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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농어촌은 이미 비상벨 울렸다
[커버스토리]농어촌은 이미 비상벨 울렸다
  • 김정섭 객원기자
  • 승인 2008.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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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유 급등으로 고기잡이 포기…시설작물도 혹한기 걱정에 ‘땅이 꺼진다’ 경유 폭탄은 농어촌으로 가면 그 위력이 더 커진다.
농어촌 경제는 한마디로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고기잡이 철이지만 어촌 항구에는 선박들이 발이 묶였다.
한창 활기를 띠어야 할 어판장은 한숨소리만 들린다.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른 기름값에 출어를 포기한 선박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어민의 눈에는 분노를 넘어 원망이 되어버렸다.
누구처럼 정부나 업계에 하소연 할 힘조차 없다.
그러나 국제 유가에 대한 전망은 점점 어려운 길로 접어들고 있다.
국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란 뉴스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말 그대로 모든 게 스톱이다.
꿈도 희망도 피어 날 낌새가 없어지는 것이다.
면세유, 3년만에 2.2배 수직상승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5월달 면세유(이하 경유기준) 리터당 가격은 1100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말 800원대와 비교하면 300원 이상 올랐다.
2005년 1월 가격 496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만에 2.2배 증가한 것이다.
면세유 가격은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5년 경유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496원에서 2006년 1월 610원, 2007년 1월 590원, 2008년 1월 811원이었다.
특히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달러가 상승할 경우 면세유 가격은 평균 6.7원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대로 국제유가 200달러시대가 도래할 경우 면세유 가격은 1700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연속 상승하는 면세유 가격은 어민들이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톤급 어선이 출어에 나서면 하루 에 경유 3드럼 정도를 쓰는데, 현재 가격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 면세유 부담 때문에 인건비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서, 오히려 출어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다.
시설채소·화해농가 ‘사실상 작살’ 힘들기는 농촌도 마찬가지다.
면세유 가격 인상은 난방을 해야 하는 시설채소와 화훼분야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작목을 재배하는데 드는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유가상승이 시설채소 농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가가 배럴당 68.4달러였던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시설채소농가의 경영비 중 광열동력비 비중은 시설고추 42%, 시설오이 39.1%, 시설토마토 37.6%, 시설호박 25.4%였다.
하지만 원유가가 102.8달러일 경우를 가정하면 각각 51.6%, 50.1%, 46.5%, 34.4%로 고추 오이 토마토의 광열동력비가 총생산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영비는 17~22%가 증가되는 반면 소득은 13~20% 감소한다는 결과다.
이 자료는 광열동력비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경영비가 변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아래 계산된 내용이다.
또 농촌진흥청이 비료비와 농자재비가 현재수준인 것을 가정하고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일 때 2006년 대비 주요 시설작물의 경영비는 18% 증가하고 소득은 23% 감소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농사를 지을수록 소득이 감소된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가온작물 재배사업은 사실상 끝이 났다는 것이다.
요즘 농민들은 농협주유소에 들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고 했다.
경기도 연천에서 만난 농민 김동령씨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기름값에 이제는 계산도 하지 않는다.
기름을 때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입장에서 가슴이 타들어 가지만 그렇다고 기름을 때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 아니냐”고 했다.
그는 앞으로 시설채소과 과채류는 더 이상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농촌에서도 기름 값 때문에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사용하는 농기계 면세유 공급규정에 지정된 40개 농기계 가운데 농가가 보유하고 있는 1기종에 대해서만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랙터, 이앙기, 경운기 등 여러 대의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농가는 비싼 값을 주고 경유나 휘발유를 구입해 야 하는 어려움이 더 크다.
기름값이 올라 트랙터 논갈이와 이앙기 삯은 지난해 760㎡(1마지기)에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랐다.
벼값은 40㎏에 5만1000원으로 오르지 않았으나 화학비료는 1부대(20㎏)에 1만1800원으로 지난해 대비 33.3%나 올랐다.
부녀자 하루 품삯도 5000원이 오른 3만 5000∼4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에 두고 정말 발만 동동거려야 할 판이다.
전문가들도 뾰족한 대안 못내놔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농촌의 겨울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혹한기를 피해 작기를 잡거나 난방이 필요 없는 작물로의 품목전환, 고효율난방기 설치, 재배방법 및 기술개발을 통한 에너지 절감방법을 강구하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최근 개정된 농업용 면세유류 공급요령에 따르면 990㎡을 기준으로 12만kcal/h의 난방기가 필요한 딸기의 경우 남부지역은 최대 7200리터를 공급받을 수 있지만 경유 면세가(1100원 가정)로 환산할 경우 800만원이 든다.
또 990㎡당 19만2000kcal/h의 용량이 필요한 파프리카는 1만1700리터 가량 면세유를 받을 수 있지만 1287만원의 기름값이 든다.
이에 대해 관련전문가들도 가온이 필요한 품목을 지속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품목을 전환하거나 가온을 하지 않고 재배가 가능한 시기로 작기를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농어촌은 삼복더위가 오기도 전에 혹한기 걱정에 깊은 시름만 늘어가고 있다.
김정섭 객원기자 rosema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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