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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창살없는 감옥’에 핀 인터넷
[요르단] ‘창살없는 감옥’에 핀 인터넷
  • 김동문 통신원
  • 승인 200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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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도 인터넷 카페 열기…독립 팔레스타인 꿈꾸는 네티즌 발길 이어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최대 격전지 가자지구. 북서쪽이 지중해에 닿아 있고 나머지 삼면은 모두 이스라엘에 포위돼 있다.
이스라엘에서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벗어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오래 전부터 ‘창살없는 감옥’이라 불렀다.
6년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들어서면서 감옥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지만 나귀가 끄는 수레가 버젓이 도심을 누빌 정도로 외로운 섬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인터넷 열풍은 어김없이 들이닥쳤다.
가격 저렴한 인터넷 PC방 주로 이용 팔레스타인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요르단 서안 이스라엘 점령지구와 가자지구의 PC 보유율은 7% 정도이다.
물론 3만4천여대에 이르는 개인용 컴퓨터 대다수는 점령지구 대도시에 몰려 있다.
이스라엘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ISP)를 이용한 중계 형태의 개인 ISP가 10곳 가까이 영업중이다.
가입자는 8천여명으로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분포돼 있다.
인터넷 가입비는 서비스 조건(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0달러에서 400달러, 월 기본사용료는 15∼25달러 정도이다.
사용료에 따라 사용시간도 월 15시간에서 30시간까지로 나뉜다.
일반인들이 쉽게 ISP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너무 비싸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평균 월급이 300달러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카페를 찾는다.
이곳에서는 인터넷을 1시간 이용하는 데 1.25달러 정도를 받는다.
이스라엘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가자지구에는 10여개 정도의 인터넷 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
대부분 5대 안팎의 PC를 설치한 구멍가게 수준이다.
이곳을 찾는 네티즌들 다수는 역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전자우편을 교환하거나 정보를 검색한다.
다른 아랍 국가들처럼 사이트 제한구역이 없어 포르노 사이트를 자유롭게 둘러보기도 한다.
팔레스타인도 국가 도메인을 갖고 있다.
인터넷 주소체계 관리기구인 ICANN의 추천에 따라 지난 3월22일 미국 상무부의 최종 인정을 받았다.
이전까지는 이스라엘의 국가 도메인 ‘.il’을 사용해야 했다.
때문에 팔레스타인 네티즌들은 ‘.il’ 대신 ‘.com’이나 ‘.net’ 등의 도메인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ps’라는 팔레스타인 국가 도메인을 이용한다.
“독립이 되면 팔레스타인도 IT 분야에서 당당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가자지구에서 만난 네티즌들은 사이버 공간을 넘어 현실세계에서도 완전한 독립국가 실현의 꿈을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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