융통어음은 일시적인 자금순환을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대개 자금난 해소가 목적이다.
코스닥 상장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여기까진 차라리 ‘약과’다.
지방에 진출한 중소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은 최악이다.
대한건설협회 광주광역시 소속 120개 회원사 중 지난해 상반기 단 한건의 수주조차 올리지 못한 건설사는 50개에 달한다.
충북도회에 소속된 350개 건설사 가운데서도 60%만 공사를 수주했다.
일감을 따내는 것조차 이젠 ‘하늘의 별따기’라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지방 소재 중소건설사들의 금고 속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2006년 4~7월까지 당좌거래가 중지된 건설사 수는 총 160개. 그 가운데 지방업체는 78.7%에 해당하는 126개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수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상반기 지역별 수주증가율을 보면 지방 건설사의 경우 22.7% 감소했다(표1 참조). 특히 부산, 광주, 울산, 전북, 경북 지역은 50%가 넘는 높은 수주감소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규한 성일건설 전무는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이전 같지 않다”며 “자칫 잘못하다간 모두 도산할 수 있는 위기”라고 말했다.
지방 중소건설업체 줄도산 위기 중소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건설물량이 급감한 게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다.
건설경기는 2003년 수주액 102.4조를 기록한 후 94.6조(2004년), 99.4조(2005년)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ECONOMY21 표
지난해 107.3조원을 올려, 2005년 대비 8.0%의 신장세를 보였지만 이는 선(先)수주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분석. 한마디로 반짝 상승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환산한 ‘불변’(不變) 수주가격 기준에 따르면 2006년 수주액은 81.4조원으로 2003년 대비 7% 감소했다(표2 참조). 중소 건설사수가 대폭 증가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라는 지적이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일반 건설업체수는 1만2914개. 97년 대비 3.3배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일반 건설업체 1개사의 평균 수주액도 97년 205억원에서 2005년 7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표4 참조). 중소 건설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또한 공공입낙찰제가 크게 변화한 것 역시 중소 건설사들에겐 달갑지 않다.
발주규모의 대형화로 중소 건설사들의 설자리가 좁아진 탓이다.
가령 대형 건설사들의 주된 사업영역인 ‘설계시공 일괄 및 대안입찰공사’(Tip1 참조)의 비중은 2001년 14.0%에서 2005년 35.6%로 급증했다.
반면 중소건설사들의 영역인 적격심사공사(Tip2 참조)의 비중은 2001년 70.7%에서 2005년 52.3%로 감소했다.
그만큼 중소 건설사들의 입지가 줄어든 셈이다.
이뿐 아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이 침묵하면서 분양단계에서부터 미분양 물량이 대량 쏟아져, 중소 건설사들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분양→영업상 현금적자→자체 차입금 증가→시행사 대여금 증가→부채비율 급상승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관련 기사 28면). 안광섭 대한건설협회 조사금융팀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9만 가구에 이르고, 이 가운데 90% 이상이 지방에 쏠려 있다”며 “1가구의 분양가격이 최소 2억원이라고 가정하면 18조~20조원이 묶여 있다는 것인데, 어떤 중소 건설사가 버틸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안광섭 팀장은 또 “부동산 경기가 회생하지 않는 한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사태는 막기 힘들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소 건설사들이 경영난을 겪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국 주택경기 부진이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부도난 회사는 모두 주택 전문건설업체다.
‘예화음인’ 브랜드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다 도산한 한승종합건설은 공사실적 100%가 아파트 등 건축부문이었다.
세종건설도 주택실적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숱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각양각색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사전예방이나 대책은 고사하고, 분양시장을 더욱 침체시키는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팀장은 “분양가상한제, 원가공개제도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곧 있으면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아파트 구입에 대해 ‘관망세’를 보이고 있고, 아파트 분양시장은 더더욱 얼어붙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전세값이 폭등하고, 오피스텔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데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안 팀장의 말이다.
ⓒECONOMY21 표
그러나 다른 의견도 없지 않다.
