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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정부 ‘감세론’ 반갑지만 찜찜
[커런트]정부 ‘감세론’ 반갑지만 찜찜
  • 한상오 기자
  • 승인 2008.05.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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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 한달여 만에 재천명…‘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돌파용’ 의심 ‘프랜드리 기업’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세무행정의 변화에 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왔다.
최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심상치 않은 발언과 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감동 주는 세무행정’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이미 예상된 행보지만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이 비등한 민감한 시기에 다시 나온 내용이라 ‘여론 무마용’이 아닌지 의심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세무) 자료제출 요구를 최소화 해달라”고 국세청에 요구했다.
강 장관은 이날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국세청에 대해 납세자 친화적 세정을 구현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강 장관의 발언 요지는 일선에서 세무를 관장하는 전국세무관서장들이 납세자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정을 펼쳐야 하며,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실한 납세로 나라살림을 뒷받침하는 성실 납세자에 대해서는 배려와 우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정부, 감세 조기추진으로 내수활력 제고 강 장관은 지난 1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치사에서 “새 정부는 세제부문에서 감세를 조기에 추진, 투자증대와 내수확충을 통해 시장 활력을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라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인세율을 올 사업연도 분부터 대폭 인하하고 연구개발(R&D)시설투자와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감세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현행 조세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22.7%(2007년 기준)로 주변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새 정부는 지속적으로 감세를 추진해 2012년까지 조세부담률을 20%대(20∼21%)로 낮추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정부는 이미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최저세율(13%) 과표 기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소득세, 상속세 완화와 함께 지방 골프장 등 개별 분야에서의 개별소비세, 종합부동산세 감면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 발언을 자제하던 강 장관이 ‘감세론’에 대해 재천명하고 나서자 여론은 그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새 정부가 미 쇠고기 수입협상 파문으로 난관에 처한 가운데 그나마 여론이 우호적인 ‘감세론’을 들고 나와 여론의 물꼬를 돌리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 쇠고기 수입협상 파문 잠재우기용(?) 실제로 강 장관은 지난달 17일 한나라당과의 고위 당정협의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뒤로는 재정, 환율, 세제 등 소관 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지나친 ‘강성 이미지’가 정책수행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를 의식한 듯 보인다.
지난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간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강 장관은 환율, 금리, 추경 등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지난 15일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한미FTA 비준동의를 촉구했지만 소관 정책에 대해 새로운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었다.
이처럼 공식 발언을 자제해온 강 장관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고강도 감세를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재천명한 배경에는 최근 미 쇠고기 수입 파동에 경도된 여론의 관심을 ‘감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여론이다.
실제로 강 장관은 지난 15일 FTA국내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쇠고기 수입 협상과 관련, 오해된 부분이 있어 한미FTA 비준이 시련을 맞고 있다”고도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을 뻔히 아는 강 장관이 새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맡은 것을 볼 때,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몸을 던질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뒤를 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저녁 전국 세무관서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함께 하며 ‘기업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세정(稅政)’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상률 국세청장과 일선 세무서장 1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인사말을 통해 “기업하는 사람들이, 국민들이 ‘어떻게 국세청이 이렇게 바뀌었나’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변화를 가져오면 좋겠다”면서 “고객인 국민이 못 느끼면 여러분이 아무리 잘 하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과 국민이 감동을 받을까를 늘 염두에 두고 하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세정을 기업경영에 빗대어 “기업은 늘 시장조사를 하고 애프터서비스도 신경을 쓴다.
여러분도 정책을 펼 때 그런 것까지 감안하면 국민이 감동받지 않겠느냐. 그런 분위기가 되면 사람들이 세금 정확하게 계산해서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서양속담에 ‘죽는 것과 세금 내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의 일이 어렵다.
기왕에 내는데 돈을 뺏겼다는 생각보다 돈을 벌어 나라에 바쳤다는 즐거운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세정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확실한’ 지원사격 이 대통령은 “기업하는 사람들은 경찰, 검찰, 국세청 중에 국세청이 무섭다고 한다”면서 “여러분들이 어느 조직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을 가장 일선에서 수행하는 첨병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잘해주면 기업들이 사기가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일자리, 성장 등의 모든 주역은 기업이다.
기업이 주역이고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후원부대”라면서 “한때 우리는 기업인들이 조연이고 정부가 주역인 것 같이 국정을 살폈던 때가 있었다.
이는 갑과 을이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같은 날 동시에 터져 나온 이 대통령과 강 장관의 발언은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친기업)’정책에 일조한 세무 발언은 오히려 그 취지를 의심하게 하는 여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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