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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서민들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다
[커버 스토리]서민들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2.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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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 천정부지…강력한 물가정책도 만만치 않아 “더 이상 어떻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 걱정이에요. 석유값이 오르니 공공요금도 쭉쭉 올라갈테고…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에요” 지난 19일 저녁 경기도의 한 대형할인매장에서 만난 맞벌이 직장인 조혜숙(여. 44세)씨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고등학생 자녀 2명의 과외비만으로도 빠듯한데 물가가 오른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에게 라면은 안살거냐고 물었다.
“라면이요? 오른다기에 몇일 전에 샀어요.” 서민 가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국가위기 사태가 벌어진 것도 아니건만 이미 전국적으로 ‘라면 사재기’가 벌어지는 등 유가 급등에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물가도 일제히 치솟고 있다.
특히 곡물가격의 급등이 결정적이라는 지적이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곡물 가격과 식품 가격 상승은 서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생필품 가격 인상, 막을 길이 없다 대표적 밀가루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밀가루 가격을 40~54%씩 올렸다.
제과업체와 라면업체들이 잇따라 10% 안팎 인상했다.
농심이 신라면을 한 봉지당 100원씩 올릴 것을 발표하자 곧바로 전국 대형 할인점에서 사재기 바람이 불었다.
19일 할인점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가격 인상 소식을 발표한 18일 오후부터 라면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해 이마트의 경우 봉지라면이 전주 월요일인 11일의 10만개의 두배에 이르는 20만개가 팔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의 18일 라면 전체 매출은 4억9000만원으로 일주일전에 비해 2.5배가량 많이 팔렸고 롯데마트의 라면류 전체 매출도 113% 신장했다.
농심은 20일부터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라면류와 새우깡의 소매가격을 100원(6.7~15.4%)씩 일제히 인상했다.
삼양라면 오뚜기 등도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며 롯데제과 해태제과 오리온 등 제과업체들은 지난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10~25% 올리고 있다.
유제품과 음료 가격도 인상된다.
롯데칠성은 20일부터 20여종의 음료 소매가격을 4~12% 올리고 해태음료는 3월부터 13개 품목 가격을 3~10% 인상하기로 했다.
빙그레는 2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8~11% 올린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재고량을 이용해 최대한 인상시기를 늦춘다는 방침이지만 그 이후엔 순차적으로 인상된 가격을 반영할 전망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 움직임은 생필품업계 전방위로 확산될 태세다.
인쇄용지와 화장지 가격역시 주원료인 펄프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다음달 중순 가격 인상을 시사한 대한펄프를 필두로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전망이다.
식품 대리점을 통해 전국 음식점에 밀가루 대두유 전분류 등을 공급하는 CJ푸드시스템은 지난해 하반기 말부터 하루 수요량의 20% 정도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다음 달께 밀가루 값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가격이 더 올랐을 때 내다팔기 위해 사재기에 나선 탓이다.
CJㆍ대상 등 식품업체 관계자들은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수입처에 동남아와 남미를 추가하는 등 원자재 확보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입량 조기 확보로 가격안정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공사는 올해 콩 해외수입 예정 물량(15만t)의 절반인 8만t을 이달 말까지 앞당겨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도입한 물량보다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사면초가, 묘수찾기 골몰 하지만 문제는 이런 원자잿값 상승세가 이른 시일 내에 진정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가 문제해결을 위한 묘수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 둔화 전망에 따라 유가.곡물 가격 상승이 주춤해지고 있지만 당분간 고물가 추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CONOMY21 표
공산품과 달리 공급이 제한적인 곡물의 특성상 곡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국내 업체들도 음식료와 생필품 가격을 연내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서민경제도 절박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물가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면 경기 둔화는 늦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물가를 더 자극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각종 원자재가 인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기업도 살려야 하고 내수를 책임질 서민경제도 살려 경제성장을 이뤄야 하니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직면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로 금리를 통한 물가 잡기가 불가능한 상황인데다가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장기적인 고물가 현상을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상황에서 강력한 물가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증권가 이모저모네겐 악재? 내겐 호재!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선물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대표적인 곡물인 밀(32%), 옥수수(40%), 콩(38%) 등이 급등했다. 공산품과 달리 공급이 제한적인 곡물시장의 특성상 수급불균형이 심화된 현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석유와 철강, 곡물가격 인상으로 수심이 깊어지는 계절이라 해서 증시도 같으란 법은 없다. 시장의 악재가 호재로 작용하는 종목들에겐 기회인 셈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곡물 증산을 위한 농업•비료 관련주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우바이오, 경농, 휴바이론이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한 것을 비롯, 남해화학(3.07%)과 카프로(3.00%), 삼성정밀화학(1.47%) 등 농업 관련주는 상승했다. ⓒECONOMY21 표
고유가 여파로 바이오에너지와 대체에너지 원자력 관련주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한전선(2.08%), 동양제철화학(0.33%) 등 태양광 발전 관련주가 올랐고 대표적인 원자력 설비 수출 업체인 두산중공업은 최근 열흘새 약 18%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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