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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술관은 재벌 사모님의 사금고?
[이슈]미술관은 재벌 사모님의 사금고?
  • 윤광원 아시아투데이 기자
  • 승인 2008.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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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미·국제 등 여러 화랑과 깊은 관계... 재벌가 안주인들 '미술관장' 많아 삼성 특별검사팀의 미술품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의 미술품 구매 창구로 알려진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를 네 차례 소환, '행복한 눈물'등 고가의 해외 미술품을 무슨 돈으로 샀고 누구에게 팔았는지를 조사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돈으로 구입했으며,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무관하다고 완강히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미술품 관련 수사는 최종 타깃만을 남겨놓고 있다.
바로 홍 관장에 대한 조사다.
삼성의 비자금 의혹을 처음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002년부터 2003년에 걸쳐 홍 관장과 이건희 회장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 회장 사돈인 박현주 대상그룹 부회장, 올케인 신연균씨 등이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홍 관장 등 삼성가 안주인들이 미술품 구입 대금으로 해외에 송금한 액수만 600억 원대에 이른다"며 송금된 금액이 적혀 있는 관련 작품의 내역서를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시작된 후에는 서미·국제·현대갤러리와 삼성과의 거래내역 및 탈세여부 조사, 갤러리들의 통관 및 매출 내역과 세금 신고 내역 조사 ▲갤러리들의 통관 및 수출. 입 등의 거래내역 조사 등을 촉구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삼성의 미술품 의혹을 밝히기 위해서는 핵심 관련자인 홍라희씨를 하루 빨리 소환 조사해야 한다.
서미갤러리의 구매 리스트는 삼성가의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건희 부부와 같이 노래방 가는 사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홍송원 대표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홍 대표는 20여 년 전 화랑을 개업, 홍라희 관장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그녀가 관심을 갖는 미술품을 뉴욕 등에서 수배해 구입을 대행해 온 주역이라고 미술계에 알려져 있다.
홍 관장의 눈빛만 봐도 그녀의 심중을 읽을 수 있는, "오른팔" 같은 사이라고 한다.
특히 현대미술의 첨단 경향을 이끄는 월드 스타들의 작품을 선호하는 홍 관장의 취향을 잘 읽고 이를 똑 부러지게 수행, 신임 받는 일급 딜러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워낙 소리 소문 없이 은밀하게 활동하고 다른 미술계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어 "은둔의 딜러"라 불리기도 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서미갤러리는 일반인의 경우,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출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 홍 대표는 홍 관장 외에도 이 회장의 누님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 다른 재벌가와의 인맥이 두텁다는 소문이다.
홍 관장 주변에 있는 갤러리는 서미 뿐만이 아니다.
한국화랑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현숙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제갤러리는 삼성의 차명 의심 계좌를 통해 수십 억 원이 흘러간 단서까지 포착됐다.
특검은 이현숙 대표에게 여러 차례 소환을 통보했으나, 이 대표는 현재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지목한 또 다른 화랑인 현대갤러리에 대해서는 미술계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모 미술경매회사 임원인 J씨는 "현대갤러리는 현대가와 주로 거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뜻밖"이라며 "삼성과는 서미와 국제 뿐 아니라 다른 화랑 여러 곳이 깊은 관계를 맺어왔다.
S, P화랑이 그들"이라고 말한다.
J씨는 "이들의 미술품 거래구조는 홍라희 관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식 구조다.
홍 여사에게 주문을 받은 5~6개 대형 화랑이 산하의 다른 화랑에게 하청을 주어 작품을 확보, 홍 여사에게 공급한다"면서 "홍 관장과 직거래하는 대형 화랑 대표들은 이건희 회장 부부와 노래방까지 같이 가는 사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묘한 것은 그런 갤러리 대표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재벌가 사모님들에겐 같은 여성이 편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재벌가를 중심으로 한 비자금과 무관치 않은 거래가 과거 미술품시장의 주류였다.
홍 관장이 부동의 미술계 파워인사 1위인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술시장이 대중화되고 중산층 컬렉터들과 경매회사가 늘면서, 재벌들의 영향력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
사설 미술관 운영하며 미술계 좌지우지 홍 관장도 그렇지만, 재벌가 사모님들은 대개 사설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갤러리들을 움직이고, 미술계를 좌지우지해 왔다.
신정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 박문순씨는 성곡미술관장이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는 서울 아트선재센터 및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관장을 겸하고 있다.
정씨는 홍 관장 못지않게 미술관 운영에 열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얼마 전 경주미술관과 같은 법인 소속으로 미술관 소유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경주 힐튼호텔에서 유명 작품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일각에선 "삼성사태 이후 검찰이 재벌 소유 미술관 전체로 수사를 확대할 경우에 대비, 고가 미술품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지만, 힐튼호텔 측은 단순 인테리어 변화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는 나비아트센터 관장이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누나인 박강자씨는 금호미술관장인데 이들도 의혹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밖에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부인 홍미경씨는 삼청동 몽인아트센터, 한광호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명예회장의 막내딸 한혜주씨는 평창동 화정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재단을 앞세워 호암미술관과 리움, 로댕갤러리 등 미술관 3곳을 운영하고 있다.
홍라희 여사의 리움이 개관 당시 공개한 소장품만도 1만5000점에 달한다.
미술품 보관장소로는 호암아트홀 창고가 가장 크다는 루머가 있다.
얼마 전 용인 에버랜드 내 비밀창고 압수수색에서 미술품 수천 점이 쏟아져 나오자, 삼성은 "에버랜드 창고는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골동품과 미술품 수장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삼성문화재단의 재산 목록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에버랜드 창고 안 미술품 상당량이 문화재단에 등록돼 있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미술계에서는 서미의 홍 대표도 '행복한 눈물' 등을 단순히 구매 및 보관대행만 했을 거라며, 삼성가 쪽을 주시하고 있다.
윤광원 아시아투데이 기자

