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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이버 우드스탁을 꿈꾼다
[문화] 사이버 우드스탁을 꿈꾼다
  • 이경숙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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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금세 감염돼 버렸다.
이미 면역이 생겼으리라 생각했던 우리 노래에 대한 열정, 혹은 희망 같은 것이 ‘그들’과 조우하는 순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을 처음 만난 건 인터넷 안에서였다.


밀림 www.millim.com. 가장 많은 그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다.
다들 자신만의 개성이 넘쳐흘렀다.
장르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통점은 거의 없었다.
단 한가지, 사이버 스페이스가 그들의 주요무대라는 점 외엔. 편의상 그들을 ‘사이버 뮤지션’이라 묶어 부르자. 그들의 세상은 어떤 것일까.“변질된 음악은 싫다” 밀림에서는 벌써 몇주째 래퍼홀릭(Rapperholik, 랩중독자)의 가 1, 2위 자리를 고수하면서 힙합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밀림 집계가 누적방식이니까 이 곡은 사이트 개장 이래 가장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은 곡인 셈이다.
지난달 초엔 세계적인 음악 전문 사이트 www.mp3.com의 힙합 차트 ‘Westcoast’ 부분에서 1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유일의 힙합 전문 음반사 ‘로독 레코드’ www.rawdoggrecords.com 대표이기도 하다.
로독은 힙합 전문 웹진 <블랙북>(슬랭어로 ‘흑인들의 경전’) www.blackbook.net과 역시 힙합 전문 중고상품 쇼핑몰인 ‘플래닛 팻’(슬랭어로 ‘지금과는 다른 좋은 행성’) www.planetphatt.net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힙합인재를 발굴해 음반을 제작할 요량으로 오디션도 진행중이다.
로독은 슬랭어로 ‘순수한 힙합의 정수를 보여주는 친구’란 뜻이다.
로독 사무실에서 랩에 중독된 그를 만났다.
왜 얼굴과 본명을 공개하지 않는가. 마케팅 전략인가. 얼굴이 공개된 뒤 음악이 발표되면 대중으로부터 아이돌 스타와 같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그의 용모는 매우 수려했다) 그러고 싶지 않다.
음악 자체를 하고 싶다.
메이저제작사로 갔어도 캐스팅됐을 법한데. 3~4년 전 데모 테이프를 들고 기획사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오디션을 받는데 모두들 똑같은 말들을 했다.
래퍼인 내게 노래해봐라, 춤춰봐라, 했다.
어떤 기획사는 노래가 7이면 랩이 3의 비율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는 힙합을 하고 싶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웹에서 음악과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웹은 항상 모든 사업의 전제다.
10~20년만 지나면 인터넷 세대라는 말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사업면에선 적절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만큼만 적절히 투자하고 있다.
과다투자는 절대 없다.
설사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독립제작사로서 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다.
작업실이 아니라 회의실에서 만났기 때문일까. 그는 가수라기보다는 경영인에 가까워 보였다.
그의 표현대로 “변질되지 않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좋은 가수로서만큼이나 좋은 제작자로서의 자질이 필요했나 보다.
"디지털 기술은 도로시의 구두” 팬들의 요구로 사이버 뮤지션으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타악그룹 공명 www.gongmyong.com이 대표적인 예이다.
4명의 20대 청년으로 구성된 이들은 영화 <반칙왕>,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3집에 참여하면서 마니아의 폭발적 호응을 이끌어냈다.
“어느 음악 사이트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게시판에 계속 글이 올라왔어요. 공명 연주곡이 듣고 싶다, MP3 파일을 올려달라는 내용이었죠.”(최윤상·29·리더) 두달 전쯤 가녹음본으로 공개한 <연어이야기>는 얼마 안 가 밀림 차트 종합 4위에 진입했다.
국악 분야의 곡으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마니아층에 국한돼 있던 팬도 두터워졌다.
네티즌들이 곡을 듣고 나서는 국악곡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었기 때문이다.
공명은 신바람이 났다.
직접 만든 악기로 연주한 <공명유희>와 <보물섬>도 MP3 파일로 공개했다.
9월에 낼 첫 음반과 10월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은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MP3 파일을 더 공개할 계획은 없다.
음반 판매량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녹음상태로 자신들의 곡을 들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MP3 파일 다운 때문에 음반을 안 살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MP3로 들어보고 난 뒤 음반을 소장할지 말지 결정하지요. 저부터도 그렇거든요.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는 효과가 더 커요.”(박승원·26·멤버) 사이버 뮤지션들에게 디지털 기술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의 구두와 같다.
뒤꿈치를 탁탁 치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구두처럼 MP3와 인터넷은 전세계 팬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실어다줄 수 있으니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청주의 무명가수 김율기씨 user.chollian.net/~moon5150가 ‘문5150’이란 이름으로 MP2닷컴 아시아 차트 정상에 오르는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이서빈(발라드) myhome.shinbiro.com/~terrious/index.html, 헤비딕(힙합) www.heavydick.co.krmy.dreamwiz.com/norae 같은 단단한 뮤지션들이 자신의 독특한 음악세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당신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 이제 뮤지션들은 좀더 큰 자유를 꿈꾸고 있다.
돈, 즉 음반제작비로부터의 자유. 사이버 상에선 ‘기성가수’급 스타인 서정희(22)씨 www.seojounghee.co.kr가 그 선두에 섰다.
서씨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CD 한장값인 1만원에 3만명의 음반제작자들을 모아 2집 앨범을 낼 예정이다.
