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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환율 급등세 ‘뾰족한 묘수’ 가 없다
[이슈]환율 급등세 ‘뾰족한 묘수’ 가 없다
  • 김영욱 전문기자
  • 승인 2008.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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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경제팀, 구시대적 시장개입… 경제위기 가속화” 여론 이명박 정부의 ‘MB노믹스’ 사령탑 ‘강만수 경제팀’의 구시대적 시장개입 움직임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난달 29일부터 연일 원-달러 환율 급등세(원화 가치는 하락)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가 연일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한국 원화만은 유독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강만수 ‘환율 주권론’ 시장 움직여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이 연속 상승하면서 2년 만에 980원대로 올라섰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37.20원 폭등하면서 3년1개월 만에 100엔당 980원대를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1.10원 급등한 98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6년 1월 20일 986.80원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며 같은 해 3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98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이 10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은 97년 12월 자율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이며 10거래일간 상승폭은 45.90원에 달했다.
외환시장 딜러 사이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은 ‘강만수 환율’로 봐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적자, 외국인 주식 매도세 등 수급 상황이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여기에 ‘환율 주권론자’로 꼽히는 강 장관과 최중경 차관이 방향성을 더했다는 진단이다.
강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 환율 개입 발언을 하며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원화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노골적 입장을 밝혀왔다.
최 차관도 2003년 국제금융국장 시절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역외 선물환까지 손대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가 큰 손해를 볼 정도의 ‘환율 강경론자’이다.
그 책임을 지고 세계은행으로 떠났지만 이번에 강 장관이 국내로 불러들였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시장 참가자들은 재정부 장·차관이 원화 약세를 원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언론과 전문가들의 융단폭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올해 경제운영 방향을 보고하면서도 “정부는 환율과 관련, 경상수지 동향과 괴리되지 않도록 환율 안정화 노력을 지속키로 했다”며 종전의 환율개입 입장을 거듭 분명히 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유동성 공급 선언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깊어지며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강 장관이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원화가치 폭락을 방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자, 외국인 등 역외 환투기세력은 안심하고 원화를 내다팔며 막대한 환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국내주식 매도행진도 환율상승에 한몫하고 있는 것. 외국인들은 지난달 29일부터 10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보여 총 2조 3천872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원-달러 환율상승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달러화 폭락에도 불구하고 역외세력들이 연일 원화를 내다팔면서 원화 가치가 연일 급락, 환투기세력들의 공세가 시작된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원화는 국제적으로 달러화가 휴지 값이 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보다 더 휴지 값으로 급락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외환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경제 연구기관들도 올해 환율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기업은행 산하 기은경제연구소는 최근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933원으로 수정했다.
지난해 말 전망치에 비해 16원 높은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지난해 9월 달러당 925원으로 내다봤던 연평균 환율 전망치를 935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이날 ‘원-달러 환율 동향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다른 이유’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폭등, 국민·내수 중기만 죽을 맛 원화가치 폭락은 위기에 직면한 수출기업에게는 분명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경제전문가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반대로 국내 물가는 폭등하고, 내수 중소기업은 더욱 붕괴적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특히 원화가치 폭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환율상승→수출경쟁력 강화→경제성장 기여’라는 도식이 성립되던 2003-2005년 상황과 지금 경제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버블붕괴로 내수가 크게 위축됐던 당시와 달리 지난해 이후 내수가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환율상승이 수출확대로 이어지는 측면보다는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며 내수위축을 야기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외환딜러는 “2003년-2005년 당시엔 환율방어를 위해 치러야 했던 코스트(비용)보다 (수출경쟁력 회복에 따른) 효과가 더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했었고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가 고스란히 성과로 연결되던 시절이었다.
유가도 30달러대로 요즘과 달리 안정세를 보였고 곡물가도 지금처럼 들썩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의 여파 등으로 세계경기가 하강국면을 걷고 있다.
환율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살아난다 해도 수출증대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대외여건 불안으로 내수활성화 쪽에 경제운용 목표의 방점이 찍혀 있지만 가파른 환율상승이 국제원자재 가격상승 등과 맞물려 물가폭등을 초래, 내수에 타격을 가할 우려가 더 커졌다.
국제원자재값 폭등으로 2월에만 생산자물가가 6.8%나 폭등하며, 우리 경제는 저성장-고물가라는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한 분위기다.
여기에다가 원화까지 휴지 값이 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면서 물가는 더욱 폭등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내수에만 의존하는 다수 중소기업은 소비 급감으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정부가 ‘총체적 물가 폭등’ 부채질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물가안정을 말하고 있지만 내놓는 대책은 유류세 인하 등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실제로는 원화 값을 휴지로 만들면서 ‘총체적 물가폭등’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경제성장률 6%, 신규 일자리 35만개 창출’이라는 올해 경제운용 목표는 경기 활성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며 “법인세 인하 조치나 공공요금 동결과 같은 감세·규제 완화 정책만으로는 고물가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경제성장의 수치들은 분명 장밋빛인데 정작 피부에 와 닿는 장바구니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면서 “지난해 국제 밀 가격이 2배 가량 급등하는 등 현재 우리 경제는 농산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지속적인 물가상승, ‘애그플레이션’ 현상이 심각한 실정”라고 지적했다.
통합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이명박 정부의 야심찬 ‘747’ 경제 플랜도 물가안정의 토대가 흔들린다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명박 실용 정부가 최우선으로 극복해야 할 시험과제가 대외적인 어려운 경제 환경 및 물가 안정과 싸우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ky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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