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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일반지주사에 금융자회사 허용
[이슈]일반지주사에 금융자회사 허용
  • 박득진
  • 승인 2008.08.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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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원칙 폐지인가.. 공정위 허용쪽으로 법 개정 결정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금산분리에 대해 “지금 우리 상태에서 금산분리를 딱 막아놓으면 정부가 갖고 있든지 외국에 주든지, 두 가지 길 밖에 없다”며 “재벌이 (금융을) 갖고 있으면 마음대로 운영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데 지금은 은행법에 의해서 갖고 있어도 마음대로 못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금융 민영화를 말하며 금산분리·금융민영화를 하지 않을 경우 ‘외국은행에 우리 금융이 다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금산분리 완화·폐지를 주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금융감독기구 개편으로 막강 권한을 갖게 된 금융위원회는 6월 중 금산분리 완화 방안과 보험·증권 지주회사에 제조업 자회사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자 6월 18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당정협의와 공청회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며 “의견 수렴 절차를 감안해 2-3개월 내에 마무리짓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온 8월 초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부는 금융 공기업 민영화 관련 법안과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에 관한 각종 입법을 예고했다.
금산분리 완화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일반지주회사에 금융자회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결정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을 자회사로 두는 것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의 완화시기를 보고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두고 금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있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재벌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해야 하는지가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한국금융연구소는 2007년 의미 있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계 100대 은행 가운데 주식 소유구조가 공개된 91개 은행을 조사했더니 영향력 있는 주요주주가 없는 경우가 절반이 넘는 48개사(52.7%)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주주 지분이 10% 미만인 이른바 ‘주인 없는 은행’들이 세계 최고의 은행들인 것이다.
또한 최대주주 지분율이 25% 이상으로 은행을 완전히 지배하는 지배주주가 있는 은행들은 정부계 은행이거나 국가 소유 은행들이 많았다.
연구소는 “은행에 있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은행들이 경쟁력을 높여 세계 100대 은행에 진입하는 것과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것이 이미 수치화 된 데이터로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0개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주주 지분율이 10% 이상인 은행은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6개 였으며 5% 미만인 은행은 한 개도 없다.
즉,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우 세계 100대 은행들과 비교할 때 최대주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셈이다.
물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금산분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근거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금산분리의 원칙이 금융정책상의 중요한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합쳐지면 산업자본의 위험이 같은 소속의 금융자본으로의 전염이 용이하고, 이는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폐지를 주장하는 쪽 일각에서는 미국에 금산분리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에 금산분리법이 없다고 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위험의 전염 및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법과 보험업을 통해 통제하고 있다.
감독규율과 지배구조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나라 금융 현실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규제 및 업무영역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는 것이 커다란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 즉 논란의 핵심은 양극화 심화 문제나 재벌의 역차별 문제,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 금융 지키기가 아닌 셈이다.
건전한 금융과 경쟁력 있는 금융을 만들기 위해 오히려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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