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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8·2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폭탄?
[스페셜]8·2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폭탄?
  • 박득진
  • 승인 200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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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부추겨 경기 살리려는 단기처방” … 거품 빠지는데 정부개입 부적절 지난 21일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의 간소화, 층수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이번 발표로 일단 서울시 아파트의 하락세는 멈춘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6월 말 이후 하락을 보이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정부의 8·21 대책 이후 하락추세를 멈추고 보합을 유지했다.
‘관망장’에 들어선 것이다.
반면 신도시의 하락세는 계속되고 경기·인천은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있을 뿐 여전히 한산했다.
시장의 반응은 잠잠한 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21일 당정협의를 열고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름부터가 솔직하다.
‘부동산대책’이라고 하지 않고 ‘주택공급 기반’과 ‘건설경기 보완’을 같이 올렸다.
‘건설경기’를 활성화해 내수경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도심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에 대한 중첩규제를 풀고, 이를 위해 기존 2회의 안전진단 절차를 1회로 줄이는 한편, 판정기준 실시시점도 정비계획 수립 후에서 수립 전으로 앞당겨 사업 추진이 쉬워지도록 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와 관련해 민간택지의 경우 실매입가를 감정가의 120% 내에서 인정하고 실제 투입비용인 연약지반 공사비 등 가산비를 인정하도록 개선했다.
당정은 또 현재 공공기관은 의무적이고 민간기업은 선택적으로 운영해 온 후분양제를 공공부분에서는‘원칙적 후분양, 필요시 선분양’이라는 방식을 채택했고, 민간의 경우에는 후분양 선택시 공공택지 우선공급 방식 대신 저리의 주택기금 지원 등의 인센티브 방식으로 변경했다.
아파트 후분양제 방침이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수도권 규제도 일부 바꿨다.
공급 확대를 위해 인천 검단신도시 규모를 기존 1120만㎡에서 1810만㎡로, 오산·세교지구는 280㎡에서 800만㎡로 늘려 신도시급 규모로 확대해 지정하기로 했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현재 지방에만 적용되고 있는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기존, 미분양 모두 적용)에 대한 2주택 양도세 중과배제 규정이 광역시로 확대된다.
또한 지방에서 전용면적 149㎡ 이하로 취득시 공시가격이 3억원이 넘지 않으면 한 채 이상 주택을 7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에도 양도세 중과 배제와 종부세 비과세를 적용받도록 했다.
재건축에 대한 안전진단 절차가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후분양제도 폐지되고 개발이익환수 관련 사항을 제외하곤 규제의 빗장이 대부분 풀렸다.
건물 구조 안전성을 중시해 온 종전 규정을 바꿔 노후도 가중치를 높임에 따라 그동안 안전진단 서류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등 주요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단기간의 경기부양책이며 내용상 흠결이 있고, 서민들의 주택소유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정부가 특정산업에 대한 편들기로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주택공급 확대와 미분양 아파트 해소를 명분삼아 환영했지만 야권은 일제히 ‘새대착오적 부동산 폭탄’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정부가 물가 폭탄에 이어 부동산 폭탄을 또다시 터뜨리려고 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민주당은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활성화를 위해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 △거래세인 등록세와 취득세 절반으로 경감 △소규모 주택에 대한 재산세 30% 경감 등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대안을 관철해 나갈 방침이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투기를 조장하는 데다 주택값 인상 억제 및 서민들의 주택구입 확대 대책이 전무하다”며 정부 대책을 비판했고,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 역시 “신도시건설과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 정부 대책은 투기를 조장하고 서민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참여정부에서 마련한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가 폭탄 이어 부동산 폭탄?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분양가상한제와 수도권 전매제한을 완화하고,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토록 하는 것은 시중의 투기 자금이 수도권과 강남의 (재건축)아파트시장에 들어오라고 유도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건설회사 사장 출신이라서 건설업체 입장으로만 부동산 정책을 보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우려와 보완론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조처”라고 환영했지만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표출됐다.
당내 정책통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신도시를 2개 건설한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은 한나라당의 공약을 사실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대로라면 신도시 건설이 아니라 도심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또 “지방 미분양아파트를 공공기관이 대신 사주겠다 하는데, 그러면 민간 건설업체가 잘못 판단해서 생긴 일을 국민 세금으로 대신 물어줘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는 의견에 대해 “상당히 공감한다”며 “(정부 대책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역시 볼멘소리다.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하려면 대출규제와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등 ‘수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그렇지 못해 결국 건설 사업이 활황으로 가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민이 무시된 정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참여연대 등 43개 주거문제관련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투기자금을 유입시켜 현재의 부동산 거품 가격을 떠받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그림 없이 급조됐고, 불경기를 건설경기 부양으로 돌파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으로 일반 수요자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싸늘한 반응, 누구를 위해? 왜? 토지정의 시민연대 역시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 투기 부양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종부세 완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는 건설업체들에게 투기를 부추기는 것이고, 건설업체와 일부 투기세력을 자극해 부동산 시장을 불안정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심재생사업을 하겠다는 공약에서 신도시 사업으로 전환했다’라는 비판과 ‘수요가 모자란 시점에서 수요를 늘리는 정책이 아닌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펴는 것은 시기상·방법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요가 부족한 것은 경기침체나 고금리, 고분양가 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의 완만한 하향세는 거품이 빠지는 좋은 징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가 건설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은 21일, 코스닥 지수가 3년 만에 500선이 무너졌고, 코스피 지수 역시 4일째 하락하며 1500선을 위협받았다.
환율은 1050원을 돌파하면서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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