건설업계의 위기는 일부 건설사들이 주택 수요 등을 감안치 않고 무분별하게 사업확장을 꾀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경기가 한껏 달아올랐을 때 내실경영전략, 마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발휘해 현재는 탄탄한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소 건설사도 분명히 있다”며 “줄도산 사태를 반드시 부동산 시장의 침체 또는 부동산 정책 때문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꼬집었다(관련 기사 30면). 실제 자본금 86억원의 금강주택의 영업이익은 -164억원(2005년)에서 +333억원(2006년)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매출액이 급증한 덕분에 비교적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인천 건설업계의 기둥격인 대덕건설의 상승세도 뚜렷하다(관련기사 26면). 매출은 2005년 1200억원에서 2006년 1500억원으로 껑충 뛰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16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2006년 BB°에 그쳤던 신용등급은 올해 BBB-로 두 단계나 상승했다.
건설경기 침체 예외인 중소 건설사들 도급순위 103위의 요진산업도 57.99%의 부채비율을 기록, 비교적 우량한 재무구조를 뽐내고 있다.
30년 전통의 성일건설 또한 2년간 수주액이 2005년 540억에서 지난해 645억원으로 20% 가까이 신장했다.
부채비율은 118%에서 95%로 23% 줄어들었다.
유동비율과 순이익률도 각각 25%(2005년 163%→2006년 188%), 3.4%(2005년 2.4%→2006년 5.7%)로 늘어났다(관련기사 27면).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려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소 건설사도 적지 않다.
자체 브랜드 ‘필 유(fillU)’로 유명한 우림건설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총 사업규모가 2조5천억원대에 달하는 복합단지 ‘우림애플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4만㎡의 대지에 아파트 3500채와 호텔, 사무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지를 수도권 일부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고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월드메르디앙’의 월드건설도 북미시장에서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 지역에 주상복합아파트 1천채를 공급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고 있고, 미 캘리포니아 지역에 타운하우스 1천채를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8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현진 에버빌’의 현진그룹도 두바이의 비즈니스베이와 중국 상하이 근처의 쿤산, 베트남의 최대 도시인 호찌민에 주상복합아파트 3200여채를 분양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기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 중소 건설사들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는 주택건축 비중을 대폭 낮춘 업체들이다.
건설경기 호황기 때 지방에 진출하지 않거나 무리한 사업확장을 꾀하지 않은 것도 공통점이다.
‘내실경영’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ECONOMY21 표
박영준 성일건설 부장은 “단 한번도 동시에 주택건설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보수적일 정도로 안정적 경영전략을 추구한 게 지금의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질 수 있는 원동력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일찌감치 눈을 돌린 중소 건설사도 성공의 반열에 올라서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기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여겨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실경영을 꾀하고, 대기업 브랜드에 견줄 수 있는 원가경쟁력과 서비스 역량을 강화한다면 탈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관련 기사 30면). 김현아 연구위원은 “가령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대형 건설사들의 그늘에 가려있던 중소 건설사들이게 많은 사업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또한 추첨방식의 공공택지공급은 다법인 설립이 가능한 중소 건설사들에게 택지당첨의 기회가 늘어나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간접비 및 일반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원가부담이 낮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하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는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지금은 중소 건설사들의 구조조정 시기로 봐야 한다”며 “금융기관이 자금줄을 압박해서 인위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반대하지만 자연스런 구조조정 과정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경기가 내실 있는 중소 건설사들에겐 ‘천운의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기 ‘아니죠’ 기회 ‘맞습니다’ 건설경기 호황기를 틈타 시장에 진출한 중소 건설사들은 비일비재하다.
98년 이후 소건설사 수가 2930개에서 1만907개로 3배 이상 훌쩍 늘어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때문에 건설사는 넘쳐나고 수주물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조금만 노력해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전의 호황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중소 건설사들은 주목된다.
최악의 건설경기 속에서도 ‘흙 속 진주’처럼 나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설계시공 일괄 및 대안입찰공사는 무엇?
대안입찰 대상공사란 원안입찰과 함께 따로 입찰자의 의사에 따라 대안이 허용된 공사의 입찰을 말한다.
대안은 설계서상의 가격이 정부가 작성한 것보다 낮고 공사기간이 정부가 작성한 설계서상의 기간을 초과하지 않는 방법으로 시공할 수 있는 설계를 의미한다.
일괄입찰 대상공사란 입찰시 공사의 설계서와 시공에 필요한 도면 및 관계서류를 작성해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설계시공일괄입찰을 말한다.
따라서 설계시공 일괄 및 대안입찰공사는 대형 건설사들의 영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적격심사제는 무엇?
적격심사제는 공공사업 발주자인 정부가 부실공사 방지를 명목으로 일정 낙찰률 미만으로 낙찰되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낙찰 하한선을 만들어 놓은 제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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