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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지하철 매점 '편의점이 우릴 굶긴다'
[커런트]지하철 매점 '편의점이 우릴 굶긴다'
  • 이코노미21
  • 승인 2007.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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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입점으로 생존권 위협' 반발 … 도시철도公, '적자해소의 효과적 대안일 뿐' 지난 10월2일 5호선 광화문역과 6호선 연신내역에 세븐일레븐이 지하철 점포 1, 2호점을 나란히 개점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지하철 편의점 시대가 열렸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8월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5~8호선 지하철역 내 편의점 단독 입점 사업권 계약을 체결한 이후, 2일 2개점 오픈을 시작으로 차례대로 개설 점포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10월 말 현재 77개의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말까지 107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 입점은 일사처리로 진행되고 있지만, 지난 5월 편의점 사업자 입찰 공고 당시 불거졌던 도시철도공사와 기존 매점 상인들 간의 갈등은 여전히 그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이 설치되는 곳은 매표소가 위치한 대합실. 지하철 승강장 내 매점, 자판기 등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은 지하철 내에 편의점이 들어온다면 자신들이 판매하는 품목과 중복될 것이 뻔하다며 편의점 입점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기존 매점 상인들은 대부분 ‘서울특별시 공공시설 내의 신문, 복권판매대,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 계약에 관한 조례’에 의해 장애인, 65세 이상, 독립유공자 가정 중에서 뽑힌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들. 그 때문에 매출 타격은 곧 생존권과 직결되는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양태경 서울지체장애인협회 부회장은 “도시철도공사의 매점·복권·신문 판매대 통합 정책으로 매점 상인들이 승강장 쪽으로 옮겨왔는데, 매점이 위치하던 대합실에 대형 편의점이 들어선다니 우리 보고 도대체 장사를 하라는 얘기냐”라며 “이는 마치 동네 구멍가게와 대형 마트가 경쟁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추진되는 편의점 설치는 소외계층을 우선 배려하는 서울시 조례에도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시철도공사 측은 “통합매점은 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공사 측에서 나름대로 고심하여 마련한 대응책”이라고 주장했다.
저가의 제품을 덤핑 판매하는 상거래 질서를 바로잡고, 지하철 매점의 수익성 향상과 미관 개선을 위해 통합매점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것. 나열 서울시 도시철도공사 신사업개발단장은 “지하철 편의점은 공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효과적 수익사업 중의 하나”라며 “기존 상인들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여 품목 중복이 우려되는 편의점 내에서 신문이나 복권 등의 판매를 금지시켰으며, 수급권자들에게 12월2일부터 발매되는 나눔 로또의 판매권을 주는 등의 지원책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협회 측은 “공사의 구조 조정을 통한 비용절감, 광고수익 증대 등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다른 방법을 세워볼 수도 있을 텐데, 왜 굳이 수급권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협회 측은 앞으로도 도시철도공사의 지하철 편의점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계속 시위해나가는 한편, 후속 대책 마련도 요구한다는 계획. 지하철 상권을 둘러싼 공사와 상인들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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