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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무자경변(戊子經變), IMF 버금갈 격랑 예고
[커버스토리]무자경변(戊子經變), IMF 버금갈 격랑 예고
  • 황철 기자
  • 승인 2008.0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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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통법, 투자은행(IB) 중심 재편 ‘유도’ … 산업 · 기업 · 우리은행 민영화 ‘초읽기’ ‘무자경변(戊子經變)’. 향후 금융권 지형도 변화를 ‘정변’에 빗댄 말이다.
일각에선 IMF(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파를 예견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기폭제는 이명박 차기 정권의 등장. MB(이명박 당선인)는 금융 시스템 전체를 경제 개혁의 첫 타깃으로 삼았다.
그리고 금융 빅뱅의 시발점으로 은행권을 지목했다.
MB가 그리는 은행권 재편 구도는 합종연횡을 통한 교통정리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권의 양축인 은행, 증권을 아우르고 일부 산업자본까지 끌어들일 태세. 차기 정권이 내놓은 금산분리 완화 방침은 국책은행 민영화와 맞물리며, 재계 전체로 파장을 확대하고 있다.
MB는 일단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규정 범위를 축소하고, 은행 지분률 제한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뜻을 비쳤다.
재벌의 은행 소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연기금 등을 산업자본 그룹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로써 우리·산업·기업은행 등 대형 매물에 대한 국민연금 등의 지분참여폭이 확대돼, 금융기관 지배구조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산업은행 IB화, 호재? 악재? 이같은 변화에 가장 다급해진 것은 대형 은행들이다.
특히 산업은행을 투자은행(IB)로 육성하겠다는 방안은 은행권 지각변동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IB 업무는 은행들이 미래 성장 사업으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영역.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증권사 보유에 나서는 이유다.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IB,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사업 육성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ECONOMY21 표
이런 상황에서 국내 IB 시장을 가장 오래 장악해온 산업은행의 변신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금융 자회사만 30여개를 거느렸을 정도로 대형 투자은행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쌓아온 장본인. 지분율 50% 이상인 자회사만도 10여개에 달한다.
모두 그동안 정책금융이라는 고유기능보다 기업 인수합병이나 사모투자펀드 등에 주력한 결과다.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로 빠져나가는 수신고를 만회하고자 시중은행들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IB”라며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독보적인 투자은행이 등장하면, 은행·증권사의 대형화 경쟁만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권 전체적으로는 긍정론도 만만찮다.
그동안 산업은행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투자금융 기법의 노하우를 고려할 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석. 국내 최대 개발금융기관으로서의 강점을 살려 국제적 수준의 투자은행으로 키우는 게 국익 차원에서 낫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IB 부문에서 보여 온 산업은행의 경쟁력은 국내 최고 수준을 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국책은행 구조조정은 감정적 차원에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이익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력 받은 자통법의 위력
ⓒECONOMY21 표
증권업계 역시 산업은행 IB화의 파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계기로 복잡한 형태의 이합집산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정부의 대형 투자은행 육성 문제는 산업은행을 별개로 하더라도, 증권업계 전체에 긴장감을 안기는 사안이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자통법의 초점이 IB를 통한 금융권 구도 재편에 맞춰져 있어서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금산분리 완화 방침은, 자통법의 위력을 한층 배가시킬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예고된 자통법은 증권·자산운용·선물업에 대한 겸영화는 물론 은행, 보험 영역의 장벽까지 제거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 증권사를 중심으로 금융기관의 대형화를 유도해 세계적 투자금융사(IB)를 육성해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 자체에도 희망과 우려의 시각이 엇갈린다.
자통법의 취지대로라면 국내 금융 산업은 은행 중심의 구도를 탈피, 대형투자금융회사를 축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그 핵심에 투자금융부문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대형 증권사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벌써부터 동북아 금융 허브에 걸 맞는 세계적 투자은행 탄생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무리한 겸업에 따른 혼란, 업종별 이해상충, 외국 금융사의 시장 잠식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특히 체질 한계로 고심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은 업무영역 확대에 따른 단기 수익성 확보조차 흥이 나지 않는다.
언제든 피인수합병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도사리고 있는 것.
ⓒECONOMY21 표
전문가들은 IMF 이후 은행권을 강타했던 구조조정 폭풍이 조만간 증권업계에 몰아칠 거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중소형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을 인수한 2~3개의 대형 증권사들이 금융지주회사 체계를 갖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MB 정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금산분리 논란이 유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최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자본의 우회적 금융지배 논쟁이 일고 있는 것.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금융기관으로 변모한 대형 증권사들이 IB업무와 은행·보험 영역까지 아우르면, 대형은행을 넘어선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출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대기업 계열의 특정 증권사가 M&A를 통해 덩치까지 키울 경우, 은행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금융지배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 · 기업은행 새주인은? 인수합병 자체만으로도 일대 파문을 일으킬만한 대형 매물 또한 관심사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우리은행과 5대 은행 반열에 오른 기업은행이 주인공.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우리금융지주 지분 73% 중 23%를 선매각하고, 나머지 50%+1주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금산분리 완화와 함께 매각 구도는 더욱 복잡해 졌지만, 주인이 누가 되건 금융권 전체를 뒤흔들 재료인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지주는 총자산 200조원이 넘는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액면으로만 봐도 우리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누구든 선도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다.
기업은행 역시 총자산 125조원 훌쩍 넘어선 특급 이슈다.
그러면 이들 대어를 낚을 행운아는 누구일까.
ⓒECONOMY21 표
일단 두 은행의 차기 대주주는 국내 금융기관 중 한곳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가 일부 허용된다 해도 지분율 10~15%를 넘지는 못할 전망이다.
아무리 시장주의적인 MB라지만, 외국 자본에 대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바다 건너에서 돈을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다.
사모펀드 등이 결합한 컨소시엄을 예상할 수 있지만, 국내 최대 금융지주회사의 새 주인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이들 대형 매물의 가장 강력한 인수 대상자로는 하나은행이 꼽힌다.
물론 자산 규모 120조원대인 하나지주 상황을 볼 때,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 M&A 실패의 경험들이 전화위복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M&A의 최대 관건으로 부상한 독과점 논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외환은행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국민은행이나, 조흥과 통합한 신한은행은 독과점 규제에 걸려 사실상 은행권 매물을 추가로 접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하나지주에게는 과거의 절망적 경험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지주가 2~3년간 은행권 M&A 과정에서 별다른 득을 얻지 못했지만, 향후 인수합병에서는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지주는 예전 외환은행, LG카드 등 대형 매물에 눈독을 들였지만 결과는 번번이 비관적이었다.
따라서 하나지주로서는 또다시 새로운 매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기업은행은 하나지주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다.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외환은행 조합이 이뤄진다 해도 리딩뱅크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기업은행과의 합병 역시 무난한 2위권 진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후 보험사, 증권사 등에 대한 추가 M&A를 진행하면, 경쟁은행들보다 몇 걸음은 앞서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최대 변수는 거대 토종금융사에 대한 기대가 될 것”이라며 “대안으로 농협, 토종사모 펀드의 개입, 은행간 지분 상호교환 등 다양한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Tip

이명박 당선자, 산업은행 민영화의 목표

1. 공적 금융기능의 강화 - 중소기업지원 등 2. WTO 체제에 적합한 정책금융제도 확립 - 무역마찰 해소, 정책금융의 효율성 제고 등 3. 토종 투자은행의 육성 - 민간 시장과의 마찰 해소 및 금융 산업 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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