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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국 IT 기술자 수혈 붐
[일본] 외국 IT 기술자 수혈 붐
  • 이홍천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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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C·도시바·후지쯔, 중국·인도인 채용 늘려… 정부도 법 개정해 측면지원 일본의 거대 전자업체들이 외국인 기술자 채용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는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일본전기(NEC), 도시바, 후지쯔 등 IT기업들이 올해부터 외국인 채용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전기·기계 벤처기업들이 잇달아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
이는 일본 IT 업계가 심각한 기술인력 부족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외국 인력 수입이 일본 정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결과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과 관련한 신규사업을 벌일 때 기술계통 인력이 부족한 탓에 곧장 비즈니스를 펼칠 수 없었던 게 그동안 일본의 실정이었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지난해 IT 기본전략을 발표하면서 IT 분야의 인력수급 해소를 위해 2005년까지 3만명 정도의 해외 IT 기술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또 외국인 기술자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 체류자격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는 등 기업들의 외국인 기술자 채용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NEC는 2001년도 외국인 채용을 애초 계획의 두배인 4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채용계획도 수립해, 네트워크와 정보시스템 분야의 우수한 인재를 우선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인 NEC소프트도 올 가을부터 IT를 전공한 중국인 대졸자들의 정기 채용을 시작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5년 동안 50명 이상의 외국인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후지쯔의 자회사인 후지쯔중부시스템은 외국인 시스템엔지니어(SE)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트렌드마이크로는 2002년 봄의 신규채용 인원 2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외국인 기술자로 메우기로 하는 등 해외 기술인력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회사인 닛키도 올해 처음으로 외국인 정보기술 인력 채용제도를 도입해, 인도에서 대졸자 5명을 수입했다.
이들은 프랜트 설계에 필요한 3차원 CAD(컴퓨터 이용 디자인) 업무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닛키는 앞으로도 연간 신규채용 인원 30명 가운데 최소한 10%는 외국인 기술자로 채울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에 발맞춰 일본의 인재파견 회사들도 아시아 지역에서 인재수입 업무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기술자 채용쪽 업무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 있는 파소나테크는 오는 7월 중국 시안에 IT 기술자 연수센터를 개설할 예정이고, 이미 베이징대학과 공동으로 IT 기술자 양성 학교를 만들었다.
파소나테크는 중국 대학 졸업자와 실무 경험자를 확보해 계약사원으로 연간 수백명을 일본 기업에 파견하고 있다.
이런 인재파견 업체들이 신규채용 또는 파견사원으로 주목하는 대상은 IT 교육이 잘 이뤄지고 있는 중국, 대만, 인도 출신들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와 통신 등 IT 분야를 전공한 기술자가 집중 공략대상이다.
미국 IT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실리콘밸리도 이들 나라 출신 기술자들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음을 일본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일본도 미국의 경험을 본떠 이들 나라 기술인력을 활용해 아시아 지역의 IT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의 일본 내 취업은 법규상 제약으로 크게 신장되지 못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취업하려면 출입국관리법에 학력을 기재해야 할 뿐 아니라 실무경험도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런 엄격한 조건은 실질적으로 외국인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일본 IT기업들이 중국이나 인도 기업에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언어와 생활습관이 다른 외국인 기술인력을 일본 내 본사에 직접 채용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일본이 정부까지 나서 해외 IT 기술인력의 국내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전자산업에 비해 인터넷산업의 성장이 뒤처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일본이 이대로 그냥 가다간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다른 경쟁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적절한 인력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보기술 산업의 육성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현재 일본의 국내 인력만으로는 첨단 기술개발 경쟁에서 다른 나라에 앞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IT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한국의 기술자들도 일본 취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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