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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드]시장에선 ‘화려함’ 보다 ‘실속’
[트랜드]시장에선 ‘화려함’ 보다 ‘실속’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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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내 활력 업그레이드 필수…성과 극대화 위해선 CEO가 직접 챙겨야 농구만큼 스타플레이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단체종목도 드물다.
‘이충희’나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처럼 올드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농수선수들은 코트의 야전사령관인 가드나 득점을 담당하는 포워드 포지션에 있는 선수다.
요즘 NBA를 주름잡고 있는 ‘코비 브라이언트’나 ‘르브론 제임스’, ‘빈스 카터’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프로농구 감독들은 약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이들은 ‘훌륭한 가드는 팬을 만족시키고 좋은 센터는 감독에게 승리를 선물한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승리를 위해 싸우는 감독은 화려함 보다는 실속 있는 경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드리블과 3점슛은 없지만 전쟁터와 같은 골 밑에서 힘있게 솟아올라 실수 없이 점수를 따내는 센터야말로 승리의 기본이라는 지적이다.
더 많은 공격기회를 갖기 위한 리바운드 역시 센터의 주요 임무다.
기업으로 말하면 드문드문 ‘대박상품’을 내는 것보다 알차게 성공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인 것과 같다.
모터로라가 좋은 예다.
모터로라는 ‘스타 텍(StarTAC)’과 ‘레이저(RAZR)’ 등 공전의 히트모델이 등장시킬 때마다 시장 트랜드를 한손에 거머쥐면서 단숨에 시장을 주도할 듯 보였다.
하지만 후속모델의 시장반응이 지리멸렬해지고 히트 모델간 간격이 너무 길어진 탓에 삼성에 업계 2위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팬텍&큐리텔의 한 연구원은 이와 관련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대박 한 번 터뜨려 몇 년간 먹고 살 것을 마련하는 식인데, 그런 방식으로는 업계 2위도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삼성 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기업의 성장에는 질적 차이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 반짝 성장하기 보다 끊임없는 성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타, 만들 것인가 데려올 것인가 농구는 5명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인원이 역할을 분담하는 전략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플레이어 하나에 기대는 ‘원맨 팀’이 될 경우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수를따내야 할 선수에게 수비가 집중되기 때문에 동료들이 충분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
‘천하통일’을 위해서는 철저한 분업과 조직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슈터로 평가받는 이충희의 옆에는 박수교라는 노련한 야전사령관이 있었다.
또, 성실한 수비가 돋보이는 이문규와 힘 좋은 센터 김성욱이 이었다.
NBA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을 거둔 시카고 불스의 저력 또한 비슷하다.
마이클 조던을 중심에 두고 만능 선수 스카티 피펜과 리바운드 왕 데니스 로드맨을 핵심으로 하는 삼각편대를 구성해 상대방을 공략했다.
얼마전 동부는 국내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동부의 전창진 감독은 우승이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2007~2008시즌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두 번의 우승은 허재, 신기성, 김주성, 양경민 등 당대를 호령할만한 멤버들과 함께한 우승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김주성 외에는 스타가 없는 것으로 평가 받았었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의 주역인 표명일, 강대협, 이광재 등도 다른 팀에 가면 선발출장 멤버를 뒷받침하는 ‘식스 맨’으로 뛸 수준이라는 게 시즌 개막전의 일반적 평가였다.
그러나 전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했고 태백 전지훈련과 도쿄·나고야 해외전훈을 거치면서 조직력을 키웠다.
그 결과 구성원 모두가 우승의 주역으로 꼽힐만큼 고른 활약을 보여줬다.
스타를 스카우트 하는 대신 내부에서 스타를 육성한 것이다.
인재 확보에 목마른 CEO라면 전 감독처럼 자사에서 스타를 탄생시키는 데에 각별한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다.
1988년부터 96년까지 ‘선포드 번스타인'은 애널리스트 5명에 1명 꼴로 스타플레이어를 탄생시켰다.
당시 메릴린치는 30명에 1명 비율이었다.
또, 당시 메릴린치에서는 애널리스트가 부문의 톱이 될 때까지 평균 12년이 걸렸던데 반해 ‘선포드 번스타인'에서는 평균 4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 인사조직실 관계자는 “지속적인 내부인재의 육성이 기업 실적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 방법”이라며 “이를 위해 CEO의 관리와 지원이 필수적”이라 말했다.
물론 스타플레이어를 스카우트 했을 경우엔 기존의 주축 세력과의 조화를 이뤄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골드먼삭스’는 이와 관련한 좋은 예다.
골드만삭스의 강점은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들을 결코 등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플레이어의 채용을 위해서는 해당자의 실적부터 조사보고서의 질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홀세일 부문과 주식트레이딩 부문 등 사내 타부문과 협의해 채용결정을 내린다.
또, 스타플레이어가 새 환경에 적응하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업무를 개시하기 앞서 동료들이 협력하기 쉬운 여건을 정비한다.
사내의 기존 인재와 보수 범위도 동일하게 설정한다.
조직원의 기를 살려라 “유동혁 대리에게 정말 고맙다” 감독상을 받은 전창진 동부 감독은 수상 소감을 말하러 단상에 올라가 전국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업무를 맡고 있는 동부의 한 프런트 직원 이름을 거명했다.
유 대리가 용병 선발과 관리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던 것에 고마움을 표한 동시에 농구단 일로 출산을 앞둔 부인을 자주 지켜주지 못하는 유 대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것. 전 감독이 리더로서 지닌 강점 중 두드러지는 점은 조직의 이면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폭넓은 시야와 때로는 감성적이기까지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선수들에게 개인별 체력훈련 과제를 주었다.
감독 스스로 “가혹한 수준”이라고 회고할 정도였지만 무작정 지시한 것이 아니라 훈련의 이유와 목표를 선수들에게 미리 설명했다.
조직의 비전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온 셈이다.
그로 인해 그물 같은 협력수비와 팀 플레이를 지니게 됐고 주전과 벤치 멤버 모두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게 됐다.
특히 선수는 물론 코치들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통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 고참 등을 따로 만났고 손으로 직접 쓴 편지와 애정이 담긴 문자 메시지도 적절히 사용했다.
“경기를 망쳐서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 패배 후 가드 표명일과 전 감독 사이에서 오간 문자메시지는 그 결정판인 셈이다.
NBA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필 잭슨 감독은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카고 불스 시절 그는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경기 중 몸을 부딪치는 상대선수와의 심리전에서 이기기 위한 구체적 화법까지도 포함됐다.
원정 경기를 위해 이동할 때 최고의 비행기 좌석과 호텔을 제공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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