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미국] 높은 벽만큼이나 틈새도 많다
[미국] 높은 벽만큼이나 틈새도 많다
  • 이용인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동품 감정, 장학금, 종교 포털사이트까지...생활 속에 눈 돌리면 신규 사업거리 무궁무진 인터넷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시장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커다란 떡은 이미 기존 업체들이 점령한 것처럼 보인다.
남아 있는 부스러기조차 서로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내 차지가 될지 장담할 수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간단한 발상만 갖고 사업에 뛰어들던 호시절은 지났다.
할머니의 손때 묻은 보석함을 감정하면?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시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반대로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틈새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마케팅의 역사는 틈새시장 개척의 역사라고 할 만큼 아직도 기업의 손길을 기다리는 목좋은 터는 얼마든지 있다.
특정한 성격을 가진 소규모의 소비자를 겨냥한다면 후발주자의 불리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틈새를 공략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트들은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첫번째 원칙은 생활 주변에서 사업거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이는 소호 창업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사업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것이다.
골동품 감정평가 사이트인 ‘이프레이절스닷컴’ www.eppraisals.com은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추억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어느날 할머니의 손때 묻은 보석함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가격이 얼마나 될까 하는 호기심이 동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일부러 보여줄 만큼 값어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랫동안 경매분야에서 일해온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레슬리 힌드맨은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회사 설립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진만 달랑 찍어 보낸 뒤 감정을 해달라는 수백통의 편지를 받아왔다.
이들 대부분은 세세한 감정까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빠르고 간단하게 대충의 시장가치만을 알고 싶어했다.
” 이프레이절스닷컴은 의뢰인이 디지털 사진과 이메일로 소장품에 대한 설명을 보내면 36시간 안에 골동품의 역사와 가치 따위를 평가해준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가구, 도자기 등 285개 분야에 걸쳐 800여명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운영한다.
감정수수료는 20달러. 자신이 소장한 골동품을 경매에 부칠 수 있도록 자체 경매 사이트를 만들어놓은 것도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종교도 e-비즈니스 예외 아니다 두번째 전략은 금기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하면 신성한 종교도 수익창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종교서적, 종교음반, 성지순례 여행 등 전자상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품목이 상당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빌리프닷컴’ www.belief.com은 ‘불경스럽게도’ 대규모 상거래를 포함한 종교 포털사이트를 선언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종교 포털사이트가 수익모델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는 종교집단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빌리프닷컴은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는 물론 도교, 심지어 무신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교를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각 종교의 신자들은 온라인에 자기만의 신전을 만들어놓고(일종의 홈페이지 성격) 매일 예배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주제별 토론방이나 기도방을 만들어 커뮤니티를 지원한다.
종교별로 권위있는 칼럼니스트들을 참여시켜 양질의 콘텐츠도 제공한다.
빌리프닷컴의 사업감각이 돋보이는 것은 이런 커뮤니티를 비즈니스와 연계시킨다는 점이다.
이 사이트는 성경과 다양한 종교서적, 음악, 비디오, 종교의식과 관련된 모든 용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
성지순례 등의 여행 패키지 상품도 갖췄다.
종교적인 색채를 지워버리면 일반 전자상거래 사이트와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빌리프닷컴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 종교 전문기자 출신들이 만들었다.
공동회장인 스티븐 월드맨과 로버트 닐렌은 각각 <뉴스위크> 기자, 월간 <뉴잉글랜드>의 발행인이었다.
빌리프닷컴은 참신한 아이디어 때문인지 이토이즈 등으로부터 2천만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발빠르게 종교 포털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세번째는 원투원 서비스로 승부하라는 것이다.
대형 포털사이트는 다양해지는 개인이나 기업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에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최근 인터넷 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는 사이트가 ‘이워치닷컴’ www.ewatch.com이다.
이워치닷컴은 사이버 공간에서 고객 기업과 관련된 잘못된 소문이나 정보를 찾아주는 일종의 맞춤형 정보 클리핑 사이트다.
인터넷은 속성상 정확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보들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특성을 안고 있다.
재빠르게 이를 감지해 사전에 대처하지 않으면 기업은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신문에 나온 자기 회사 정보를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힘든 터에 따로 인력을 두고 토론방, 메일링 리스트, 웹진, 뉴스 그룹, 게시판 등에 올라오는 정보들을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워치닷컴은 기업들의 이런 수요를 간파하고 6만3천여개의 주요 뉴스 그룹과 메일링 리스트, 주요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등을 검색해준다.
경쟁사에 대한 정보도 수집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대행해주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특정 기업에 대한 정보도 늘어나자, 이 중에서 필요한 정보만 검색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뉴스 그룹, 웹진 등 각 분야별과 기업규모에 따라 책정된 연간 3600~3만600달러의 검색 대행료가 이 회사의 주요 수입원이다.
마지막으로, 모아놓은 건 쪼개고, 쪼개진 것은 모아놓으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된다.
언뜻 보기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 같지만 헤쳐모여를 시키면 새로운 틈새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대학별로 흩어져 있는 입학원서 양식이나 커리큘럼, 장학금 제도 등을 분야별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모아놓는 것도 한방법이다.
‘스칼라십스닷컴’ scholarships.com은 대학이나 재단의 장학금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짜로 제공하는 사이트다.
그 대신 학자금 대출 사이트나 인터넷 교과서 회사 등을 링크시켜 놓고 이들한테서 광고비를 받는다.
60만개의 장학금 제도를 한눈에 미국에는 60만개에 이르는 엄청난 수의 장학금 제도가 있다.
하지만 특별히 홍보를 하지 않는 장학금 제도를 찾기 위해 일일히 사이트를 방문하는 일이 학생이나 부모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스칼라십스닷컴은 학생 신상과 가족사항, 취미, 성적 등 몇가지 정보만 간단히 입력하면 해당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 종류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회사가 데이터베이스로 보유하고 있는 장학금 제도들의 액수를 합하면 자그마치 14억달러에 이른다.
장학금 소개 사이트의 등장으로 장학금 신청건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코카콜라 장학 재단의 경우 89년 설립 당시 4만8천건의 장학금 신청을 접수했지만, 지난해는 13만7천건으로 급증했다.
인터넷에서 틈새 사이트는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오형민(36) 영벤처 기획조정실장은 무엇보다 혼잡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이트가 급증하면서 검색엔진을 돌렸을 때 첫 페이지뷰에 뜨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틈새 사이트는 전문성 때문에 대체로 10위권 안에 들어온다.
그만큼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는 데 유리하다.
네티즌들의 로열티가 높기 때문에 광고 효과도 뛰어난 편이다.
틈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까닭이다.
도움말 주신 분: 최재희 연합창원지원센터 소장, 조충영 웹패턴테크놀로지 랭크서브팀장, 오형민 영벤처 기획조정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