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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한우농가는 ‘폭발직전의 화약고’
[스페셜리포트]한우농가는 ‘폭발직전의 화약고’
  • 이현우 한국농어민신문 기자
  • 승인 2008.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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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우시장’르포, 실낱같은 희망마저 포기…암소가격이 송아지값 수준 ‘한숨’ 지난달 24일 새벽 5시, 충남 홍성 소재 광천 우시장을 찾은 한우농가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역력했다.
정부가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하면서 연일 소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아직 출하시기에 못 미친 소들도 간혹 눈에 띄었고 여느 때보다 100원(kg당)이라도 더 받고 덜 주려는 농가간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했다.
일부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006년 10월 이후 40% 넘게 사료 가격이 폭등했어도 ‘고급육을 키우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지만 미국산 쇠고기 개방은 그런 농가들의 마음마저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여파로 이곳을 찾은 농가들은 폭발하기 직전의 화약고처럼 신경이 매우 곤두서있었다.
홍성 광천읍에서 한우 200두를 사육하는 ㅇ씨는 “말도 안되는 사료구매자금 대책을 발표한 것도 그렇고, 한국정부와 미국이 각본 다 짜놓고 선거 끝나자마자 수입 재개를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속이 터질 지경”이라며 “kg당 9000원이 넘었던 암소가격이 6000~6500원에 팔라하고 수소는 5200원 얘기하니 송아지 값도 안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서산에서 온 한 농가도 “지난해 25kg 1포에 7000~8000원이었던 사료가 1만원이 넘으면서 농장경영은 더 어려워졌는데 지난 장에서 8200~8300원이었던 소값이 7200원 밖에 안나왔다”고 토로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로 미래 한우산업이 기나긴 어두운 터널에 들어설 것이라고 느낀 농가들이 크게 한우 값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소 구매를 꺼리면서 매매율은 크게 하락했다.
4월7일 88.5%였던 거래 성사율은 14일 82.7%, 24일 78.7%로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소 중매인인 이용진 씨는 “수소는 kg당 2000원이 떨어졌고 일부에서는 5200원에 가격을 제시해 팔아달라고 애원해도 사가지를 않는다”면서 “예전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보니 소를 사고 팔라고 강요하기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날 거래가격은 전장보다 크게 하락했다.
암소 한 마리 평균가격(600kg)은 446만6400원으로 14일(475만9200원)보다 약 30만원 떨어졌다.
399만6600원이었던 수소 가격은 무려 12.3% 폭락한 350만4600원이었다.
암소와 수소의 kg당 최고가격은 각각 8500원, 7000원에 불과한 반면 최저가격은 5500원, 4800원까지 급락했다.
지난달 29일 현재 큰암소가격은 448만9000원(농협중앙회 기준)으로 3월 평균가보다 8.68%, 암송아지는 159만2000원으로 17.9% 폭락했다.
kg당 7500원에 암소를 판 보령의 한 한우농가는 “9000원대였던 암소가격을 겨우 7500원에 팔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현재 상황 상 오르지도 않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성의 ㅇ씨는 “옛날에는 소값이 폭락했지만 사료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아 괜찮았는데 지금은 6000원이었던 사료가 1만1000원까지 오른 상황이고 정부는 말도 되지 않는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어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서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이 농촌 경제는 다 죽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해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지만 정치논리, 힘의 논리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가 개방되면서 한우농가들은 여느 때보다 추운 봄을 지내고 있다.
이현우 한국농어민신문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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