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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중국의 한국혐오 뿌리는 어디에?
[이슈]중국의 한국혐오 뿌리는 어디에?
  • 박득진
  • 승인 2008.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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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심기 건드린 친미외교에 등돌려 한류 열풍이 일던 중국에서 한국을 혐오하는 기류가 베이징 올림픽 과정에서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경기에서는 자국선수를 응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중국이 아닌 제3국과 한국의 경기에서도 중국인들은 항상 3국만을 응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4일 진행된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중국 관중들은 한국 선수가 사대에 서기만 하면 페트병을 두드리고 야유를 퍼부었다.
중국의 장 주안주안은 한국의 주현정 윤옥희 박성현을 차례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한국팀에 야유 세례 하지만 중국 선수가 없는 경기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한국 축구팀은 중국인들의 응원을 받아 본 적이 없다.
중국 관중들은 축구경기장에서 카메룬을 외쳤고, “짜아요우(힘내라) 이딸리”를 외쳤고 온두라스를 응원했다.
한국 축구선수들에게는 “우~ 한궈”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한국 축구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감정적’인 대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경기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전통적으로 아시아가 약세인 펜싱 플뢰레 결승 경기에서 중국인들은 강호 이탈리아의 베찰리를 응원했다.
올림픽에서, 자국과 상관없는 경기에서 이례적으로 ‘강자’를 응원한 것이다.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의 야구 예선에서다.
팽팽한 대결을 펼친 이날 경기에서 역시 중국인들은 “메이궈(미국) 짜아요우”를 외쳤다.
중국인들이 응원을 시작하고 미국 관중들이 가세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올림픽 성화봉송에서의 티벳관련 시위, SBS의 개막전 사전보도에 중국 식품 문제를 지적했던 내용까지 가지가지다.
하지만 성화봉송 시위나 중국 식품 안정성 문제제기는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더 심했다.
SBS의 사전보도 역시 ‘반한감정’의 근원이 될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
배경은 좀더 깊은 곳에 있다.
본지가 이미 지적했듯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대미지향 외교에 대해 불편한 신호를 계속 보여 왔다.
△올해 2월 북핵문제를 비롯해 동북아의 안보현안을 논의하는 ‘미·중·일 3국간 정기 고위회담’을 한국을 일부러 배제한 채 제안했으며 △5월 한중 정상회담 당일 아침에는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대미지향 외교에 대해 강한 비판 성명을 내놓았고 △정상회담 당시에도 외교부 홈페이지는 한국 대통령을 여전히 ‘노무현’으로 명시하고 있었다.
외교신호에 실질행동으로 대응 하지만 이런 중국의 외교적인 행동은 ‘실질적 행위’가 아니다.
6자회담을 당사국인 남북을 배제한 채 3국회담으로 끌고 갈 수 없고, 성명 발표도 입장 표명에 불과했으며, 홈페이지에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을 유지하는 것은 ‘해프닝’으로 끝날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이지 않은 ‘외교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미지향의 외교라인을 구성했고, 최근에는 한국의 통상교섭본부가 주미 한국대사관에게 공문을 보내 빠른 시일 안에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미·중 쇠고기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중국의 대미통상 문제까지, 그것도 중국이 불편한 방향으로 국제사회에서 실질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은 베이징 올림픽 직전 부시 대통령과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며 미국과 같은 입장임을 표명했다.
미국은 매년 중국과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양국을 괴롭혀 왔는데 이명박 정부가 이에 한국정부 최초로 동조하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것은 중국인들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격상됐다는 한·중 관계, 격상된 것은 ‘내용 없는 문서’뿐이었다.
박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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