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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기업채용, 봄바람 솔솔
[커버스토리] 기업채용, 봄바람 솔솔
  • 이민희(인크루트)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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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전망으로 하반기 채용시장 해빙 조짐… IT·유통분야 채용규모 가장 커
“경기 바닥이 왔다.
” 정부 당국자들과 몇몇 분석가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면 내년엔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당연히 이에 따른 인력도 늘어나게 된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구직자들의 구겨진 가슴 속엔 한줄기 기대가 흐른다.
이제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던 기업 신규채용 시장이 살아날 수 있으려나. 올해는 정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려나.

해빙의 기운은 곳곳에서 감돈다.
우선 추락하던 소비심리가 호전됐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기대지수는 4월로 넉달째 오름세를 탔다.
6개월 뒤 소비동향을 조사한 것이니, 6개월 뒤엔 소비를 더 늘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도 오른다.
올해 초 500선에서 턱걸이하던 종합주가지수는 이제 600선을 넘나든다.
50선에서 헤매던 코스닥지수는 80선까지 들락거린다.
증시에서는 ‘대세상승론’까지 흘러나온다.



상반기에 비해 4배 이상 늘 듯 5월까지 한산하게 파리만 날리던 채용시장도 6월 들어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실제 과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 www.incruit.co.kr가 국내 주요기업 360개사의 올해 채용계획를 조사한 결과, 해빙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업체의 69.1%인 249개사가 올해 채용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전체 채용규모는 2만1천여명으로, 올해 상반기 5100여명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상반기에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채용시장이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바닥론’(경기저점 탈출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닥에서 튕겨오르는 속도는 구직자들의 성에는 턱없이 모자란 형국이다.
실제로 올해 채용인원은 경기하강이 시작된 지난해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지난해 30대 기업 등 주요 상장사별로 상·하반기 채용인원은 1만5천명과 1만8천명으로 모두 3만3천명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 5천명과 하반기 2만1천명으로 채용규모가 2만6천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채용인원은 7천명, 채용비율은 22%나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채용인원이나 규모를 놓고 보면 결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
결론은 이렇다.
“해빙은 시작됐다.
하지만 이제 막 한겨울을 지났을 뿐, 봄소식은 아직 재 너머에 있다.
” 전문가들의 견해도 과 인크루트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6월 이후 채용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은 불투명한 경기전망 탓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상반기 채용을 이제야 시작하는 것일 뿐이란 얘기다.
하반기 채용인원이 많아진 게 내년도 투자를 염두에 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경희대 취업정보실 이종구 교수도 “하반기 채용은 그동안 꽁꽁 묶어놨던 자연감소 인력을 충원하는 성격이 더 짙다”고 잘라 말한다.
아직도 경기호황을 논하기에도 이르고, 재상승 신호도 매우 약하다.
기업들의 심리를 봐도 아직은 봄소식을 논하기엔 이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해 계산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분기 63에서 2분기 100으로 상승했다가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다.
지금보다 아주 조금 나빠진다는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라면 적극적으로 내년도 인력을 미리부터 충원하기엔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도 “기업들 대부분이 장기간에 걸쳐 완만한 경기회복을 내다보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인력 충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모든 업종이 다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경기 재상승 곡선에 굴곡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취업 역시 상승곡선이 치솟고 있는 업종을 노려야 함은 당연하다.
상승곡선 그리는 업종에 주목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여전히 전자·정보통신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침체로 수출길이 어려워진 상태인데도 여전히 버텨내기를 하는 모양새다.
상반기에는 이 분야도 채용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일단 수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경기가 올해 4분기 이후에는 풀릴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6월 이후로 채용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조사대상인 이 분야 상장대기업 85개사 가운데 47개가 채용을 확정했으며, 모두 7200명을 뽑을 예정이다.
하지만 대개의 정보기술 업체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어 신규 취업자들에겐 여전히 좁은문이다.
두번째로 신규 채용계획을 많이 잡고 있는 분야는 4460명을 뽑을 예정인 유통분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내수경기 회복 기대가 부풀면서 가장 먼저 해빙의 기운을 맛본 분야다.
