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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이 세상에 부자가 필요할까요?
[편집장 편지]이 세상에 부자가 필요할까요?
  • 편집장 한상오
  • 승인 2008.04.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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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부자되세요”라고 외치는 모 카드사의 광고가 있었습니다.
그 카피는 금방 유행어가 되었고 너도나도 인사말로 따라했습니다.
아니 정말로 그 말은 우리사회에 덕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기자는 한 때 부자들을 아주 싫어하는 ‘희귀병’을 앓은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 병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했지만, 그 때만큼이나 부자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유치한 변명이지만 세상을 가슴으로 이해하던 나이를 지나, 머리로 이해하는 나이가 되니 그 병도 조금은 수그러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부자들이 모두 부정부패와 관련된 집단쯤으로 오해하고 그들의 자산축적 과정은 왠지 구린내가 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반감과 어줍지 않은 의기와 분기가 섞여 꽤 많은 술을 마셔대곤 했습니다.
그렇게 마시기 시작한 술이 올해로 20년이 넘었으니 가끔 그 미움은 정이되기도 하고 연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을 보면 다시 그 ‘몹쓸 병’이 도질 것 같습니다.
가난한 지방 고학생 출신으로 재벌 부럽지 않은 부를 축적한 ‘성공신화’의 대통령부터, 아파트 몇 채는 기본이고 귀신같은 재테크 실력을 갖춘 사모님의 후광을 자랑하며 관직에 오른 장관들, 그리고 그들과 과거는 물론 몇 십 년 후에라도 그 친분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일부 기업인들을 보면서 배알이 꼴려 병이 도지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자 직원들에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며 근로자의 기본권인 노조하나 못 만들게 하던 모 기업은 경영권과 부의 세습을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했다가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습니다.
‘프랜들리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도 눈높이 자체를 가진 자의 입장으로 고정시켜 친기업·친재벌적 발상들을 쏟나내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규제완화며, 금산분리 완화인지 헷갈립니다.
결국 그들이 입 모아서 살려야 한다고 노래하는 ‘경제’는 금지옥엽의 부잣집 아들이 되고, 진정으로 살려 내야 할 ‘서민’과 ‘국민’은 길에서 주어온 거렁뱅이 취급당하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더욱이 그 행태가 국회의원 선거와 맞물려 난장판이 되고나니 더욱 정신을 못 차리겠습니다.
기자는 이제라도 제대로 된 부자를 만나게 되길 기원합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지 않고 가슴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자, 마음만 부자가 아닌 정말로 재화가 가득한 괜찮은 부자 말입니다.
그래도 세계 경제순위 10위까지 올랐던 나라에 이런 부자 한명 없다면 서글프지 않겠습니까. 이럴 때는 정말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세상에 부자가 필요 할까요?’라고 말입니다.
이코노미21 편집장 한상오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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