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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굿바이! 달러패권시대
[커버스토리]굿바이! 달러패권시대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10.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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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엔진 美 중심서 다극체제로 재편 … 기축통화 위상 약화 ‘미국이 재채기하면 전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미국 달러화 가치가 연일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60년간 세계의 기축통화로 군림하던 미국 달러 ‘그린백’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찬밥신세다.
2005년 이후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보다 30%나 폭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1973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무역 가중지수로 따져봐도 1980년대 절반 수준이다.
현재 미 달러는 1970년대 초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와 비교한 원화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지수는 지난 2분기 81.8을 기록했고, 3분기에는 더 떨어져 종전 최저치인 177.9보다 주저앉았다.
달러 가치가 바닥을 치면서 별 볼일 없게 되자, 외국 투자자들은 앞 다퉈 달러화 표시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
세계 1위 외환보유국인 일본은 지난 8월 20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팔았다.
중국도 100억 달러가량을 매각해 미 국채 보유비중을 2.2%로 낮췄다.
ⓒECONOMY21 표
지난 8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도 1630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2001년 사상 최대 순유출액(423억 달러)의 4배에 달하는 액수다.
말 그대로 ‘자본 엑소더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셀 USA’ 현상이 미국 경제를 지탱해오던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를 무너뜨린다는 데 있다.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란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해외로 유출됐던 달러화가 미국 내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는 현상을 뜻한다.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는 그간 달러화 약세를 억제하는 기능을 담당해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깨질 경우 달러화 가치 추가하락과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약화된 달러 위상 … 탈 달러화 추세 달러화의 위상은 지난 수년간 점진적으로 약화됐다.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 중 달러의 비중은 64.5%이다.
이는 작년보다 1.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유로화 출범 당시인 99년보다 6.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유로는 24.8%에서 25.6%로, 파운드는 2.8%에서 4.7%로 각각 늘어났다.
일각에선 유로화가 달러의 대체재로 부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화의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유로화의 위상 강화와 함께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가 세계 경제의 한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 LG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차 대체통화의 힘이 커지고 있어 달러가 과거처럼 유일무이한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망했다.
△뉴욕의 증권거래소 ⓒ연합
달러 약세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탈 달러 움직임도 가속화하는 추세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연말부터 양국거래에서 무역대금을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중동국가들도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에 반발하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며 손해 본 이들 산유국은 석유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5월과 6월 쿠웨이트와 시리아가 달러 페그(peg·연동)를 폐지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가세할 조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세계경제성장률과 미국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는 불과 3년 전부터 97%에서 68%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 의존도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이필상 전 고려대학교 총장은 “심각한 양대 적자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더라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 푸어스(S&P)도 “미국 경기는 명백히 둔화하고 있으나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는 견고하다”고 전망했다.
수비르 고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세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미국 경제가 2%대로 하락하더라도 아시아 경제 및 세계 경제는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경기 침체 상황 속에서도 아시아 경제 성장률 하락폭은 1%포인트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찰스 콜린스 IMF 조사국 부국장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을 체치고 세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 성장의 25%를 기여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러시아 3개국의 세계 경제 성장 기여도는 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의 성장 기여도는 2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지난 6년간 130% 확대됐다.
현재 중국은 매년 12~14%씩 견고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弱 달러 내년에도 지속될 것 달러화 약세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불안정한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 등을 감안할 때 글로벌 달러 약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CONOMY21 표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및 엔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하는 것) 청산 확대 가능성, 세계 경제의 차입 의존도 증가 등 국제 외환시장 움직임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간 환율 예측에서 가장 핵심적인 리스크는 미국 경제의 침체국면 진입 가능성”이라며 “미국 경기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달러화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역시 달러의 약세를 한동안 용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 것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 수출 증대에 도움이 돼,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8천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1시간에 9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830억원가량이다.
미국은 1시간에 830억원을 소비하면서도 전 세계에서 유입되는 막대한 자본으로 경제를 지탱해왔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미국시장을 공략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약 달러가 무역적자를 줄여주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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