게다가 유통업은 올해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확장공세를 벌이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인력 특수’는 국내외 업체들 사이에 치열한 확장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할인점 업계와, 최근 몇년 동안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홈쇼핑 업계가 주도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올 한해 동안 전체적으로 50여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개점하고, 하반기에만도 이마트와 마그넷 등 할인점들이 30여개 이상의 신규 점포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종은 의약분업과 함께 매출이 크게 줄면서 채용도 함께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분야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반대로 우량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1천명이 넘는 신규채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대형병원의 약국만 담당하던 영업방식이 개별 동네약국까지 확산되면서 영업인력이 집중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인력채용시 전공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영업에 뜻이 있다면 취업문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제약업체들의 인력특수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자동차 등 대규모 장치산업도 100~500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업종은 지난해부터 특수를 누리고 있어 ‘전통산업’의 예전 위세를 되찾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은 아직은 인력채용에 소극적인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정부의 수혈이 시작되면서 건설업종도 기대를 갖고 조심스럽게 ‘잽’을 날려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거의 없다시피 했던 건설업체들의 신입사원 채용이 올 하반기부터 조금씩 시작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사대상 25개 대형 건설업체들 가운데 13개 업체가 연말까지 추가채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은 소규모 채용에 불과해 취업문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금융권 채용은 여전히 ‘꽁꽁’ 금융권 채용은 여전히 썰렁한 모습이다.
퇴출, 합병, 감자, 구조조정 등 시련을 겪은 은행권은 아직도 국민·주택은행 합병, 현대투신증권 해외매각, 끊임없는 인력감축 등 시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에 공격적 채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증시 호황 때 200~300명까지 뽑던 증권사들도 사이버거래가 확산되는데다 시황전망이 불투명한 탓에 지난해에 이어 거의 채용계획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못한데다 매년 대규모 채용에 나섰던 생명보험사들도 저금리시대를 맞아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채용을 대폭 줄이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금융권은 조사대상 65개사 가운데 36개만이 ‘채용계획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채용인원을 확정한 금융사는 26개사로, 모두 125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1개 대형 금융사당 19명밖에 취업할 수 없는 셈이다.
올해 채용의 절정기는 역시 10~11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용계획을 확정한 249개사 가운데 82개사(33.3%)가 10월과 11월에 집중 채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공채는 거의 사라지고 수시채용이 자리잡았지만 선발시기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비록 취업문이 기대만큼 넓어지지는 않았지만 기업들이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은 취업은 물론 경기전망의 측면에서도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SI 업체를 공략하라
정보기술업종 하반기 채용 규모 상반기에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정보기술(IT) 업종은 올 하반기부터 다시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보기술 업종은 조사대상 기업 85개사 가운데 47개사가 채용의사를 밝혔으며, 채용규모는 7200명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구직 인력자들의 40%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수준엔 약간 못미치지만 상반기 악몽을 생각하면 그나마 반색을 할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 업종은 삼성계열 회사들이 채용을 주도하고 있다.
상반기 채용이 거의 없었던 삼성전자는 하반기엔 2천여명의 채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삼성SDI 100명, 전기 150명, 코닝 40명 등 비교적 삼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 역시 공격적 인력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LG전자는 6월 안으로 상반기 채용 1천명을 마무리짓고, 하반기엔 1500여명의 인원을 더 뽑는다는 계획이다.
휴대전화 시장의 1인자인 SK텔레콤은 11월에 그룹공채를 통해 50~100여명의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SI(시스템통합) 업체들의 인원충원이 지난해와 엇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난 것이 주목된다.
SI 업체들은 인력을 ‘훈련’시킨 뒤 프로젝트에 투입하기 때문에 경기에 선행해 인력을 채용한다는 특성이 있다.
삼성SDS는 하반기에 경력사원 300여명 이외에 50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밝혔고, LG-EDS도 9월에서 11월 사이에 500여명의 대규모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쌍용정보통신도 150명을 뽑을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채용규모면 경기회복을 적극적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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