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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성장위한 필승 법칙, 협력만이 희망이다
[커버스토리]성장위한 필승 법칙, 협력만이 희망이다
  • 신승훈 기자
  • 승인 2008.05.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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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상생, 여전히 갈길 멀어 납품단가 인하 등 대기업 횡포 여전 “회사의 운명이 대기업 구매팀 과장에게 달려있으니 원…. 그래도 어쩝니까? 열심히 납품해야지요. 우리 회사에 딸린 식구만도 수백명인데요” 굴지의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넋두리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 회사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재차 다짐을 받던 그는 “납품 단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기업의 관련 부서 과장이 저승사자처럼 보일 때도 있다”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사항 따윈 전혀 관심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투로 ‘기술개발해서 부품의 질을 올리면 대기업과 단가 협상할 때 크게 도움이 될텐데요’라고 되물었다.
이내 날이 선 답변이 기자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설마 그걸 몰라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동반성장은 말 잔치일 뿐, 실행의지 약해 지난해 6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최대 애로사항은 ‘대기업들의 과다한 납품단가 인하요구’였다.
‘상생경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대기업은 연일 외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단가가 인하되는 만큼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약해진 협력업체는 결국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품 교체시기가 점점 빨라지는 요즘의 추세를 비추어볼 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협력업체의 성장잠재력이 약해지면 결과적으로 완성품을 만드는 대기업에 손해로 돌아간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재무팀 출신 L씨는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는 천문학적인 돈을 쓰면서도 세계시장에서의 승리를 위해 동반성장해야 할 협력업체를 푸대접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일 지속적인 원가상승 압박에 시달리던 주물업계는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
원자재 가격폭등으로 주 원료인 고철가격이 한달 새 20% 가까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의 태도 역시 단가 인상의 주요 요인이다.
중소기업의 희생을 요구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고통분담을 위한 태도가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말로는 상생 협력을 얘기하지만 결국은 자기 식구들만 배부르게 살겠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경영의 기치 아래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는 자동차 업계로서는 노사문제에 이어 협력업체의 반발이라는 또 하나의 난제에 봉착하게 된 셈이다.
대기업들이 도입한 현금결제 시스템은 중소기업의 자금을 원할하게 하기 위한 애초 목적과 달리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위에서는 현금결제를 하지만 아래로 내려오면서 어음으로 지급수단이 변질된다.
최종 단계까지 정확히 자금이 전달됐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우리는 줬으니 할 일을 다한 것 아니냐’는 태도로는 바닥 정서를 악화시킬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전문지 월간프레지던트의 박철의 편집국장은 “협력업체에 대한 관리가 부실할 경우 1차적으로 제품의 질이 떨어질 것이고 이것은 결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협력업체의 선정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 선정기준을 가격경쟁력이나 실적뿐만 아니라 윤리나 상생의 측면까지 넓혀야 원청기업이 추구하는 지속 성장전략을 꾸준히 견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과 달리 중견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책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취재현장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중견기업 경영자들은 기술우위를 확보하거나 마케팅 능력을 배가하는 등 역량 제고가 없이는 납품단가 인상 요구나 해외진출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기술경쟁력이 있으면 대기업과의 교섭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지만 자금이나 인력 등 현실 여건상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기가 버겁다”고 전한다.
매순간 생존의 문제와 직면하기 때문에 자본 투자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경영진들이 이런 고백을 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바로 ‘지원의 사각지대’라는 말이다.
기업규모를 키워 중소기업의 범위를 탈피해 봐야 대기업보다도 적은 지원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냥 중소기업의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데 굳이 사업을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본능적으로 도전과 성취를 즐겨야할 CEO의 입을 통해 공공연히 튀어 나온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허리를 담당해온 중견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실행될 경우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 국가경제를 한층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신뢰성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서는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다.
협력은 선택 아닌 ‘필수’ 이날 발표에 나선 삼성전자에 따르면 "신뢰성 상생협력 사업을 통해 삼성전자 레이저 프린터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돼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00억원이 증가하고 현재 세계시장 점유율 6위에서 2010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프린터를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주요 부품인 레이저 프린터용 벨트는 전량 일본 업체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상아프론테크 등 7개 부품소재 기업 및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공동개발 작업에 나섰다.
피나는 연구 끝에 벨트의 신뢰성 평가 장비와 벨트 고장 자가진단 시험법 개발에 성공해 높은 신뢰성을 가진 벨트를 국산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시험비용 3억원을 절감하고 시험기간까지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상아프론테크가 만든 국산 벨트를 적용한 신제품까지 출시해 77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었다.
부품소재 기업인 (주)광우는 두산인프라코어,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공작기계용 부품인 이동형 수동 펄스 발생기(엔코더)의 질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완료해 현재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왔던 엔코더 수입을 대체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출증대 236억원, 수입대체효과 178억원, 신규시장 진출 등 904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는 신뢰성 상생협력사업 지원 규모를 지난해 20억원에서 올해 100억원 규모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출연금 지원 비율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총사업비 대비 75~100%에 이른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부품소재 기업, 수요기업, 신뢰성평가센터, 정부가 상생을 위해 협력한다면 더 많은 핵심 부품소재를 국산화하고, 부품소재산업 무역 역조 개선에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기계 종합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대표이사 박용만)도 전담조직을 만드는 등 협력기업과 상생 네트워크를 한층 강화하는 중이다.