네티즌들이 사이트에서 1집 음반수록곡을 들어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서씨는 3만명이 꽉 차면 바로 2집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다.
1집에 한해 일반 유통된 음반 판매 수익금의 30%를 문화상품권이나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으로 배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말한 생산소비자, 이른바 프로슈머(Prosumer)를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 네티즌들의 움직임은 아직 기존의 흐름을 바꿀 만한 ‘제3의 물결’ 정도는 아닌 듯하다.
투자액을 많이 거뒀냐고 묻자, 서씨의 음반제작자인 고윤석씨는 “많이 거뒀으면 돈 벌었게요”라며 웃는다.
서정희 사이트 개설 후 100만명 정도가 들어왔는데 그중 1만명이 회원에 가입했 다.
그 가운데 800여명만이 1만원의 후원금을 냈다.
한달에 40~50만원씩 잡아먹는 웹호스팅 비용을 빼고 나면 그리 크게 도움되는 돈은 아니다.
음반 한번 내는 데 드는 돈은 만만찮게 크다.
고씨가 직접 맡은 작사, 작곡비를 빼고 녹음비 등만 해도 한곡당 300만원은 족히 든다.
그래도 고씨는 웹에서 희망을 놓지 않는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는 기존 음반시장에서 버텨나가볼 힘을 얻는 것은 네티즌 팬들에게서다.
서정희씨는 사이버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7월부터 오프라인에 본격 진출한다.
도레미레코드사에서 ‘일반적인’ 음반을 내기로 했다.
서씨의 각오는 단단하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게 좋아서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가수가 되려니 연예인이 되고 싶은 거죠.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노래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컴퓨터에서만 존재하고 싶지도 않고요.”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는 인터넷에서 희망과 절망을 함께 본다고 말한다.
희망은 기존 음반산업의 독점적 지배력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점, 절망은 아직까지 네티즌의 문화적 소양이 너무 일천하다는 점이다.
강씨는 “MP3와 인터넷이 기존의 음반시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복사를 거의 무한정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디지털 포맷은 음반의 고전적 시장을 새로운 것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고없이 침투하는 컴퓨터 바이러스와도 같이, 이미 시동이 걸려버린 엔진처럼 시작되어버린 혁신”(래퍼홀릭 1집 인트로에서) 확실히 변화는 시작됐다.
음악으로 꿈꾸는 사람들이 60년대 미국 우드스탁으로 모였듯 이젠 인터넷으로 모이고 있다.
그 열병의 바이러스가 기성 음반산업까지 파고들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까. 기꺼이 ‘혁신’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고픈 네티즌이여, 사이버 뮤지션들에게 접속하라.
“노래를 꿈꾸는 이여, 접속하라 ”
사이버 공간에서 음악의 주류는 뭐니뭐니해도 사이버음악(음반보다 사이버에서 먼저 발표된 곡)임을 증명한 사이트가 있다.
사이버음악 순위 사이트 밀림 www.millim.com이 그것이다.
이 사이트는 국내외 수많은 음악 사이트들을 제치고 국내 1위, 세계에선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전체 사이트 가운데선 45위로 다이얼패드, 채널아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다.
(미국 알렉사 www.alexa.com가 페이지뷰를 근거로 내놓은 5월 통계자료) 지난해 6월 문을 연 사이트치고는 매우 빠른 성장세다.
비결은 확실한 차별성의 획득이다.
밀림은 유명 스타나 이른바 인기곡의 MP3는 한곡도 없다.
대신 1500여곡의 사이버 발표곡을 갖고 있다.
최한주 콘텐츠팀장은 “매주 업데이트되는 양이 50~60곡”이라고 자랑한다.
유명 가수나 음반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는 사이트가 음반 발표 한참 후에 곡을 올려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것과 대조된다.
게다가 이들 사이트는 텔레비전 등 기성매체와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반면 밀림은 기성매체에선 접할 수 없는 사이버 뮤지션들의 곡이 빠르게 업데이트된다.
게시판과 이메일을 통해 팬과 뮤지션이 직접 교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네티즌의 성향에 맞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최 팀장을 비롯해 서용훈 사장, 남영우 기획팀장 등 한양대 공학도 세명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시작한 밀림은 이제 직원 일곱에 자본금 1억5천만원 규모로 커졌다.
그동안 밀림이 마케팅에 쓴 돈은 단돈 40만원. 한달에 수천만원의 돈을 마케팅 비용으로 쏟아붓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와 비교하면 참새 눈꼽만한 투자다.
사이트만 잘 만들면 네티즌은 찾아든다는 믿음이 증명된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밀림. 이들은 앞으로 일본과 중국시장을 겨냥해 차별성 강한 우리만의 사이버음악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사이버 뮤지션 음악파일 제공 사이트 밀림 / www.millim.com 사이버뮤지션 순위 사이트. 팝, 힙합, 록, 국악 등 장르별 가수별 음악파일 제공. 옥수수공화국/ www.reverb.co.kr 사이버뮤지션 사이트. 음악파일, 가사 등 음악정보 제공. 인디e/ indie.fineart21.com 언더뮤지션 사이트. 음악파일, 뮤직비디오, 클럽정보 제공. 메스뮤직 / www.massmusic.co.kr '미발표신곡’ ‘free MP3’ 코너에 메스뮤직가수를 비롯한 십수명의 연주곡 수록. MP3웰컴/ www.mp3wel.com ‘free MP3’란에 사이버뮤지션 37팀의 연주곡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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