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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운전석]미니카의 탈을 쓴 스포츠카
[명차운전석]미니카의 탈을 쓴 스포츠카
  • 김정환 전문기자
  • 승인 2008.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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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쿠퍼 ‘클럽맨’, 디자인 앙증맞지만 주행성능 폭발적…‘주목도 1위’ ‘야무지다’에 ‘알차다’를 더했다.
BMW 그룹의 미니(MINI) 브랜드가 새로 내놓은 쿠퍼 (Cooper)의 가치치기 모델인 ‘클럽맨(Clubman.이하 클럽맨)’ 얘기다.
미니 쿠퍼는 디자인은 앙증맞지만 주행 성능은 폭발적인 ‘미니카의 탈을 쓴 스포츠카’로 국내에도 수많은 마니아가 있다.
이 차는 기존형인 ‘쿠퍼(3470만원)’와 좀 더 강력한 ‘쿠퍼S(3970만원)’ 등 2가지 버전으로 나온다.
클럽맨 역시 ‘쿠퍼 클럽맨(3600만원)’과 ‘쿠퍼S 클럽맨(4100만원)’ 등 2가지 버전으로 국내 출시됐다.
클럽맨은 기존 쿠퍼의 약점 아닌 약점이었던 뒷좌석 승객의 불편함과 적재 공간의 부족 문제를 대폭 보완했다.
물론, 그런 약점은 대다수 미니 쿠퍼 마니아들 입장에선 결코 약점도 아니지만 그런 점 때문에 선뜻 오너가 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겐 이제 이 차를 구입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길이 길어지면서 뒷좌석 더 편해져 우선 이 차는 미니 쿠퍼와 비교했을 때 전체 길이가 240mm나 길어졌다.
이 중 휠베이스가 미니 쿠퍼의 2467mm에서 2547mm로 80mm로 늘어나면서 뒷좌석 무릎공간이 그만큼 더 길어져 발 뻗기도 편해졌다.
우측 앞 문 옆으로 뒷좌석용 여닫이 형 쪽문인 클럽도어(Club door)가 설치됐다, 이 문은 외부엔 손잡이가 없고 조수석 문을 연 뒤 안쪽에 있는 손잡이를 당겨 열 수 있게 설계됐다.
조수석 문과 클럽도어가 모두 다 열렸을 때의 실내 모습은 마치 작은 리무진처럼 보인다.
아쉽게도 이 차의 좌측엔 클럽도어가 없다.
이에 대해 미니 측은 왼쪽에 주유구가 위치해 있는 점을 고려해 디자인 측면에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한다.
클럽 도어 밖에 도어핸들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길이가 길어진 만큼 트렁크 공간도 미니 쿠퍼에 비해 훨씬 늘어났다.
미니 쿠퍼에서 2열 좌석을 세웠을 때 190리터, 2열 좌석을 접었을 때 680리터였던 적재 용량은 클럽맨에선 각각 260리터와 930리터가 된 것. 트렁크 문의 경우에도 미니 쿠퍼가 위로 들어 올리는 형태에서 좌우로 여닫는 스플릿도어(Split door)로 바꿔 늘어난 적재 공간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문은 왼쪽 문을 열면 오른쪽 문이 따라 열려 더욱 편리하다.
다만, 스플릿도어가 양쪽으로 열리고, 한 가운데로 닫히는 탓에 룸미러로 뒤를 살필 때 한 가운데를 스플릿도어 좌우 측 프레임이 가라앉게 돼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도어미러로도 충분히 뒤를 살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미니의 오랜 역사 속에서 전설로 기억되는 클래식디자인을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전체 길이가 길어졌고, 도어 수가 3도어에서 5도어로 늘어났으며, 후면 디자인이 좀 더 클래식해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지만 앙증맞은 앞 얼굴이나 동글동글한 계기판 등 미니 쿠퍼의 다른 이미지는 그대로였다.
그래서인지 낯설지만 부담이 없었고, 독특했지만 거부감이 없었다.
앙증맞은 디자인에 숨은 주행력 미니 쿠퍼가 자랑하는 탁월한 달리기 실력 역시 여전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일산에서 구리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확 트인 고속도로 위에서 클럽맨은 신나게 달렸다.
차를 몰기 전엔 미니 쿠퍼에 비해 차 길이가 늘어난 만큼 공차 중량도 1065kg에서 1285kg로 120kg이 늘어나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미니 쿠퍼와 동일한 1.6리터 자연흡입방식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은 자동 6단 변속기와 어우러져 최고출력 120마력(@6000 rpm), 최대토크 16.3 kg.m (@4250/rpm)의 변함없이 알찬 주행 성능을 뽐내며 잘 달려줬다.
신기하게 생긴 차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본 중형세단 한 대가 시비를 걸어왔다.
그러나 배틀이 시작되자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10.9초인 가속도를 발휘하며 그대로 치고 나가는 클럽맨의 모습에 질려서인지 더 이상 접근하지 않는다.
그 운전자는 이 차가 175마력(@5500rpm), 최대토크 24.5kgm(@1600-5000rpm)인 클럽맨S가 아니었던 것에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구리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시속 100km로 달리다 급감속한 뒤 커브를 틀었다.
원래 미니 쿠퍼는 차체가 낮은 만큼 커브 길에서도 착 달라붙어 돌아나가는데다 더 길어진 휠베이스가 보다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
새로운 전자식 파워 보조 스티어링 장치(EPAS)가 안정적이고, 민첩한 핸들링이 가능하게 해줬음은 물론이다.
미니 쿠퍼를 타는 재미 중 하나로 꼽히는 다소 과장된 엔진 사운드는 이 차도 마찬가지였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할 때 들려오는 고고성은 시속 100km로 달리면서도 200km로 달리는 기분 좋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짜릿했다.
체구가 작은 반면 밟는 대로 나가는 차인 만큼 안전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다.
총 6개의 에어백과 3단 자동 잠금식 좌석벨트가 기본 장착됐고, 앞뒤 오버행(범퍼 끝과 바퀴 한 가운데 사이의 거리)은 다소 짧지만 충돌 시엔 충격을 다른 부분으로 전환 시키도록 설계됐다.
연비는 가솔린 엔진이지만 배기량이 낮고 효율적으로 설계돼 리터당 13Km다.
디젤 엔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CO2 배출량도 180.2g/Km에 불과할 정도로 친환경적이어서 지구에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남의 시선을 즐기고 싶을 땐 제격 클럽맨을 타고 거리에 나서면 쏟아지는 시선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다.
경탄하는 사람, 친구와 수군대는 사람, 고개를 돌려가며 계속 쳐다보는 사람 등등 반응은 각양각색이지만 그 순간 거리의 화제는 하나다.
미니쿠퍼를 탈 때도 쏟아지는 관심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 차는 아예 ‘주목도 1위’였다.
그래도 오픈카나 스포츠카에 꽂히는 눈빛과는 전혀 다른 애정 섞인 눈길인 것이 마음에 놓인다.
남들의 눈길이 싫은 사람에겐 이 차가 안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정말 어울린다.
특히, 클럽에서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변신하기에 좋은 차다.
김정환 전문기자 newshub@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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