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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DOT칼럼]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 최승돈(한글과컴퓨터)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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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해 말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한글과컴퓨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한국 생활이 어색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모국에 대한 정이 쌓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나는 미국 IT 업체에서 오래 일해왔고, 한국 IT 업계에서는 이제 초보자다.
그러나 6개월 남짓한 짧은 한국 생활을 토대로 미국과 한국 IT 업계의 환경을 한번 비교해 보고 싶다.
우선, 두 나라 IT 업계는 서로 엇갈리는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내가 그동안 국내에서 본 것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을 들라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는 제대로 된 연구개발 문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겠다.


이를 우리나라 교통문화에 빗대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우리나라 도로에는 좌회전 표시가 있는 곳에서만 좌회전을 할 수 있지만 미국은 좌회전 금지표시가 없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좌회전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A라는 상황에서는 A라는 일만 하라는 사고를 주입시켜 창의성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둘째, 운전을 하다 보면 빨간 불이 켜졌는 데도, 안 간다고 뒤에서 빵빵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세계 최초’나 ‘국내 최초’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조급한 욕심에서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소프트웨어를 서둘러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결국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들은 뒤 이내 시장에서 아예 퇴출 당하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태도와 비슷하다.
셋째, 모르는 길을 갈 때 미리 지도를 보면서 가야 할 길을 알아보고 어떻게 갈 지를 결정한 뒤에 출발하는 사람을 국내에선 별로 보지 못했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는 연구개발에서 부닥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인 개발 기록문서나 매뉴얼에서 그 해결책을 찾기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우리나라 개발 시스템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성 있는 연구개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대안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에게는 훌륭한 인적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작업을 기술자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단점이 갖고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우수성은 특유의 성급한 성격과 맞물려 단기간에 인터넷 기반을 확대시키는 데 기여한 게 사실이다.
이런 것마저 없었다면, 지금처럼 인터넷 인프라를 선진국들보다도 더 잘 갖추거나 인터넷 사용자들의 수준을 지금만큼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벤처기업 문화의 성공모델을 만든 실리콘밸리에서는 각종 사회·문화·경제 시스템들이 100년이라는 역사 속에서 다듬어져 왔으며, 그 결과로 최근에야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벤처 문화의 역사가 10년도 채 안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우리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 문화를 재정립해야 한다.
개발이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술관리와 개발체계, 그리고 프로젝트 관리 등을 서로 연결시키고, 조직과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자들의 능력을 충분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그래야 우수한 인적자원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자동차의 각 부품들이 상호 연계되어 자동차 전체를 매끄럽게 움직이게 하는 것과 같다.
개발 시스템뿐만 아니다.
범위를 더 확대해 제품과 제품을 시너지 있게 묶어나가는 조직적 시스템화도 필요하다.
나모인터랙티브의 웹에디터나 한글과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는 정말 훌륭한 제품이다.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 두 제품이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면 각자 혼자 진출하는 것보다 다양하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처칠 수상의 말대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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