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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게임마스터 김경률
[나는프로]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게임마스터 김경률
  • 오철우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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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순수와 열정으로 가상사회를 일군다"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는 날마다 영토가 확장되는 거대한 가상사회다.
거주 인구도 만만찮다.
회원이 무려 150만명이고, 하루 10만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분산서버 60여대에 최대 2만명이 동시접속해 무수한 얘깃거리와 희노애락의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처음부터 지금의 전성시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98년만 해도 동시접속자는 1천명 수준이었다.
따져보면 20배 이상의 초고속 성장으로 질주해온 셈이다.
이런 성장 뒤엔 ‘바람의 나라’에 갖가지 이벤트를 열고, 새로운 사냥터와 마을을 만들며, 가상의 영토를 넓혀온 게임마스터가 있다.
그는 어떤 인물일까. 뜻밖에도 21살의 앳된 대학생 김경률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98년 여름 이후 2년간 ‘바람의 나라’에선 자상한 도우미로 통하는,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아내 ‘연’ 캐릭터의 실제인물이자 게임마스터로 활동해왔다.
“혼자 한 일은 아니에요.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 그리고 고객지원팀이 하나의 팀워크를 이루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죠.” 물론 팀 공동의 노력이 있었고, 급속한 인터넷의 확장이라는 호조건에 힘입은 바도 크다.
하지만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바람의 나라’를 조율하고 창조하면서, 아기자기한 잔재미가 넘치는 인기게임으로 만든 그의 손길은 가볍지 않다.
2000년 6월의 하루 “아침 10시면 회사에 나타나죠. 요즘은 ‘3차승급 마법’을 제작하느라 정신이 없네요. 3차승급이 뭐냐구요? 지금까지 게임 고수들은 2차승급 마법까지만 쓸 수 있었어요. 이젠 2차승급 고수들이 너무 많아져 새롭게 3차마법을 개발해야 해요. 게이머들에겐 요즘 최대 관심사가 돼버렸죠. 7월에 공개할 거라 지금은 비밀이긴 하지만… 음, 약간만 말씀드릴게요. 화면에 나타난 적을 모두 소멸시키는 굉장히 놀라운 ‘포효검황’ 마법도 있고, 순간적으로 공간이동해 적에게 일격을 가하는 ‘초혼비무’ 마법도 있어요.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얘기하는 일은 아주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디자인 효과와 프로그래밍 과정이 있어야 의미가 살잖아요? 7월 업그레이드 이후 구상도 해야 하고, 내년 개발 구상도 해야 하고…. 요즘엔 바빠서 새벽 1시 정도에야 퇴근하죠. 힘들겠다고요? 시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사용자들의 기대가 크고 제가 좋아 하는 일이니까 가능한 일이죠. ‘바람의 나라’를 건설하고 창조하는 일은 저와 팀원이 모두 결정하고 실행하죠. 그게 이 일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좌절…깨닫음 “하하! 물론 힘들었던 때도 있죠. 항상 좋을 순 없잖아요. 지난해 12월 ‘바람의 나라’의 그래픽을 획기적으로 바꾸려고 했을 때였어요. 캐릭터나 배경을 그럴듯한 그래픽으로 바꿔 5.0판을 내자는 거였죠. 그런데 사용자들의 반발이 엄청나더라구요. 정이 든 캐릭터를 바꾸지 말라는 거였어요. 더 좋게 만들자는 것인데도 말이에요. 6개월간이나 준비했는데…. 디자이너나 저나 충격 먹었죠. 결국 물러서고 말았어요. 온라인게임은 패키지게임과 다르다는 걸 그때 절실하게 알았죠. 패키지게임은 게임감독의 뜻대로 만들 수 있지만, 온라인게임은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거라는 것을요. 사용자의 뜻을 잘 알고, 제작자의 뜻을 조율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계에선 가장 중요한 감각이죠.” 가상·현실 넘나들기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게 가장 이상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해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지만… 음… 글쎄요… 어떤 게임이냐가 중요하겠죠. 현실 같은 정치와 경제가 있고 사회와 문화가 있고,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일을 해 돈도 벌고, 지금 우리가 사는 것처럼 말이에요. 사실 게임마스터를 하다 보면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 때가 많아요. ‘바람의 나라’가 고대사회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맥주보다는 동동주가 좋고, 토속음식도 즐겨 먹게 돼더라구요. 김용 선생이 지은 <영웅문> 같은 무협지나 팬터지 소설을 즐겨 읽게 되고, 다른 패키지게임을 하다 좋은 걸 발견하면 어떻게든 온라인게임에 적용해야 직성이 풀리죠. 생활이 항상 그런 식이에요.” 김씨는 고등학교 때 ‘바람의 나라’를 처음 알게 돼 한때 마니아를 자처했다.
동시접속자가 한명, 다섯명 하던 때였다.
그러다 고3이 되자 ‘바람의 나라’ 개발팀이 ‘당분간 은퇴’를 강력하게 권고해 한동안 온라인게임을 잊고 지냈다.
98년 숭실대 컴퓨터학부에 입학한 뒤 우연히 다시 만난 ‘바람의 나라’ 개발팀 눈에 띄어 지금까지 게임마스터로 일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성공비결 다섯가지
1. 고대 고구려의 광대한 스케일에서 벌어지는 생생하고 살아 있는 이야기 전개 때문이겠죠. 2.캐릭터들이 아주 귀여워서 애완동물을 키우듯이 애정을 갖는 사용자들이 많아요. 3. 다른 게임에선 흉내도 내지 못하는 이벤트들이 많죠.'OX퀴즈''대미궁''얼음칸 이벤트''무한대전 이벤트' 등등 4. 게임 방식이 아주 간단해요. 처음 접속하는 사람은 초보학교에 보내져는데, 이곳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게임을 쉽게 할 수 있어요. 5. 여러 직업들이 다양한 삶을 만들어냅니다.
힘을 바탕으로 한 강인한 전사, 빠른 몸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도적, 옛 주술의 도움으로 상대를 위협하는 주술사, 도술로 치료를 해주는 도사 등 네가지가 가장 주요한 캐릭터입니다.
● 게임마스터라는 직업 때문에 생긴 버릇 · (역사물 게임마스터답게) 맥주보다는 동동주를 즐겨 마신다.
· 무슨 일을 하든 게임에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한다.
맛있는 한국 토속음식을 먹을 땐 이름을 기억했다가 게임에 꼭 집어넣는다.
· 걸어서 어디 가는 걸 귀찮아한다.
‘바람의 나라’에선 ‘공간이동’ 마법이 있으니까. ● 가장 기억에 남는 재미있는 게임 · ‘디아블로Ⅱ’ 무슨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이 재미있다.
· ‘녹스’ 롤 플레잉 게임이지만 액션을 매우 강조해 박진감이 장난이 아니다.
· ‘어둠의 전설’ 이만큼 체계가 잘 짜인 게임은 없다.
온라인게임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
· ‘C&C 레드얼러트’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에 가장 재미있게 했던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 ‘울티마 온라인>’ 리차드 게리어트의 세계관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
● 즐겨 찾는 사이트 enzone.joins.com/game/ baram.nexon.co.kr/ www.diablo2.com/ etnews.co.kr/ www.d3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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