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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설팅은 움직이는 거야
[미국] 컨설팅은 움직이는 거야
  • 이철민
  • 승인 2000.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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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컨설팅 회사의 매서운 겨울나기…든든한 자금·차별화된 경쟁력이 생존 좌우 컨설팅은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의 전략 변화와, 그 변화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흔히 컨설팅을 최고경영자(CEO)의 어젠다에 대한 해답을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전통적인 컨설팅은 보스턴컨설팅그룹, 매킨지, 베인, 부즈앨런 등 몇몇 컨설팅 회사들에 의해 발전돼 지금은 최고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지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경영에서 정보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컨설팅 회사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흔히 ‘Big 5’라 불리는 미국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언스트앤드영, 딜로이트앤드투시, KPMG, 아서앤더슨이 바로 그들이다.
회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업의 IT 솔루션도 제공한 것이 컨설팅으로 발전한 것이다.
“닷컴기업과 우리는 운명공동체” 이 ‘Big 5’들은 회계감사를 하면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컨설팅 관련 부서들을 독립시키거나 매각해왔다.
89년 아서앤더슨에서 앤더슨컨설팅이 분리된 것을 시작으로 딜로이트앤드투시에서 딜로이트컨설팅이 분리됐다.
언스트앤드영은 독일 캡제미니에 컨설팅 부문을 매각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또한 지난 9월 자사 컨설팅 부문을 휴랫팩커드에 매각함으로써 이제 KPMG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렇게 분사 혹은 매각된 IT 중심 컨설팅 회사들은 이전 모기업들과 미묘한 문제를 안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내년 1월1일부터 회사 이름을 엑센처(Accenture)로 바꾸는 앤더슨컨설팅이다.
규모면에서 세계 제일의 컨설팅 회사인 앤더슨컨설팅이 이름을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서앤더슨과 관계를 청산하기로 합의하면서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앤더슨컨설팅이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아서앤더슨과 관계가 기 업공개에 장애물이 되어왔다는 타산도 깔려 있다.
인터넷 관련 컨설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자본을 확보하지 못해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앤더슨컨설팅이 공개될 경우 시장가치는 약 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ig 5’ 출신 컨설팅 회사들이 이처럼 인터넷으로 촉발된 새로운 컨설팅 수요를 발빠르게 채우지 못하는 상황을 틈타, 얼마 전부터 전혀 새로운 형태의 컨설팅 펌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사이언트, 사피언트, iXL, 제퍼, 레이저 피시 등 인터넷 컨설팅 회사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주요 고객인 닷컴들이 그랬듯이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웹디자인에서 전자상거래 전략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으로 다른 거대 컨설팅 회사들과 차별화해나갔다.
하지만 성장가도를 달리던 이들도 최근 닷컴기업 몰락과 함께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다.
제퍼가 올 여름 예정한 기업공개를 미룬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지난 10월26일, 사피언트가 놀라운 3분기 실적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매출이 2분기보다 10%,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90%나 상승한 것이다.
순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올랐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오자 사피언트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상반기 수준을 넘어섰다.
물론 사피언트 실적이 다른 인터넷 컨설팅 회사들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피시는 애널리스트 예상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직원들을 10% 해고하는 아픔을 겪었다.
닷컴과 같은 배를 탄 이들도 결국 안정적인 수익원과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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