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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1. “우리는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 임채훈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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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 오프라인에 도전장 내밀어…“대형 서점의 고질적 유통 독점이 문제”
한국출판인회의의 도서공급 전면 중단으로 수세에 몰린 인터넷 서점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갈등으로 촉발된 공방이 마지막 격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온-오프 전쟁’으로 기록될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결사항전 결의서 ‘공동선언문’
인터넷 서점들은 책 공급이 중단되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할인판매를 포기하라는 출판인회의 요구에 예스24와 와우북이 지난 10월28일 갑작스럽게 동의하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기까지 했다.
인터넷 서점의 선두격인 업체가 백기를 들고, 여론 향방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입장을 드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도서정가제를 지키기로 한 예스24를 비난하고, 출판인회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은 인터넷 서점을 지지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이들은 자세를 가다듬었다.
지난 11월2일 발표한 ‘도서공급 중단사태에 대한 인터넷 서점의 입장’이라는 공동성명서에서도 이들의 강한 의지는 잘 나타난다.
북스포유, 북파크, 알라딘, 크리센스 등 10개 인터넷 서점은 이날 낸 성명서에서 출판인회의의 도서공급 중단을 비난하고, 그동안 의혹으로만 떠돌던 ‘교보문고 압력설’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교보문고와 일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이들은 “교보문고의 (인터넷 서점과 거래하는) 출판사에 대한 판매중단 위협은 시장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경쟁자의 사업을 제한하는 전형적인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교보문고는 종서회(교보문고, 종로서적, 영풍문고 등 대형 서점 11곳으로 구성된 연합회)를 통해 ‘온라인 서점에 직접 책을 공급하는 출판사에 대해서는 11월1일부터 전국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하기로 결의’했으며, 개별 출판사에 대해서도 ‘온라인 서점에 도서공급을 중지하지 않으면 매장에서 책을 전부 빼겠다’고 통고했다”고 밝혔다.
교보문고가 출판사에 부당하게 압력을 넣어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서점의 이런 주장에 대해 교보문고 김영회 인터넷사업부장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작 문제는 교보문고다” 인터넷 서점들은 이번 도서정가제 논쟁의 핵심이 ‘유통망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거래 행위’라고 주장한다.
북파크 이선주 팀장은 “이번 도서공급 중단 사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오프라인 유통망과 새로 시장에 진입한 온라인 유통망의 갈등에서 빚어진 것”이며 “이번 사태 결말이 기존 유통망을 변화시킬 수 있느냐를 가리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넷 서점들이 하나둘씩 밀려 도서정가제를 받아들인다면 자동차나 보험 등 다른 분야에서도 오프라인 유통망의 독점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순교자의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결의다.
인터넷 서점 쪽은 되도록 출판인회의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출판인회의와 인터넷 서점의 대결이 심해질수록 사태 본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스포유 주세훈 팀장은 “우리는 출판인회의와 싸움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출판인회의는 문화공급자다.
우리와 협력할 대상이다.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오프라인 서점들의 부당행위”라고 강조한다.
오프라인 대형 서점들과 맞대결을 하겠다는 태세다.
이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출판인회의 유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홍익출판사 이승용 대표는 “인터넷 서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잘못된 유통문화를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도 과당경쟁을 하면서 그릇된 유통문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도서정가제가 붕괴되면 책값이 올라 소비자·출판사·유통업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한다.
인터넷 서점이 진정한 유통변화를 꿈꾼다면 가격이 아닌 다른 서비스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를 제외한 정부 입장은 인터넷 서점에 우호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 최판진 서기관은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출판인회의 행위는 담합”이라며 “이에 대해 곧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역시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우려를 표시하는 공문을 문화관광부에 보냈다.
인터넷 서점 주장대로 이들이 유통변화의 선두에 설 수 있을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한다.
이들이 넘기에는 아직 오프라인 위치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서점들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어떤 경우라도 도서정가제 안 받아들일 것” 알라딘 조유식 사장 >예스24와 와우북이 정가판매로 돌아서 상황이 더 불리하게 된 것 같은데 달라진 점은 없는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들은 서비스를 중단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서정가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 정책을 무력으로 강제하는 것은 상거래 기본을 파괴하는 부당한 행위이다. 당연히 협상으로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또 공정거래법상 생산자가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공급을 중단하는 것은 담합에 해당하는 것이라 법의 저촉을 받게 된다. 사필귀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모두 할인판매를 할 것이기 때문에 알라딘 같은 인터넷 서점도 결국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모두가 할인체제로 들어서면 소형 서점이 무너지고 그 다음 도매상이 무너지고 출판사도 순차적으로 모두 무너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오히려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하는 인터넷 서점이 아니라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서점에 돌아가야 맞다. 출판계가 어려운 것은 인터넷 서점 때문이 아니라 반품이나 어음 같은 유통체계의 고질적 병폐 때문이다. 인터넷 서점은 오히려 출판 마케팅의 과학화, 현대화, 출판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그것이 지금 대형 서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구할 수 없던 책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든가 따위의 장점들 덕분에 사지 않던 책을 사게 되었다는 의견들이 많다. 우리는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크게 키워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터넷 서점 문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대립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극복되어야 할 것 같은가. 자동차나 보험이나 다 비슷하다고 본다. 원론적으로 최대한 피해를 줄이면서 구조조정되어야 하는 부분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IMF처럼 폭력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고 말 것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문제를 해결해간다는 근본방향은 유지되어야 한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고 들면 점점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공익에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 판단하고 사회적인 공감대 위에서 고용이나 영세상인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이 대안을 당사자들이 찾기는 힘들다. 정부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책임을 갖고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판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소형 서점이 어려워진 것은 인터넷 서점이 생겨서가 아니다. 현재 소형서점 매출의 50~60%는 참고서인데, 인터넷 서점은 참고서를 취급하지 않는다. 훨씬 중요한 문제는 오프라인 서점들의 유통 대형화다. 이 문제를 우리에게 넘기려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인터넷 서점들도 과도한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우송료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의 할인율만 유지해나간다면 인터넷도 살고,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윤지 기자 yzkim@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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