매년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10개 주요 회사 임직원 500여 명에게 능력 향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싱글PPM 품질혁신운동’을 도입한 이래 협력사에 이를 전파하고 있다.
또 전담조직을 설립해 협력회사 CEO와 담당자들에게 다양한 품질교육을 시키고 있다.
2007년에는 66개 협력회사가 이 활동에 참여해 53개사 67개 품목이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싱글PPM 품질인증을 확산시켜 협력업체에 품질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품질인증을 획득한 업체에는 충실한 사후관리를 해 안정적인 품질 향상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의 실패에서 배워라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은 “95년부터 펼치고 있는 싱글PPM 품질혁신운동은 모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의 품질혁신 연계체제를 갖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싱글PPM 품질혁신운동을 통해 최고의 품질을 갖춘 제품의 글로벌 경쟁시대에 세계 일류기업이 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소니가 시장에서의 지위를 잃어버리자 그 원인을 찾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시장 1위의 자만심, 고객의 욕구 대신 기술만 생각하는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이그 요인으로 등장했다.
소니가 실패한 대표적 원인 중 하나가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과 ‘NSH(not sold here) 신드롬’이었다.
내부에서 직접 개발하지 않은 기술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외부의 기술을 평가절하하게 됐고 이것이 결국 사업 실패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소니가 부활의 기초를 닦기 시작한 것 역시 개방성을 도입해 이러한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면서 부터. 소니의 실패사례는 세계 기업들에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시켜준 좋은 사례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협력을 통한 혁신’ 혹은 ‘개방적 혁신(open innovation)’이 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정기업이 개발했지만 사장되고 있는 지식이나 특허 등을 다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방식도 기업 성장의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신재철 LG CNS 대표는 지난달 2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경영혁신 컨퍼런스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협력을 통한 혁신'이 중요하다”며 이를 올해의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다.
성장의 key, 협력과 상생 샤오우웬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아시아(MSRA) 연구소장은 최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바로 ‘상생’”이라며, “이를 위해 업계·정부·학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이노베이션센터에 의해 선발된 업체에는 국내 및 해외 비즈니스 개발, 마케팅, 컨설팅 전문 인력 투입 등의 특화된 혜택이 지원된다.
이미 1기와 2기를 거쳐 선발된 37개 업체 중 소만사, 이지씨앤씨, 디씨앤플랫폼 등 여러 분야의 기업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으며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마케팅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라젠드라 시소디어 미국 벤틀리대학 교수 역시 상생에 대해 강조한다.
그는 지난 8일 한 조찬세미나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상생이 필수”라고 말했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단기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과 직원, 주주, 협력사, 지역사회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 당사자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란 설명이다.
이날 시소디어 교수는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 'SPICE'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SPICE'는 사회(society), 협력업체(partner), 투자자(investor), 고객(customer), 종업원(employee)을 의미한다.
시소디어 교수는 구글 BMW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마존 이베이 코스트코 할리데이비슨 홀푸드 등 28개사를 '사랑받는 기업'으로 분류했는데, 이들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은 평균 1100%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S&P500 지수를 산정하기 위해 정한 미국 500대 우량 기업의 평균보다 8배나 높았다는 말로 상생의 힘을 정리했다.
신승훈 기자 shshin@economy21.co.kr

“규제철폐보다 상생여건 조성이 우선”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펴고 있는 현 정부가 규제 철폐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벤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감시하고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3년 만에 귀국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46)은 7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시장을 독식하지 않고 협력하는 정책을 편 결과 수백개의 벤처기업과 상생하고 있는 미국의 벤처 풍토가 아쉽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 중소벤처기업이 200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 금융 등 인프라 부족, 중소기업을 홀대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 관행, 자체 역량 부족 등의 이유로 허약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그는 “재무 마케팅 개발 등 다양한 직군의 벤처 종사자 개개인에게 현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장은 지난 1일 KAIST 정문술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가을 학기부터 학부생들을 상대로 '비즈니스 이코노믹스' 강좌를 맡는다.
사례 위주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할 예정이다.

ETRI, 중기와 상생 나선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협력연구 의무화 등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의 애로점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IT분야 최고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최근 기술중심의 중소기업을 위한 18가지 혁신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모든 연구원들이 근무 기간의 10% 이상을 중소기업과의 협력 연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거나 R&D 기술지원과 애로기술 해결 등을 위한 자문활동을 의무적으로 펼쳐야 한다.
특히 기술이전 기업을 위한 '전담 책임제'를 신설해 신기술 이전은 물론 제품화까지 마무리하고 ‘품질보증 인증제’도 도입해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기술의 품질을 높이기로 했다.
ETRI 관계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은 기술단계에서부터 수요를 반영한 제품화, 상용화 단계까지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시장개척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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