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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관치논란 '메가뱅크' 현실화될까
[커런트]관치논란 '메가뱅크' 현실화될까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4.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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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유한 산업은행·우리금융지주·기업은행을 하나로 묶자는 이른바 ‘메가뱅크(Mega Bank·초대형 은행) 구상’을 두고 정부 부처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국정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 및 환율 정책을 두고 기(氣)싸움을 벌인지 얼마되지도 않아 이번에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금융권 구조조정에 혼선이 온 것. 이 같은 갈등양상을 두고 금융업계에서는 “양 부처가 각기 다른 방식을 내놓은 결과로 효율성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생산적인 갈등이 아니라 동물의 왕국에서나 나올 법한 영역다툼”이라는 쓴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각선 ‘동물의 왕국’ 비판도 양 부처의 갈등은 금융위가 산업은행 우선의 민영화 일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재정부가 산업은행ㆍ기업은행ㆍ우리은행을 묶은 메가뱅크 설립을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낸 투자은행(IB) 업무와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를 묶어 지주회사로 만든 뒤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일정을 지난달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배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적어도 세계 10대 은행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을 독자적으로 민영화하는 것보다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을 묶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금융회사로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두 부처간 갈등양상이 증폭됐다.
물론 이 대통령이 갈등을 수습하고 나선데다 강 장관도 “한번 검토해 보자는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한발 물러서면서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된 것 같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양 부처의 갈등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일단 재정부는 관계법 상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민영화 계획 수립권한이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정부는 메가뱅크 방안까지 포함,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에 대해 조만간 외부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부처 안을 만들어 금융위와 협의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위는 금융위대로 재정부가 ‘관치’의 타성을 벗어던지지 못했다고 공박하고 있다.
금융위는 4월 중 산업은행 민영화 자체 안을 확정하고 오는 6월까지 부처 협의를 거쳐 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재정부가 주장하는 메가뱅크 설립은 화려하다.
금융회사 대형화가 세계적 흐름인 데다가 묶어서 팔면 더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대형 토종은행을 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매각조차 힘든 현실에서 메가뱅크를 만들어 ‘비싸게’ 팔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메가뱅크의 등장은 ‘관치’로의 회귀”라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빅3보다 두 배 이상 덩치가 큰 자산 500조원의 국책은행을 만들게 되면 사실상 정부가 금융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관치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강조해온 새 정부의 경제철학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메가뱅크 인수 주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초대형 국책은행의 민영화에 따른 인수주인공은 결국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외국자본이나 금산분리 완화에 편승한 국내재벌이 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럴 경우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랜들리’가 친대기업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꼬집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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