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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마이크로시큐 기획개발실장 김성주
[피플] 마이크로시큐 기획개발실장 김성주
  • 이경숙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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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 잡는 덫 ‘로그세이버’ 개발한 해커
“경찰청은 21일 은행고객의 폰뱅킹 거래정보를 도청한 뒤 계좌이체하는 방법으로 3억1천여만원의 예금을 가로챈 전직 은행원 권아무개(34)씨 등 일당 7명을 컴퓨터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조사 결과 권씨 등은 세운상가에서 도청장비를 150만원에 구입한 뒤, 초·중학생 시절 전국컴퓨터대회와 전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는 컴퓨터 전문가 김성주(27·구속)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98년 4월22일)
2년 전 ‘뉴스 속의 인물’이 다시 뉴스 속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해커로서였지만 지금은 해커를 잡는 기술개발자로서다.
김성주 마이크로시큐 기획개발실장이 주인공. 그는 요즘 자신이 개발한 보안백업 시스템, 로그세이버(Logsaver)의 1.0 버전을 완성하느라 여념이 없다.
“해커들의 기본이 뭔지 아세요? ‘흔적을 지워야 한다’예요. 도둑이 집을 털 때 자기 지문과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것과 같지요. 로그파일은 외부에서 컴퓨터에 접속할 때 생기는 접속기록인데, 이게 컴퓨터에선 발자취와 같습니다.
제가 해커였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게 바로 로그파일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었죠. 추적당할 게 뻔하니까요.” 김 실장이 개발한 로그세이버는 해커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했다.
로그세이버는 로그파일을 시디저장장치(CD-R)에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간단한 원리로 고안됐다.
시디저장장치에 한번 저장된 데이터는 디스크를 파손하지 않는 한 지워지지 않으므로 해커의 흔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할 수 있다.
만약 범죄를 목적으로 한 해킹, 즉 크래킹이 일어나도 이 기록물을 보면 범인을 쉽게 잡을 수 있다.
또 컴퓨터의 어느 부분이 해킹당했는지도 간단히 찾아낼 수 있어 복구시간이 줄어든다.
방화벽이 건물 셔터라면 로그세이버는 감시카메라인 셈이다.
로그세이버는 세계 최초의 로그파일 보안백업장치로 특허출원중이다.
그는 올해 초 6억원의 자본투자를 받아 동료 다섯명과 함께 4월 중순 마이크로시큐를 설립했다.
“구속이 오히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는 계기가 됐죠.” 김 실장의 너털웃음이 시원하다.
‘음지’에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군을 나와 컴퓨터 시스템 복구 등의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다가 그 사람들을 만났어요. 일년 동안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해킹해달라고 졸라댔지만 안 들어줬죠. 그런데 ‘너 진짜 할 수 있냐’며 자존심을 긁는 바람에….” 구속된 이후 그는 해커를 잡는 해커로 변신했다.
검찰의 컴퓨터범죄 수사를 옆에서 지켜보며 힘을 보탰다.
당시 사회면을 장식한 굵직굵직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해킹 솜씨는 늘 한몫을 했다고 한다.
1980년 우리나라 최초로 공식 선발된 과학영재, 미국산 소트프웨어의 잠금장치를 풀어주고 일본기업으로부터 300만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던 중학생, 학창시절 내내 과학과 수학만 공부하다가 대학 진학 따위는 내팽개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스무살의 사장, 해킹실력을 철없이 자랑하다가 범죄에 얽혀들었던 스물일곱의 컴퓨터전문가, 검찰청 안에 숨겨진 컴퓨터 수사 전문가. 그리고 이제 보안시스템을 들고 벤처사업에 뛰어든 서른한살의 창업자. 그의 인생은 또 어디로 이어질까. “제 꿈이요? 정보의 지배자요. 정보 공유의 세상에선 누구든 정보의 지배자가 아닌가요?” 그는 지금도 영락없는 해커다.
나쁜 해커를 잡는 좋은 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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