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나는프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도유진
[나는프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도유진
  • 장근영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소는 생명, 안전은 기본”
아시아나항공의 베테랑 스튜어디스인 도유진(30)씨는 민간외교관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오랜 경험과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이 자신감의 바탕인 듯하다.
게다가 항상 남을 배려하다보니 다른 사람 처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다보니 역지사지하는 자세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다양한 일화를 갖고 있다.


“99년 초 로스앤젤레스 한인축제 가두행진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단순히 항공사 승무원으로 행사에 참여한다고 생각했는데, 태극기와 항공사 깃발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교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분들 가운데 연세가 지긋한 할머니들은 가슴이 벅차 엉엉 우셨어요.” 자신도 모르게 감격해 울음을 터뜨렸다는 도씨는 이런 소중한 추억들을 꼬옥 간직하고 싶어한다.
고향이 그리워도 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 중엔 젊었을 때 고국을 떠나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씨는 고국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다.
낯선 체험, 가슴 아픈 사연 또한 늘상 외국을 나다니다보니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95년 뉴욕 취항 때 있었던 일이다.
“비행을 끝내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동료 승무원들과 뉴욕 지하철을 탔어요. 종착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지하철 문이 안 열리는 거예요. 설상가상으로 험악하게 생긴 외국인이 힙합 바지를 펄렁거리면서 우리들에게 다가와 막 다그치지 뭐예요.” 너무나 무서웠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지하철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그가 탔던 지하철은 종착역에서는 앞 세량만 문이 열리게 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재밌는’ 문화적 충격 외에 가슴 아픈 일도 많이 겪게 된다.
특히 신생아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모습은 아직도 아픈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로 외국인 노부부들이 아기를 데리고 가요. 참 이상한 건 서양인들의 품에 안겨 엉엉 울다가도 저나 한국인 아줌마들이 안아주면 금세 생글생글 웃어요. 참 마음이 아파요.” 94년에 아시아나에 입사한 도씨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마음맞는 친구와 스튜어디스가 되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 전에는 스튜어디스란 그저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광고에 나오는 기장과 승무원들 모습이 그저 멋있어 보였고, 자신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어림도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3학년 때부터 마음을 고쳐먹고 영어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준비했다.
막상 면접일이 닥쳐오자 사투리가 걱정이었다.
게다가 워킹, 화장, 영어회화 테스트 등 어느 것 하나 자신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면접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면접관들이 표정이나 말투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중심으로 평가를 한 것 같았다.
이런 관문을 거쳐 ‘큰 언니’ 자리까지 오른 도씨는 지난해엔 교관을 맡아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스튜어디스 초년생들 중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을 좇아 이 직업을 택한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일이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답니다.
” 군대의 훈련소에 해당하는 혹독한 교육과정이 꿈 많은 신참들의 앞에 가로놓여 있다.
군기도 만만치 않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수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교육 등 꽉 짜여진 교육 프로그램 앞에 신참들은 주눅부터 든다.
중도에 그만두거나 혼자 숨어 훌쩍거리는 후배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자기의 경험을 후배들 앞에서 들려주고 스튜어디스의 기본은 항상 즐거운 마음가짐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라고 강조한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미소 깃든다 도씨는 승무원들에게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를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 해결하는 일이 언뜻 쉬워 보여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굉장한 스트레스가 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날은 비행기가 지긋지긋하고, 승객들과 접촉하는 일이 짜증부터 나는 날도 있다고 한다.
그런 날은 희한하게도 승객들로부터 항의도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마음가짐이 즐겁고 편안하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단다.
그러면 승객들도 승무원을 이해해주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서로 마음이 통하는 셈이다.
승무원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게 고객의 안전이다.
비행기가 안전한 교통수단이기는 하지만 기상이변의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제트기류가 발생한다든지 날씨가 변덕을 부릴 때면 승객들의 벨트 착용을 점검해야 한다.
승객들이 갑작스럽게 아픔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에 대비해 응급처치에 대한 상식은 갖춰놓고 있어야 한다.
도씨는 승무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로 가장 먼저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무원들 중에는 꾸준한 운동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도씨 자신도 수영과 라켓볼, 산책 등의 운동을 즐긴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밝아지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한다.
오랜 경험에서 이제 자신을 낮추는 일에 익숙해진 도씨는 친구들을 만나면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고 한다.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실없는 농담이나 장난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자신의 태도는 선천적 기질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그동안 스튜어디스로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는 데 익숙해지다보니 자연스레 분위기에 신경을 쓰게 됐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30살의 베테랑 승무원인 도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런 그가 꼽는 이상적 남자상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과 사뭇 다른다.
“승무원들은 대접을 받기보다는 항상 남을 배려해서 그런지 굉장히 순수해요. 또 여러 곳을 옮겨다니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외로움도 많이 타는 편입니다.
저는 수영이나 라켓볼 따위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고 장난도 좋아하는 순수한 사람이면 됩니다.
” 그는 우스갯소리로 결혼한 승무원들 중엔 ‘스트레스 해소용 남편’을 둔 사람이 많다며, 자신도 어서 그런 남편을 얻을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한다.
도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베테랑 스튜어디스다.
힘 닿는 때까지 이 일에서 손놓고 싶지 않단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그는 이 분야의 프로로 손색이 없다.
스튜어디스가 되는 길
요즘도 스튜어디스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항공사 홈페이지의 승무원 코너에는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는 ‘비법’을 가르쳐달라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도유진씨는 신체조건보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채용조건을 보면 일단 4년제 대학 졸업자들만 지원할 수 있다.
신체적으로는 키 162cm 이상, 나안시력 0.2, 교정시력 1.0 이상이면 지원요건에 맞는다.
올해의 채용기준을 보면 대학 4년 평점이 2.5 이상이어야 하고, 78년 1월1일 이후 출생자여야 지원이 가능하다.
영어 등 어학 실력도 중요하다.
토익이나 토플 합격점수는 내부적으로 정한다.
스튜어드(남자 승무원)는 키 170cm 이상, 75년 1월1일 이후 출생자, 토익 700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전형절차는 1차 실무자 면접, 2차 서류심사와 인성·체력 검사, 3차 임원단 면접과 영어 구사력 테스트, 4차 신체검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연봉은 수습과정을 끝내면 총액 개념으로 초봉이 2200만원 이상이다.
비행량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
7년 경력의 도유진씨의 봉급은 대졸 은행원의 7년 경력 연봉과 엇비슷하다.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일반 사무직이나 대기업의 여성 대졸자들보다 연봉이 센 편이다.
면접시 빼어난 외모보다는 밝은 인상과 분위기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종이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 성격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