미술시장 정상화, 투명화 하려면

미술품 거래에 꼬리표를 붙여라

삼성비자금 사태로 미술품 및 골동품에 대한 과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월 29일 한국재정학회 정책세미나에서 유경문 서경대학교 교수는 "세법상으로는 상속이나 증여로 충분히 과세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재산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가의 미술품, 골동품"이라며 "과세 소멸시효 기간을 두지 말고 상속·증여 재산으로 포착 또는 인지된 시점에서 평가해 과세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미술품, 골동품을 양도할 때 세무당국에 알리지 않을 인센티브가 훨씬 줄어든다.
또 재정경제부 안택순 소득세제과장은 "미술품, 골동품에 대한 상속·증여세를 법대로 과세하려면 그 앞 단계에서 양도세 과세를 통해 보유내역을 파악해야 한다"며 "창작 예술품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물리지 않는 등 이미 여러 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성룡 한국문화산업마케팅진흥협회 부회장은 거래 단계마다 레코드(꼬리표)를 붙여 항상 작품에 따라다니게 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그림의 소장 출처, 즉 누가 언제 그렸고, 어디에서 구입했고 어디에 팔았는지 그것만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은 작품 레코드가 항상 붙어 다니고, 그것이 없으면 경매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한국만 유독 그런 것이 없이 작품의 히스토리를 숨기고 있다.
미술품은 미국도 면세지만 비자금이나 돈세탁 논란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세제 정비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작품에 레코드를 붙이는 것은 정책적으로 얼마든지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조 부회장은 "그렇게 되면 작가도 좋아지고, 위작 시비도 없어지고, 거래도 투명해지고, 비자금의혹도 사라질 것"이라며 "유럽의 경우는 작가에게 추급권이 있어 미술품의 각 거래단계마다 양도차익의 10%를 의무적으로 작가에게 주도록 돼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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